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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6.05.27 15:36:03
  • 최종수정2026.05.27 15:36:02

최승옥

음성문인협회 회원

봄비 내리는 아침, 기차역으로 향한다. 역 광장에는 사람들로 장사진이다. 아는 이가 있을까 주위를 둘러본다. 알음알음 아는 사람도 있고 음성읍 주민이 다 모인 것처럼 많다.

우비 때문인지 광장에는 사람들의 옷이 알록달록 봄꽃이다. 오늘은 새마을금고 주관으로 기차 여행을 가는 날이다. 이번이 다섯 번째 여행이라는데 나는 처음 참여하게 됐다. 내 등에 짊어진 배낭 가방에는 찐 달걀과 과일이 담겨있다. 여행은 뭐니 뭐니 해도 추억의 찐 달걀이 최고이기도 하고, 어렸을 적 엄마의 정성이 그리워 준비했다.

그때도 이맘쯤이다. 엄마는 자식들이 봄 소풍이나 기차 여행을 할 때 찐빵과 찐 달걀은 빼놓지 않고 소풍 가방에 넣어주셨다. 어느 날은 가방 가득도 모자라 또 다른 간식 보따리를 내 손에 들려주었다. 그때는 먹을 것이 흔치 않았는데도 소풍날만큼은 간식을 풍성하게 챙겨 줬다. 나는 가방이 빵빵하고 무거운 것이 싫어 엄마 몰래 마루 밑에 깊숙이 밀어 넣었다. 그리곤 한두 개만 가방에 담고는 골목을 향해 내달렸다. 생각하면 참으로 철딱서니라고는 찐 달걀 무게만도 못했다.

달뜬 기분을 안고 사람들 틈에 끼어 일행과 탑승구로 나갔다. 평소 타고 다니던 일반 기차와는 확연히 다르다. 배정받은 1호차에 올라 좌석을 찾아 앉았다. 총 11호까지 있는 열차인데 칸마다 화면이 설치돼 있다. 이 기차는 학생들이 수학여행을 가거나 큰 회사에서 세미나 겸 여행을 갈 때 이용하는 '교육기차'다. 음성에 역이 있기에 가능했을 것이겠지만 아이디어를 잘 짜낸 것에 의아했다. 짝꿍은 어느새 탁자를 펼치더니 찐 달걀과 과일, 은은한 아메리카노로 한 상 차려놓는다. 창밖은 비가 차창을 두드리고 있다. 카페에 앉아 풍경을 감상하는 기분이다.

화면을 통해 진행자가 마이크를 잡자 웅성거리던 소리가 일순간 조용하다. 트레이 열차 탑승을 타신 분들을 환영한다며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일정을 안내하며 톡톡 튀는 말솜씨로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진행자에 따라 박수를 치기도 가위바위보 놀이를 하다 보니 열차는 어느새 동해역에 다다랐다. 그새 비기 그쳤다.

묵호항 바닷바람이 시원하다. 탁 트인 에메랄드빛 바다, 파도가 우리를 반겨 주는듯하다. 해랑 전망대를 향하는 길은 파란 하늘에 구름이 떠 있어 하늘을 걷는 듯하다. 가파른 언덕에 올라서자, 도깨비 모형과 방망이 모형으로 포토샵을 만들어 놓았다. 울퉁불퉁한 도깨비 머리와 불룩 튀어나온 코앞에서는 어디선가 '쿵' 하고 방망이를 들고 도깨비가 나타날 것만 같아 미소가 절로 나왔다. 시원한 바다 풍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바닷길을 걷는다. 도깨비방망이로 형상화하여 만든 해상 보도가 유리 바닥으로 되어있어 아찔하다. 바다를 걷는듯하면서 오금이 저려 뒷골이 서늘할 지경이었다.

오늘의 여행은 이색적인 경험이었다. 돌아오는 기차에서 배낭에 남긴 찐 달걀과 커피를 탁자위에 올려놓는다. 입 안 가득 달걀을 넣고 오물거리는 서로의 표정이 익살스러워 소리 내어 웃는다. 얼굴에는 게임으로 붙인 노랗고 흰 꽃 스티커가 석양과 함께 봄꽃으로 물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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