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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6.06.02 14:57:16
  • 최종수정2026.06.02 14:57:16

박홍규

충북여고 교장

올해도 여전히 학생들과의 심화독서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지금 근무하는 학교에 부임하면서부터 시작했으니 벌써 여섯 학기째다. 처음에는 스스로의 약속이었으되 차츰 선생님들의 요구에 더 무게가 실리고 있어 그런 면에서는 다행이다. 매 학기 열서너 팀의 학생들과 토론을 하기 위해 그만큼의 책을 읽고 생각을 정리해야 하는 번거로움에 살짝 게으름의 신호가 찾아오는 때도 있었지만, 당연한 프로그램으로 알고 기다리는 학생들이 있어 동력은 자연스럽게 확보되는 셈이다. 나이가 들어 그런지 갈수록 책을 잡는 빈도가 떨어지는 내게도 그나마 독서에 열중하는 시간을 만들어 주고 있어 고마운 점도 크다.

학생들의 태도는 여전하다. 토론에 처음인 학생도 있고, 학년이 올라가면서 꾸준하게 참여하는 학생도 여럿이지만 교장실로 책을 들고 들어오는 모습은 기대와 긴장감이 섞인 표정들이다. 진지한 자세는 기본이다. 그러한 학생들을 만날 때마다 대견하다는 생각이 반복되곤 한다.

토론에 참여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책을 좋아해서, 교장선생님과의 토론이 기대가 되어서, 진학에 도움을 얻고자, 친구의 권유로 등등 여럿이지만 공통되는 특징도 눈에 들어온다. 실제 토론을 해보면 참여 학생 대부분의 독서량이 풍부하다는 것이 은연중 드러난다. 책을 고르는 수준 또한 제법 높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대중 교양서보다는 고전으로 평가받는 책, 자신의 진로와 연관된 전문서에 근접한 책, 나름대로 책을 읽었다고 생각하는 나로서도 낯선 책이 주종을 이룬다. 과연 다 읽을 수 있을까 싶은 베개 수준으로 두꺼운 책과 환경을 주제로 다룬 책 선택도 꾸준히 이어진다. 덕분에 지난해에는 실천윤리학(피터 싱어), 리바이어던(토마스 홉스), 탄소 중립 시대의 환경정책(김기근 외), 매혹하는 식물의 뇌(스테파노 만쿠스)와 같은 책을 진지하게 읽을 수 있었고, 올해에는 리더 디퍼런트(사이먼 시넥), 하버마스의 공론장의 구조변동 읽기(하상복), 공학이란 무엇인가(성풍현 외), 생각하는 기계(스티븐 위트) 등의 새로운 책을 만나는 기회를 얻었다.

그렇게 책을 통해 새로움을 만나고 열의를 가진 학생들과 토론하는 즐거움을 얻으면서, 한편으론 슬그머니 걱정이 생겨나기도 한다. 독서에 대한 편차가 커져가고 있음을 느낄 때, 부의 양극화 현상을 빗댄 부익부 빈익빈이라는 말이 독서에도 고스란히 적용되고 있지 않은가라는 생각이 들어올 때다. 언론으로 접하는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독서 현황이라든가, 학생들과의 일상적인 대화에서 책 이야기를 꺼내기가 어려워지는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기회가 닿을 때마다 선생님들에게 독서교육을 강조하고 있으되, 긴 줄글보다 짧은 영상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그런 만큼 또 거기에 익숙해져 가는, 인공지능을 통해 가볍고 쉽게 필요한 정보를 얻는 빈도가 늘어가는 현실 속에서, 그럴수록 책에서는 멀어지는 모습을 보며 염려를 가라앉히기가 쉽지 않다. 질 좋은 음식이 건강에 훨씬 도움이 되듯, 깊이 있는 생각과 학습을 위한 독서의 중요성을 부인할 수 있을까. 최소한 퇴직 직전까지라도 학생들과의 독서토론은 계속해야겠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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