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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경희

객원논설위원

선거판을 뒤 흔들어 승리를 쟁취한 전 세계의 여성들 중 가장 화제성이 컸던 인물은 제29대 아르헨티나 대통령 '후안 페론'의 영부인 '에바 페론'이다. 유세장에서 에바 페론은 당차게 외쳤다.

"나는 나의 이름 '에비타'가 아르헨티나의 역사 속에 영원히 남을 것이라 믿습니다."

허황된 바람처럼 여겨졌던 에비타의 희망은 결국 이루어져 21세기 아르헨티나 정계의 역사가 되었다.

천덕꾸러기 사생아로 15세 때부터 연극판을 전전하며 신분상승의 기회를 엿보던 그녀는 1944년 1월, 산후안 화산대지진 재난모금행사장에서 당시 노동복지부 장관이었던 '후안 페론'을 만난다.

당시 에비타는 25세의 꽃다운 배우였고 후안페론은 50세의 상처한 홀아비였다. 출세한 정치인이었으나 원주민과 백인의 혼혈인 메스티조로 태어나 출생콤플렉스가 있었던 후안 페론은 비슷한 결핍을 지닌 에비타와 급격히 가까워진다.

연인이 된 후 두 사람의 윈윈 시너지가 폭발했다. 권력자의 힘을 받아 단숨에 스타의 반열에 오른 에비타는 방송에서 대놓고 후안 페론을 지지하며 후안 페론 지지세력 결집에 일조했다. 유능한 연인 덕에 후안 페론은 부통령직에 올랐지만 군부의 과두정치 비판 발언이 문제가 되면서 정치생명이 위태로워졌다.

후안이 체포 구금되자 연인의 구명을 위해 에비타가 나섰다. 그녀는 전국의 공장을 돌며 빈곤했던 자신들의 과거를 어필하는 전법으로 노동자들을 선동했다. 에비타의 호소에 동조한 수십 만 명의 노동자들이 대규모 총파업을 벌여 후안 페론의 석방을 요구했고, 이에 부담을 느낀 군부는 후안 페론을 석방했다. 불과 구금 5일 만이었다.

석방되자마자 결혼한 두 사람은 자신들을 지지했던 노동자들을 등에 업고 1년 뒤인 1946년 대통령선거에 출마, 52.8%의 득표율로 대통령이 된다.

선거유세에서 절정의 인기 스타였던 에바 페론은 연기력으로 다져진 화려한 언변과 친화력으로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선거무대에서 남편을 대통령으로 만든 에바 페론의 역할은 누가 봐도 조연이 아닌 주연이었다.

퍼스트레이디 에바 페론의 평가는 극과 극으로 갈린다. 파격적인 복지정책을 실행해 서민들에겐 '국민성녀'로 존경 받았으나, 반 페론주의자들에겐 선심성 정책을 남발해 아르헨티나를 말아먹은 '국민악녀'로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세상을 떠난 지금도 그녀는 많은 아르헨티나 국민들의 가슴 속에 살아있다. 시골엔 여전히 에바 페론의 초상화를 벽에 건 집이 많다고 한다.

6·3 지방선거를 맞아 국민의 힘이 막판 보수결집에 총력을 다 하고 있다. 특히 세인의 이목을 끄는 활동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적극적인 유세 지원상황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원등판을 씬스틸러(Scene Stealer) 등장이라고 표현한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주연보다 강렬하게 시선을 잡는 명품 조연배우인 '씬스틸러'처럼 후보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유권자의 마음을 더 많이 사고 있다는 의미일 게다.

장동혁 당 대표가 나설 자리에 박근혜 전 대통령이 등장하는 일이 잦아지자 박근혜 선대위원장이라는 별칭까지 붙었다. 이동학 더불어민주당 전 최고위원은 이번 6·3 지방선거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철저하게 활용 또는 이용당하고 있는 배우'로 활동 중이라고 비판했다. 배우로 활동 중이라는 박 전 대통령이 조연일지 주연일지는 선거결과가 가려줄 일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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