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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6.06.01 16:08:27
  • 최종수정2026.06.01 16:08:27

이정희

수필가

뻐꾹 뻐꾹, 뻐뻐꾹.

오늘도 창밖의 알람 소리에 잠이 깨었다. 이맘 때면 첫새벽부터 극성스럽게 울어쌓는다. 뻐꾹 뻐꾹, 듣기만 해도 신났으니까.

어느 날은 떡국 떡국 소리처럼도 들린다. 옛날 착한 며느리가 있었다. 하루는 빨래를 나간 사이, 부뚜막에 퍼 둔 떡국을 개가 먹어치웠다. 며느리 소행이라고 본 시어머니는 허구한 날 때리며 구박했다. 마침내 쫓겨난 며느리는 굶주림에 지쳐 죽은 뒤 새가 되어 '떡국 떡국'하며 울었다는 것이다.

얼핏 한스러운 새 같지만 내막을 보면 탁란을 위해 남의 둥지를 훔치는 새였다. 탁란은 다른 새의 둥지에 알을 낳아 키우게 하는 일이다. 부화한 새끼가 처음 하는 일은 또 숙주의 알을 둥지 밖으로 밀어버리는 거였다.

아무것도 모르는 숙주새는 발칙한 녀석을 정성껏 먹이고 키운다. 몸집이 크고 생김도 딴판인데 그랬다. 본능일까. 조류는 자기 새끼를 구별하기 어렵다. 먹이를 달라고 짹짹거릴 때마다 자연스럽게 물어다 주는 것을 보면.

제 새끼 죽인 녀석을 키우다니 어처구니가 없지만 모성적 본능이다. 게다가 어미 뻐꾸기는 주변을 맴돌면서 지속적으로 울어댄다. 둥지를 훔친 것도 모자라 주위를 맴돌면서 제가 어미라고, 잊지 말라고 각인시키는 것 역시 뻔뻔하지만 본능이다.

부화한 새끼는 또 숙주 새와 같은 소리를 낸다. 어미나 새끼나 교활하기는 마찬가지다. 남의 둥지에서 편하게 먹고 어지간히 자라면 그때부터 진짜인 척 행세를 한다. 끝내는 어미한테로 갈 테고 다시 또 그 한 살이를 되풀이한다. 특유의 생존방식이었다.

예전에도 아이를 당장 키울 수 없는 처지일 때는 포대기에 싸서 남의 집 대문에 두고 가는 일이 흔했다. 동화에서 또는 드라마에서도 숱하게 보아온 장면이다. 탁란을 일삼는 새라도 모정은 각별할 텐데 어쩌다 남의 둥지를 엿보는 신세가 한스럽고 딴에는 미안해서 목이 터져라 울어대는 것은 아닌지. 탁란의 상징으로 알려졌지만 60%는 직접 새끼를 키운다. 나머지 40% 정도만 얌체 짓을 하는 셈인데 나름 이유도 없지는 않았다. 뻐꾸기를 비롯한 두견이과 새들은 대부분 몸통이 크고 다리가 짧아서 알을 품기가 수월하지 않다. ​

다음은 번식 비용의 절감으로 볼 수 있는 게, 탁란하는 암컷은 육아 부담 없이 한 번식기에 20개 이상의 알을 여러 둥지에 낳을 수 있다. 뻐꾸기를 '나쁜 새'로만 인식하면 탁란의 의미는 식상해질 수밖에 없다.

낯설어 보이는 알을 밀어내거나 하면서 둥지를 지키려는 숙주들의 방어 전략과, 그런 중에도 숙주 알과 비슷한 알을 낳는 등 기를 쓰고 번식하려는 뻐꾸기의 생존본능이 새삼스럽다. 서로 속이고 눈치를 보고 방어하면서 생존을 이어나가는 모습도 자연의 한 단면이었다.

어느 한쪽의 도덕 문제가 아닌, 번식 전략과 방어 전략이 맞물린 자연의 한 부분이었다. 사악한 꾀로 남을 속이는 게 아닌 수천만 년의 경쟁이 빚어낸, 교묘한 생존의 언어라는 것을 숙지하는 셈이다.

불현듯 뻐꾹 뻐꾹, 노래가 또 다시 들려온다. 고향의 여름은 뻐꾸기와 함께 시작되었던 것을. 어릴 적 풍경을 스케치하면서 그 소리를 아득히 산자락에 실어 보낸다. 초여름 뻐꾸기보다 정겨운 새는 달리 또 없었다고 헤아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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