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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6.05.17 15:20:27
  • 최종수정2026.05.17 15:20:27

송용섭

KOPIA 에티오피아 센터 소장, 교육학박사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에서 비쇼프투 농업연구센터로 향하는 차창 밖 농촌 들녘은 평화롭기만 하다. 하지만 이곳에서 농업은 단순한 산업이 아니라 생존과 직결된 삶의 방식이다. 그 중심에 서 있는 청년과 여성의 현실을 들여다보면, 이 나라 농업의 미래가 결코 낙관적이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우선 에티오피아는 인구 구조상 청년 비중이 매우 높은 국가다. 10~29세의 청년 비중은 42%로 전체 인구의 1/3~1/2이며, 이 중 70~80% 정도가 농촌에 거주하고 있다. 이렇게 농촌에 많은 청년이 있지만, 정작 농업을 미래 직업으로 선택하는 비율은 극히 낮다. 토지는 부족하고, 수익성은 불안정하며, 기술과 자본에 대한 접근도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농업은 중요하지만 '희망 있는 직업'으로 보이지 않는 것이다. 그 결과 청년들은 농촌을 떠나 도시로 이동하거나 타 직종에 종사하는 경우가 대다수로 농업의 지속 가능성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농촌 여성의 상황은 또 다른 방식으로 복잡하다. 가사 노동 전담은 물론 작물을 파종하고 수확하며, 가축을 사육하고 시장에 출하하는 일까지 도맡아 하며 농업 노동력의 약 70%를 차지할 정도로 실질적인 농업 경영자다. 그런데도 토지 소유권, 금융과 교육, 기술 접근성은 물론 의사결정 권한이 낮다. 일은 많이 하지만 결정 권한은 낮은 구조 속에서 여성의 생산성은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고, 이는 곧 국가 전체의 농업 효율성 저하로 이어진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에티오피아 정부는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양성평등 추진 예산을 도입해 여성의 참여를 확대하고, 청년을 대상으로 농업 창업과 기술 교육을 지원하고 있으며, 협동조합 참여를 장려하고, 시장 접근성을 개선하려는 노력도 이어지고 있으나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이 시점에서 유사한 환경에 있는 다른 아프리카 국가들의 사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케냐의 경우는 청년을 농업 혁신의 주체로 끌어들이고 정부와 민간이 협력해 디지털 농업 플랫폼 구축, 농업 스타트업 지원, 직업훈련 프로그램 등을 확대하면서 농업을 비즈니스로 재정의했다. 특히 모바일을 활용한 시장 정보 제공과 금융 접근성 개선은 청년층의 참여를 유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농업을 낙후 산업이 아닌 성장 산업으로 인식시키는데 일정 부분 성공한 셈이다.

르완다는 농업 정책에서 여성의 권리 강화를 비교적 성공적으로 추진한 국가로 평가받는다. 토지 등록 제도를 개혁해 부부 공동명의 등록을 확대하면서 여성의 토지 접근성을 실질적으로 개선했다. 그 결과 여성의 투자 의욕과 생산성이 함께 높아졌고, 이는 농업 전반의 효율성 향상으로 이어졌다.

이 두 사례는 공통으로 중요한 교훈을 던진다. 제도적 장벽을 실제로 낮추는 구체적인 개혁이 필요하다는 점이며, 청년과 여성을 단순한 지원 대상이 아니라 투자 대상으로 바라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에티오피아의 정책이 올바른 방향을 향하고 있지만 토지 제도, 금융 시스템, 교육 기회의 불균형 같은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정책은 선언적 수준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특히 청년이 농업에서 미래를 발견하지 못하고, 여성이 여전히 의사결정에서 배제된다면 농업의 지속 가능성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청년과 여성은 에티오피아 농업의 현재이자 미래이다. 여성은 식량 생산과 가정의 영양을 책임지는 주체이며, 청년은 디지털 기술과 시장 개척을 통해 농업 혁신을 이끌어 가야 한다. 기후변화와 같은 새로운 도전에 직면한 상황에서, 이들의 참여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따라서 필자는 청년과 여성이 농업 혁신의 주체로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4-H회와 생활개선회의 도입을 제안해 본다.

농업은 사람이 이끌어 가는 산업이다. 그리고 그 사람들 가운데 가장 중요한 이들이 바로 청년과 여성이라는 사실을, 한국의 농업, 농촌 발전 과정에서 여실히 증명하고 있듯이 에티오피아도 올바른 정책과 실행으로 증명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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