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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우의 그림 이야기 - 이순신 장군 동상과 조각가 김세중

  • 웹출고시간2026.05.14 14:52:54
  • 최종수정2026.06.11 14:29:07
클릭하면 확대이미지를 볼 수 있습니다.

이순신 장군 동상

ⓒ 연합뉴스
우리나라 수많은 조각 작품 중에서 사람들이 많이 봤고 앞으로도 많이 볼 것은 무엇일까. 아마 광화문 앞에 앉아 계신 세종대왕 동상과 그 앞에 큰 칼을 옆에 차고 서 계신 이순신 장군 동상일 것이다. 세종대왕상은 필자가 대학 시절 미술을 배웠던 김영원 조각가(1947년생, 충북대, 홍익대 교수 역임)의 작품이고, 이순신 장군상은 서울대학교 교수였던 김세중(1928~1986)의 작품이다. 올해 4월에는 생존 작가로는 드물게 김해에 시립 김영원 미술관이 개관했는데, 미술관 안에 광화문 앞에 있는 세종대왕상과 같은 작품이 설치됐다는 소식을 접했다.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동상은 1968년에 건립됐다. 이 동상은 한국인이 가장 존경하는 위인 중 한 명인 충무공 이순신을 기리는 작품으로 서울의 대표적인 랜드마크 중 하나가 됐다. 동상 높이는 6.5m이며, 기단을 포함하면 총 높이 17m에 이른다. 입상(立像)형태로 오른손에는 5m에 달하는 큰 칼을 쥐고 있고, 시선은 아래를 지긋이 내려다보고 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월전 장우성(1912~2005)이 그린 현충사 내 이순신 장군 표준영정은 부드럽고 인자한 인상을 주는 것과 달리 이 동상의 이순신 장군은 눈매가 날카롭고 매섭다. 그래서 동상을 제작한 김세중의 얼굴과 닮았다는 구설수에 올랐다. 이에 대해 김세중 측은 "예술가들은 작품에 자기 얼굴을 은연중에 투영하기 마련"이라 답변했다. 이 답변이 충분히 설득적이진 않지만 한편으로는 정답이 없는 문제에 '맞다' '틀리다' 논쟁을 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할 수도 있다.

광화문광장이 조성된 이후 1968년 설치된 이순신 장군상 뒤에 2009년 세종대왕 동상이 세워졌다. 마치 이순신 장군이 앞에서 세종대왕을 지키고 세종대왕이 뒤에서 이순신 장군을 바라보는 듯한 구도가 연출됐다. 세종대왕과 이순신 장군은 한국인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각각 문(文)과 무(武)를 상징한다. 이 두 동상이 함께 서서 문무의 조화를 상징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광화문 앞에 이순신 장군 동상을 처음 세운 것은 박정희(1917~1979) 대통령의 아이디어였다. 당시 광화문 뒤에 있던 일제의 잔재인 중앙청(구 조선총독부 청사)을 철거하기엔 많은 시간과 비용이 예상돼 박 대통령은 일본이 가장 두려워할 인물을 상징하는 동상을 세워 일제의 이미지를 희석시키고자 했다. 이 동상 뒷편 동판에는 '박정희 헌납'이라는 글씨가 뚜렷이 새겨져 있다.

이 동상의 조각적 특징은 기념비적 상징성에 있다. 형상을 단순히 사실적으로 표현한 것이 아니라 인물이 지닌 역사적 의미를 강조했다. 바다를 지킨 이순신 장군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동상 근처에 분수대가 설치됐다고 한다.

이순신 장군상을 만든 김세중은 경기도 안성 출신으로 서울대학교 미술대학과 대학원에서 조각을 공부했다. 이후 모교에서 교수(미술대학 학장)로 재직하며 교육자로도 활발히 활동했다.

1963년 뉴욕에서 열린 국제조형미술협회 정기총회에 한국 대표로 참석했으며 국전 심사위원, 한국미술협회 부이사장, 국립현대미술관장 등을 역임했다. 그의 대표작으로는 광화문 앞 이순신 동상 외에 국회의사당 앞 애국상, UN탑, 남산 유관순 열사상 등이 있다.

김세중의 부인은 시인으로 유명한 김남조(1927~2023, 숙명여대 교수 역임)이다. 2023년에 별세해 김세중보다 거의 40년 가까이 더 오래 살았다. 독실한 천주교 신자였던 김세중은 원래 프랑스에서 종교미술을 공부할 계획이었으나, 1950년 발발한 6·25전쟁으로 유학을 포기했다. 창원으로 피난 가 고등학교 미술 교사로 일하던 중, 같은 학교 국어 교사였던 김남조 시인을 만나 결혼했다.

김세중은 교육자이자 작가로 많은 복을 누렸지만 1986년 58세의 젊은 나이에 국립현대미술관장 재직 중 과로로 세상을 떠났다. 장수하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 김남조 시인의 숙명여대 제자이자 김세중과 친분이 있던 시인 신달자(1943~ )는 "선생님은 몸이 아파도 너무 열심히 일하셨어요. 좀 쉬시라고 하니까 '어떻게 그만두냐'고 하셨고, 계속 일하시다가 돌아가셨어요"라며 아쉬워했다.

서울 용산구 효창동에는 김세중 미술관이 있다. 작가의 치열한 삶과 예술혼을 기리기 위해 설립된 이 공간은 원로 작가들의 전시뿐만 아니라 유망한 청년과 중견 미술가들의 전시도 지원한다. 이 미술관은 김세중과 시인 김남조 부부가 살던 집을 리모델링해 개관했으며 전시실과 야외 조각실, 세미나실, 카페 등이 있다. 미술관 중앙에는 수백 년 된 참나무가 있는데 작가가 거주하던 집에 있던 나무를 그대로 살린 것이다.

1968년 이순신 장군 동상이 세워진 후에도 "칼을 오른손에 쥐고 있는 것은 항복하는 모습이다", "칼이 일본도이다", "갑옷은 중국 갑옷이다", "기단에 누워 있는 북이 누워있다",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한다" 등의 논란이 있었다. 그러나 58년간 단 한 번도 앉지 않고 오늘도 광화문 앞에서 대한민국을 지키고 있다. 머리 숙여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이동우

미술관장·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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