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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귀숙

단재교육연수원 기획지원부장

얼마 전 파주 여행을 갔다가 오랜만에 임진각을 찾았다. 임진강, 장단역 증기기관차, 독개다리, 벙커전시관 BEAT 131등을 보면서 잊었던 역사를 되찾은 것 같았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수많은 외국 관광객이었다. 내가 놓치고 있는 것을 그들이 이어주고 있는 것 같아 잠시 민망했다.

난 임진강이라는 말을 들으면 아주 어릴 때 보았던 『비목』이라는 흑백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생각난다. DMZ에서 아들의 비목을 발견하고 절규하는 아버지의 모습이 현충일만 되면 떠올라 가슴이 아릿하다. 휴전 협상이 이어지는 순간에도 전투는 이어졌고 나라를 위해 목숨 바친 수많은 참전 용사가 이름도 없는 비목 아래 외로운 영혼으로 떠돌고 있는 것 같아 마음 아팠다.

몇 년 전, 현충일이면 떠오르는 일이 한 가지 더 생겼다. 현충일 며칠 후였다. 교무실무사가 1학년 학생의 외할아버지라면서 전화를 연결했다. 무슨 일인지 모르면서도 가슴이 철렁했다. 학교에 사소한 일들로 민원이 많아지면서 생긴 버릇이다. 마음을 가다듬고 밝은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연세 지긋한 할아버지 목소리였고, 특유의 충청도 사투리로 말을 이어가셨다.

"교장선생님이시지요· 나는 ○○외할아비인데요. 우리 손자 담임 선생님 칭찬 좀 할라고 전화했습니다."

칭찬이라고· 금세 기분이 좋아져서 밝게 웃으며 전화를 받았다.

"아! 글시, 현충일 날 공휴일이라고 우리 외손자가 놀러 왔는데 그네 타러 근처 학교에 갔단 말입니다. 그네를 한참 타는디 방송이 나왔어유."

이렇게 시작한 이야기는 이랬다. 우리 학교 1학년 ○○이가 외가에 가자마자 그네를 타러 근처 시골 학교 운동장으로 갔다. 아이는 그네에 앉고 할아버지가 뒤에서 밀어주고 있는데 이장님의 현충일 안내 방송이 있었고, 곧이어 현충일 묵념 사이렌이 울렸다. 할아버지는 아무 생각 없이 아이의 그네를 계속 밀어주려고 하는데 손자가 급하게 내려달라고 했다. "할아버지, 우리 선생님이 현충일에는 나라를 위해 돌아가신 분들께 감사하다는 묵념을 올려야 한다고 했단 말이에요."라고 하더니 그네에서 내려와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에 대한 묵념 곡이 끝날 때까지 가만히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겨우 1학년 어린아이가 시골 학교 운동장에서 그토록 타고 싶었던 그네도 멈추고 고개를 숙이고 있는 모습을 상상하니 가슴이 뭉클해졌다. 할아버지는 기특하고 대견해서 이렇게 손자를 잘 가르쳐 준 담임 선생님을 칭찬해달라고 교장에게 전화하셨단다. 너무나 고맙다며 보은 딸내미 집에 가면 교장과 담임에게 꼭 식사를 대접하고 싶다고도 하셨다.

담임 선생님에게 곧바로 전화해서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전했고 나 또한 흐뭇하다 했다. 나라를 위해 순국하신 분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잊지 않도록 교육과정 속에 녹여 가르친 선생님, 실생활에서 잘 실천한 어린 학생, 그 흐뭇함을 학교장에게 전해준 할아버지 모두 고마웠다.

곧 현충일이다.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이를 추모하던 어린 학생의 간절한 기도와 같은 묵념이 온 나라에 가득하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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