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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6.05.20 14:34:56
  • 최종수정2026.05.27 15:37:33

이정균

시사평론가

나의 기억으론 내게 투표권이 부여된 이래 기권을 해 본 적이 없다. 자질이나 능력 면에서 비교우위의 후보를 발견하지 못하면 어떻게든 사소한 명분을 굳이 찾아내 한 표를 행사했다. 때로는 어느 후보를 낙선시키기 위해 상대 후보를 지지하는 방법으로라도 기를 쓰고 투표했다.

***덜 나쁜 후보 찾을 수 없어

근데 이번 충북도지사 선거는 무효표를 던질 예정이다. 민주당 신용한 후보와 국민의힘 김영환 후보 가운데 한 명을 선택하는 일이 매우 곤혹스럽다. 두 후보를 아무리 점검해 봐도 손이 가는 인물이 없다. 투표의 의무에 떠밀려 누군가를 찍었다가 두고두고 후회하고 싶지 않다. 이건 지극히 나의 개인적인 생각이다. 다행히 충북교육감, 충북도의원, 청주시장, 청주시의원 선거에 투표할 후보는 정해 놓았다.

투표는 최선이 아니라 차악을 선택하는 것이라고 한다. 더 좋은 후보가 없으면 덜 나쁜 후보를 고르라는 얘기다. 두 명의 충북도지사 후보 중에 누가 덜 나쁜지를 나는 분간하지 못하겠다. 만약 제3의 후보가 출마했다면 그를 덜 나쁜 후보로 간주했을 것이다.

충북도지사 후보 모두 정치적 배신자 소리를 듣는다. 배신자에겐 정체성과 진정성에 대한 의문부호가 항상 따라 붙는다. 기호 1번 신 후보는 국민의힘 계열 정당~바른미래당~국민의힘~민주당으로 왔다 갔다 했다. 이 과정에서 국힘 계열 청주흥덕 국회의원 후보 경선 패배, 국힘 계열 당내 대통령 후보 경선 패배, 바른미래당 후보로 충북도지사 선거 낙선, 국민의힘 윤석열 대통령직 인수위원, 민주당 청주청원 국회의원 후보 경선 패배를 기록했고 이후 민주당 충북도지사 후보로 선출됐다. 정치권은 이런 사람을 정치 철새이자 배신자라고 표현한다.

신 후보가 내세우는 주요 경력이 대통령직속청년위원장인데 2014~2015년 박근혜 대통령 시절의 직함을 민주당 충북도지사 후보 경선에서도 대표 경력으로 사용하다가 당내 경선 예비후보들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았다. 지난 2월 민주당 노영민·송기섭·한범덕 충북도지사 예비후보는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신 예비후보가 사용한 경력은 그의 인생과 정치의 방향을 압축해 보여주는 정체성이자 당의 정체성을 흔들고 당원의 자존심을 훼손한 행위"라고 맹폭했다. 나는 이 주장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기호 2번 김영환 후보는 민주당 계열 정당~국민의당·바른미래당~국민의힘 계열로 왔다 갔다 했다. 민주당 계열에서 국회의원 4선, 과학기술부장관, 바른미래당 후보로 경기도지사 선거 낙선, 국민의힘 계열 경기고양 국회의원 선거 낙선, 윤석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특별고문 등을 지내고 국민의힘 후보로 충북도지사에 당선됐다. 역시 정치 철새이자 배신자로 불린다.

김 후보는 충북도지사 재임 시절 여러 차례 논란을 빚었는데 역대 도백 가운데 김 후보처럼 임기 내내 비판에 시달린 전례가 없다. 친일파 자칭 발언, 산불 기간 술자리, 개인 채무 관련, 오송 참사 실언 및 부실 관리 논란, 주민소환 운동과 국정조사, 중대재해처벌법 재수사 요구, 국회 위증 혐의 고발, 돈 봉투 수수 의혹 등 본인의 언행으로 비롯된 수많은 이슈에 언론과 시민사회로부터 끊임없이 질타를 받았다. 공천 배제, 경찰의 구속영장 신청과 검찰의 영장 반려, 법원의 공천 배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인용 등을 거쳐 국힘 충북지사 후보가 됐다.

***한 번 배신자는 다시 배신

유난히 부침 심하고 변동성 큰 대한민국 정당사에서 몇 번의 탈당과 입당은 흉이 되지 않을 수도 있으나 원칙과 소신을 지킨 정치인이 훨씬 더 많다. 한 번 배신자는 다시 배신하는 곳이 정치판이라는 게 나의 견해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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