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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규

전 상당고 교장, 현 도산서원선비문화수련원 수련기획실장

세상에나! 차 뽑은 지 3년으로 아직 보증기한도 한참 남은 새 애마가 고장이 났다. 처음에는 노란 경고등 하나 떠서 섬뜩했는데 연이어 다른 사인으로 두 번째 노란 경고등까지 뜨기에 급히 서비스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다행히 주행에 지장은 없다 하여 불안 불안 가는데 증평 자동차 전용도로에 들어서더니 갑자기 엔진 오일 없다는 메시지와 함께 빨간 경고등이 뜨면서 달리던 1차선에서 차가 덜컥 서버렸다. 부랴부랴 다시 시동을 걸어 간신히 1차선에서 2차선으로 간신히 접어들자 또 시동이 푸르르 꺼졌다. 그동안 많은 자동차를 거느려 봤어도 이런 일은 난생처음이라. 아무리 스타트 스위치를 눌러도 시동모터만 걸걸거리고 요지부동이다.

그간 운전하다가 갓길에 차를 세워두고 당황한 표정으로 전화기 붙들고 있는 사람을 많이 봐왔는데 그 사람이 바로 내가 될 줄은 몰랐다. 그것도 하필 퇴근 시간과 맞물려 차 문을 열고 나갈 틈도 없이 차가 빼곡히 늘어선 자동차 전용도로에서람. 백미러로 뒤를 보니 내 차가 병목 현상을 만들어 차들이 2~3KM 뒤의 한참 먼 고개를 넘어 꼬리를 물고 있다. 지침대로라면 트렁크를 열어야겠는데 불현듯 트렁크 속의 짐이 부담스럽다. 그날따라 도산에서 싣고 온 골프백에 옷 보따리랑 잡동사니가 널브러져 있어 아무리 차가 고장 났기로서니 환한 저녁에 이목이 번다한 찻길에서 번연히 드러내기란 민망하다. 결국 트렁크 열기는 포기하고 비상등만 켜고 속절없이 차 안에서 보험사로 부탁한 견인차만 기다리게 되었다.

그런데 자동차 운전하는 사람들의 성품이 참 고약하다. 트렁크를 열지 않은 때문인지 거의 3대에 한 대꼴로 비상등을 깜빡이며 지나가니 차가 밀려 열 받았다는 표시겠고, 대략 5대에 한 대꼴로는 빵빵하고 경적을 누르며 지나간다. 그리고 이따금 위협적으로 닿을 듯 말 듯 차를 붙여 지나가는 사람도 있다. 내 차가 비록 이리 고장 나서 볼품없이 서 있다만 나름 고급이요 비싼 차인데도 위협하듯 운전하는 것을 보면 그 사람도 한 성질 한다. 운전대만 잡으면 사람 심성이 고약해진다더니 못된 사람 참 많다. 누구는 차를 이렇게 세워두고 싶어 이러는 건가. 생각 같아선 차 문을 열고 나가서 선비답게 공수 자세로 길가에 서 있다가 연유를 궁금해하면 예의 바르게 시종을 설명하며 본의 아니게 퇴근길을 막고 정체를 당하게 하여 미안함을 표하고 싶다. 그러나 차가 쫙 깔려 있어 도대체 차 문을 열 틈도 못 잡겠다. 평소 기다리는 것을 잘 못 하던 내가 룸미러로 보니 차 밀린 끝도 안 보이지요. 바라는 견인차는 안 오지요 조바심에 이제는 진땀이 손과 등에 흐름을 느끼며 견인 트럭만 애타게 바라고 있다.

거의 한 시간 남짓 비상등 깜박임과 경적을 떠 덩이 안게 들으며 애를 삭인 끝에 드디어 견인차가 왔다. 기사님은 전문가답게 빵빵거리고 지나가는 차주를 향해 걸 지게 욕도 해 부치며 10여 분도 안 되어 내 차를 견인 트럭에 싣고 서비스센터로 달리는데 입담도 보통 아니다. 새 차가 이러니 기분 나쁘시겠다며 모든 자동차가 고루 불이 나던데 유독 전기차만 언론에 나오는 이유가 무엇인가부터 보험 들 때 무심하게 견인 거리 10KM로 하는데 몇천 원 더 안 드니 60KM로는 해야 한다고 새 정보도 알려주고(그날 견인비 3만 원 더 내고 귀가 즉시 60KM로 거리를 늘렸다), 서비스센터에 도착하여 정비 직원들 모두 나와 서 있는 것을 보고는 차에 문제가 큰 경우에 볼 수 있는 모습이라며 이럴 때는 큰소리 팡팡 쳐야 이 사람들이 더 굽실거린다고 팁도 준다.(선비처럼 살려는 사람이라 그럴 수는 없었고, 실제로 수리 기간만 달포가 걸렸다)

앞으로 길가에 비상등 켜고 있는 차를 보면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위로를 줄지언정 무례하게 위협 기동이나 경적 같은 거는 절대 울리지 않으리.

보통 사람은 당해 봐야 안다. 당해 보지 않고도 알면 현명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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