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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남

수필가

연둣빛 속에 들어왔다. 야트막한 산길이 나뭇잎들로 터널을 이루어 걷다 보면 연두 물이 내게 스며드는 것 같다. 숲을 어루만지던 햇볕이 듬성한 나뭇잎 사이로 눈 맞추고, 새들의 노랫소리가 정적을 깨운다. 오월의 숲, 나무들은 하루가 다르게 새잎을 늘려가고 있다. 누군가 앉았다 떠난 의자에 가만히 앉아 계절이 펼쳐놓은 싱그러움에 마음을 얹어 놓는다.

앙증맞은 작은 꽃들이 눈에 띈다. 사시랑이 같은 줄기를 세우며 저마다의 색으로 꽃을 피운 풀꽃들이 볼수록 어여쁘다. 벙싯벙싯 꽃 몽우리를 터트리며 사람들을 불러내던 벚나무는 꽃잎 진 자리에 어느새 열매를 맺어 동글동글 살찌우는 중이다. 긴 겨울을 견디고 꽃들은 화르르 피었다가 시든 꽃잎을 미련 없이 떨구었다. 산수유, 진달래가 피었던 자리에 연한 이파리가 그들의 무늬를 만들며 제법 살이 오르고 빳빳해 보인다. 오월 중순, 봄이 슬며시 비켜서고 초여름이 조급하게 자릴 잡을 태세다. 숲은 파란 하늘이 캔버스라도 되는 양 연두색 바탕 위에 어제도 오늘도 녹음 綠陰을 덧칠하느라 바쁘다.

오월엔 마음 줄 곳이 많다. 근로자를 생각하는 날, 어린이들이 씩씩하고 올바르게 자라도록 마음 써 주어야 하는 공휴일이 있다. 어버이 은혜에 감사하고, 스승의 은혜를 기억하는 날도, 성년이 됨을 기념하는 날 또한 오월에 들었다. 외에도 특별한 날들이 더 있다. 가까이 있어 소홀할 수 있고 늘 옆에서 부대끼며 살아가는 소중한 사람을 평소와는 달리 이날만큼은 고마움을 표현하자는 감사의 달이다.

지난 어버이날 아들, 며느리들이 손주, 손녀를 앞세워 영상통화로 대화를 나누었다. 아이들의 말 한마디, 재롱떠는 모습을 보며 즐거웠다. 기쁘고 행복한 마음 한 편엔 왠지 쓸쓸함을 떨칠 수가 없었다. 이제 자식으로서 전화를 걸어 안부 인사를 드릴 분도, 맛있는 음식을 사드릴 부모님도 안 계시니 마음 한구석이 공허했다. 지난가을 시어머니의 첫 기일 때보다 더 허전한 날이었다.

어버이날이 다가오면 친정 부모님과 시부모님께 감사한 마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마음이 쓰였다. 형편이 넉넉하면야 용돈이라도 넉넉히 드리면 자식 된 낯도 서고 부모님들 기쁘게 해 드릴 것 같았다. 사정이 그렇지 못하니 이리 재고 저리 재다 보면, 친정 부모님은 늘 뒷전이었다. 무엇보다 부모는 자식 얼굴 한 번 더 보고, 소박한 음식이나마 같이 먹으며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게 효도인데 실천하지 못했으니 말이다.

조용한 숲이 분주해졌다. 나무 위에 새로운 보금자리를 만드느라 박새 두 마리가 부지런히 자재를 물어 나른다. 곧 알을 낳고 새끼를 부화시킬 모양이다. 저들도 알에서 깨어나 이 숲에서 어미 새의 보호를 받고 자랐을 터이다. 이제 둥지를 틀고 그들도 곧 어미 아비가 되려는 듯하다. 그러고 보니 숲을 이루는 자연, 숲에 터전을 삼은 새들과 우리의 삶도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삼사십 년 세월이 엊그제 일 같다. 한 가정을 꾸리고 자식을 성장시켜 사회에 내보내는 일이 때론 버겁기도 했지만 그래도 그 시절이 오월과 같은 푸르른 숲이었다. 부모님이 계시던 자리, 우리가 머물던 오월, 그 자리에 이제 자식들이 부지런히 삶을 일구어 가니 감사함에 가슴 벅찬 오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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