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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싱 청정지대'는 없다…대학가 피싱 예방 교육이 시급한 이유

  • 웹출고시간2026.06.02 15:00:58
  • 최종수정2026.06.02 15:00:57

권오명

충북경찰청 정보상황계장

"설마 요즘 대학생들이 그런 허술한 사기에 속겠어?" 보이스피싱이나 메신저피싱 기사를 접할 때 흔히 나오는 반응이다.

정보통신기술(ICT)에 익숙하고 똑똑한 젊은 세대는 피싱 범죄의 안전지대에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최근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전체 기관사칭형 보이스피싱 피해자 중 20대와 30대 청년층의 비율이 무려 52%로 절반을 넘어섰다. 특히 1억 원 이상 고액 피해를 본 청년 비중도 급증하는 추세다. 이제 피싱 사기는 고령층만의 눈물을 쥐어짜는 범죄가 아니라,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대학생들의 미래를 송두리째 흔드는 청년 잔혹극이 됐다.

대학생들이 피싱 사기에 취약한 이유는 역설적이게도 그들이 '비대면 금융' 환경과 모바일 세상에 너무나 익숙하기 때문이다. 과거의 어설픈 연변 사투리 수법은 사라진 지 오래다. 최근의 피싱 조직은 개인정보가 담긴 가짜 구속영장이나 검찰 인출 명세서를 실시간으로 만들어 보낸다. 비대면 대출이나 가상자산 거래를 능숙하게 다루는 대학생들의 특성을 악용해, 위조된 보안 앱을 설치하게 하거나 해외 보안 메신저로 매시간 동선을 보고하도록 유도하기도 한다. "수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범죄 공범이 된다"는 정교한 심리적 지배(가스라이팅) 앞에 사회 경험이 부족한 대학생들은 철저히 고립된다. 심지어 자신이 범죄에 연루되었다고 믿고 숙박업소에 스스로를 가두는 이른바 '셀프 감금' 형태의 고액 피해마저 속출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대학생들이 피해자에 머무는 것을 넘어 자신도 모르게 '피의자'로 전락한다는 점이다. 취업난과 고물가 속에서 학비와 생활비를 벌려는 대학생들에게 '당일 지급 고수익 알바', '단순 구매 대행'이라는 달콤한 유혹이 다가온다. 상식 밖의 고액을 제안하는 이 아르바이트의 실체는 피싱 범죄의 말단 조직원인 '현금 수거책'이나 '대포통장 명의 대여'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제로 적발된 보이스피싱 피의자 중 20대 이하가 40%를 웃돈다. 단순 가담이라 할지라도 실형을 선고받거나 금융거래가 제한되어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불가능해지는 치명적인 대가를 치르게 된다.

사정이 이쯤 되면 피싱 사기 예방은 개인의 주의에만 맡겨둘 영역이 아니다. 대학 사회와 교육 당국이 주도하는 '체계적이고 의무적인 예방 교육'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현재 일부 대학에서 진행하는 자율적인 특강이나 안내문 배포 수준으로는 고도화된 범죄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다.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단계에서부터 피싱 예방 교육을 필수 이수 과목으로 지정하고, 실제 발생한 신종 수법과 모의 훈련을 포함한 실전형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

대학 시절 겪는 금융 사기 피해는 단순한 금전적 손실을 넘어, 사회에 대한 극심한 불신과 정신적 붕괴를 초래한다. 청년들의 무지가 죄가 되지 않도록, 그리고 그들의 소중한 시작이 범죄의 먹잇감이 되지 않도록 대학가에 촘촘한 교육적 방어벽을 세워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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