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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6.05.20 14:36:29
  • 최종수정2026.05.20 14:36:29

김일복

수필가

인간의 몸은 시간을 통해 치유와 소통한다. 서로 소통하고 감정을 나누면 마음이 비워진다. 이른 아침 나는 친구가 사는 아파트 현관 뒤로 발걸음을 옮겨간다. 친구 이름을 몇 번이고 불렀다. 무표정한 얼굴로 익숙하게 걸어왔다. 나는 손을 잡고 "밥 먹었어, 인사해야지"라고 말했다. 대답이 없다.

한 번도 지각없는 시계 같은 친구다. 옷깃을 여미는 추운 날에도 티셔츠를 즐겨 입는다. 나는 "춥지 않아 따뜻하게 잠바를 입었으면 좋겠어"라고 말해도 아무런 대답이 없다. 불안을 숨기려는 건 아닌지, 누구에게 혼날까 봐 숨어 있었던 건 아닌지 알 수는 없다. 나는 제일 먼저 친구의 몸 상태와 기분을 수색한다. 그리고 반갑다는 듯이 손뼉을 두어 번 친다.

나는 센터에 도착하면 친구의 손을 잡는다. 손바닥 전체에 굳은살이 딱딱하게 배어 있다. 수시로 손뼉을 치며 뛰어다니니 그럴 만도 하다. 그러다 흥분하면 가슴을 치며 혼잣말로 "괜찮아, 괜찮아" 하면서 점프하며 손뼉 친다. 누구에게 향한 말인지 모르지만, 그 손뼉은 분명한 언어가 있다.

그만해도 될까요· 라며 말해도 소용이 없다. 시끄러운 공간에서는 더 심하게 뛴다. 이런 날은 손뼉 치는 세기가 더욱 세차다. 기쁨을 누리고 있는 거다. 나는 세찬 소리를 오래 듣는다. 내 친구는 세상을 향해 손뼉 치고 있다는 생각이다.

친구의 손바닥엔 건강한 자기 세계가 담겨있다. 어떤 이는 세상살이가 힘들다고 불평불만이나 재수 탓을 하지만, 친구는 그렇지 않다. 힘들고 어려울 때도 손뼉을 치고, 마음이 불안하고 산란할 때도 손뼉을 친다. 때로는 이유 없이 손뼉이 아닌 가슴을 쳐서 시퍼런 멍이 표징으로 남는다.

손뼉을 치기 위해 아침을 기다린다. 새로운 시작의 설렘과 불안으로부터 나를 돌보기 위한 자기감정의 표현이다. 그리고 손바닥이 부딪히는 순간, 짜릿함과 기쁨이 다시 숨 쉬게 하여 더 세게 손뼉을 쳐 굳은 달덩이가 만들어졌나 보다.

그렇게 시간은 상처만 주고 가는 게 아니라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법을 알려준다. 이유 없이 손뼉을 치며 이유 없이 기쁘고 행복할 때도 있지만, 자기 행동을 통해 존재 의식을 평화롭게 드러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을 조금 덜 원망하며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모양이다.

내 친구는 편식이 심하다. 밥을 남기지 않도록 시간이 걸려도 좋아하는 반찬을 올라가며 최대한 식사량을 늘려 보지만 딸기 우유만 먹는다. 차려진 밥상에 대해 투정 한번 없다. 손뼉 치며 뛰어다녀 허기가 질 텐데, 항상 소식하는 걸 보면 비움의 성숙이 허기를 채우는 것 같다.

나는 지루하지 않도록 손뼉 치며 말한다. "친구가 웃으면 나도 기분이 좋아, 그러니 같이 손뼉 치고 뛰고 점프하면서 소리를 질러 보자." 역시나 대답은 없다. 햇빛이 더 길어지는 날 나는 친구의 손을 잡고 호흡을 맞춘다. 말보다 더 알아듣는 침묵은 몸이 먼저 안다.

추운 겨울이 밀려나고 있다. 내일 아침에도 101동 앞에서 아직 차오르지 않은 달 하나를 기다리며 기도한다. 따뜻한 봄날에 조금 부드럽게 손뼉 치며 소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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