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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6.05.18 17:51:51
  • 최종수정2026.05.18 17:51:50

박재우

한국농어촌공사 보은지사장

우리의 일상은 늘 선택과 판단의 연속이다. 같은 상황을 바라보더라도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진다. 특히 청렴의 문제는 개인의 감정이나 관계보다 객관적인 사고와 판단 위에서 결정되어야 한다.

청렴 교육이라고 하면 보통 청탁금지법, 행동강령, 이해충돌방지 제도와 같은 법과 제도 중심의 교육을 먼저 떠올린다. 이러한 교육은 공직자가 반드시 알아야 할 기준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무엇이 허용되고 무엇이 금지되는지, 어디까지가 가능하고 어디서부터 위반인지를 분명하게 알려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 업무 현장에서 판단이 흔들리는 순간은 법을 몰라서 생기는 경우만은 아니다. 많은 경우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감정, 선입견 같은 요소들이 개입되면서 객관적인 판단에서 조금씩 멀어진다. 기준은 알고 있지만 친분이나 호불호, 조직 분위기와 같은 보이지 않는 요소들이 판단을 흐린다. 자기 자신을 객관화하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자칫하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 주관의 함정에 빠지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생각나는 두 인물이 있다. 소설 '아몬드'의 주인공 윤재와 드라마 '비밀의 숲'의 검사 황시목이다.

윤재는 태어날 때부터 뇌 속 편도체 기능이 약해 감정을 거의 느끼지 못한다. 덕분에 그는 사람을 바라볼 때 호불호나 편견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문제아로 낙인찍는 '곤'이라는 아이조차 윤재는 편견 없이 있는 그대로 바라본다. 많은 사람에게 곤은 피해야 할 대상이지만, 윤재에게는 그저 한 사람일 뿐이다.

황시목 역시 감정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인물이다. 어린 시절 뇌수술 이후 감정을 거의 느끼지 못하게 된 그는, 권력이나 인간관계에 흔들리지 않고 사실과 원칙을 중심으로 판단한다. 자신을 뒷조사했던 검사조차 특임팀에 포함시키는 장면은, 개인적인 적대감보다 역할과 능력을 우선하는 그의 기준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두 인물은 서로 다른 이야기 속에 등장하지만 공통점이 있다. 감정에서 한 걸음 떨어진 자리에서 상황을 바라본다는 점이다.

물론 현실의 우리는 윤재나 황시목처럼 감정에서 자유로운 존재가 아니다. 관계를 맺고 감정을 느끼며 살아가는 인간이기에 판단은 쉽게 흔들린다. 그래서 청렴은 개인의 의지에만 맡길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감정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감정에서 잠시 한 걸음 물러서는 노력이다.

윤재의 편견 없는 시선과 황시목의 원칙 중심 판단이 때로는 부럽게 느껴지는 것도 그 때문이다. 비난과 불안, 관계의 압력 속에서 우리는 쉽게 타협하고, 어느 순간 객관적 기준보다 감정이 먼저 앞서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법과 제도는 이미 판단의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그 기준을 해석하고 적용하는 것은 결국 사람이다. 그렇기에 청렴 교육 역시 법과 제도를 전달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왜 객관적인 판단이 필요한지, 공정한 시선이 왜 중요한지를 함께 고민하게 하는 교육이 있어야 한다.

한국농어촌공사 보은지사는 기존 청탁금지법 교육과 더불어, 문학과 드라마 속 공정성과 객관적 시선을 벤치마킹한 청렴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작품 속 인물들의 갈등과 판단 과정을 교육 자료로 활용함으로써, 직원들이 공정한 판단의 중요성을 자연스럽게 고민하고 체감할 수 있도록 했다.

"왜 객관적인 판단이 필요한가"를 함께 생각해보는 이 과정은 청렴 마인드를 높이고 원칙 중심의 조직 문화를 만들어가기 위한 노력이다. 청탁금지법과 행동강령이 청렴의 기준을 알려준다면, 문학과 드라마는 그 기준을 지켜내기 위해 왜 객관적인 시선이 필요한지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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