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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6.05.18 15:18:48
  • 최종수정2026.05.18 15:18:48

최은희

청주복지재단 상임이사

고립을 드러내는 시대적 문법은 다르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노르웨이의 숲'은 1960년대 말 도쿄를 배경으로, 청년들이 마주한 깊은 상실감과 외로움을 그렸다. 각 인물들은 철저히 홀로 존재하며 일부는 상실과 고립의 고통을 이기지 못한 채 스스로 세상과의 끈을 놓는다.

반면, 사회학자 노리나 허츠(Noreena Hertz)는 '고립의 시대'를 통해 고립을 단순히 '혼자 있는 상태'를 넘어, 신자유주의적 무한 경쟁과 각자도생의 문화가 낳은 '구조적 질병'으로 진단한다. 공동체가 해체되고 각자가 생존을 위해 서로를 밀어내는 구조 속에서, 인간은 사회적 지지기반을 잃고 극단적인 외로움으로 내몰린다고 하였다. 하루키의 고립이 시대의 허무가 낳은 '정서적 방황'이었다면, 허츠의 고립은 시스템이 방치한 '사회적 위험'인 것이다.

디지털 전환의 시계가 급격히 빨라지면서 우리는 점점 더 '혼자의 세계'에 살고 있다. '국민 삶의 질 2025' 보고서에 따르면 사회적 고립도가 33%로, 2019년(27.7%)에 비해 눈에 띄게 악화되었다. 이 숫자는 SNS 타임라인은 수많은 관계의 가지로 무성하지만 관계의 밀도는 낮아 그 누구와도 온전히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는 '연결된 고독'을 드러낸다. 고독사 역시 매년 증가(2017년 2,412명 → 2024년 3,924명)하여 하루 평균 10여명의 이웃이 아무도 모르게 숨을 거둔다. 이들 모두 처음부터 단절을 원했던 것은 아닐 것이다. 그저 세상에 내밀 마지막 힘조차 남아있지 않아 고립의 숲에서 길을 잃은 것이다.

이러한 임계점에서 정부는 지난 5월 13일 고독사 예방 협의회를 통해 보건복지부 제1차관을 '사회적 고립 전담 차관'으로 지정하였다. 정책의 패러다임을 '사후적 고독사 방지'에서 '사회적 고립 예방'으로 전환하겠다는 의지이다. 우리 사회의 외로움이 개인의 심리적 영역을 넘어 '사회적 재난'이 되었음을 공식 인정한 것이다. 이는 2018년 영국이 세계 최초로 '외로움부(Ministry for Loneliness) 장관'을 임명한 이래, 우리 정부 역시 고립 문제를 국가적 아젠다로 격상시켰음을 의미한다.

그동안 청주시는 사회적 고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독사 위험군의 밀착 안부를 확인하는 '빨래해드림', 안심 먹거리 지원 '촌데레 밥상' 등의 사업과 청년 대상 가상회사 프로그램 등을 추진하고 있다. 더불어 청주복지재단은 청주시 중장년층 사회적 고립 예방 기본계획을 수립 중이며, '사회보장특별지원구역사업'으로 지역공동체를 활성화하여, 고립자들이 봉사자로서 다시 새로운 인생 이야기를 써 내려가도록 함께 활동하고 있다.

사회적 고립은 단기간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다층적이고 복합적인 문제이기에 장기적인 접근이 필요하며, 의사의 '사회적 처방(Social Prescribing)'처럼 사회적 관계회복을 통해 위험을 줄일 수 있다. 고립을 국가적 아젠다로 다루는 만큼, 전 생애주기에 걸쳐 '물질적 복지'를 넘어 '관계의 복지', 즉 '사회적 연결'로 나아가야 할 때다. 이를 위해 민·관·학을 아우르는 유관기관 네트워크를 공고히 구축하고 함께 청주시만의 선도적인 사회적 연결 모델을 정립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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