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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6.05.13 15:42:57
  • 최종수정2026.05.13 15:42:57

윤진영

세명대 상담심리학과 교수

대학교 2학년인 소연이는 전공 수업의 팀 프로젝트에서 발표를 담당하게 됐다. 수업 전부터 자료를 꼼꼼히 읽고 대본을 만들어 시연을 해보기도 하며 철저히 발표를 준비했다. 발표 날 대부분의 친구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경청하는 분위기였고, 교수님의 평가도 긍정적이었다. 발표를 마친 후 많은 박수를 받기도 했다. 그런데 한 친구의 말이 계속 마음에 걸렸다. 그 친구는 "중간에 설명이 조금 빨랐던 것 같아"라고 말했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소연이는 머릿속은 복잡했다. '역시 나는 발표를 못하나봐.', '다른 애들도 속으로는 별로라고 생각했을 거야.', '교수님도 실망한 건 아닐까·' 등의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그날 이후 소연이는 다음 발표 과제가 걱정되어 잠을 설쳤고, 수업 시간에도 다른 친구들의 시선이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분명 잘한 부분도 있었지만, 소연이의 머릿속에는 '설명이 빨랐다'는 한마디만 남은 것 같았다.

소연이의 모습은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만나는 '생각의 오류'를 보여준다. 인지치료를 제안한 아론 벡(A. Beck)은 사람들이 주변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기보다 자신의 경험과 감정에 따라 왜곡해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하며, 사건의 의미를 해석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류를 인지 왜곡이라고 지칭했다. 사람들이 보이는 인지 왜곡은 다양하다. 사건의 의미를 성공 아니면 실패, 칭찬 아니면 비난처럼 이분법적으로 해석하는 '흑백논리적 사고'나 특수한 경험으로부터 일반적인 결론을 내리고, 그 결론을 무관한 상황에까지 적용하는 '과잉일반화'는 대표적인 인지 왜곡이다. 소연이의 경우는 '정신적 여과'의 오류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여러 정보 중 일부만 선택적으로 받아들이고, 그것이 마치 전체를 의미하는 것처럼 해석하는 것이다. 소연이는 교수님과 대부분의 친구들이 보인 긍정적인 반응보다 한 친구의 부정적 피드백에만 주의를 기울였다. 그 결과 자신의 발표를 실패한 것으로 평가하게 된 것이다. 이 외에도 사건의 의미나 중요성을 실제보다 지나치게 확대하거나 축소하는 '의미확대와 의미축소', 자신과 무관한 사건을 자신과 관련된 일로 받아들이는 '개인화', 충분한 근거 없이 다른 사람의 마음을 제멋대로 추측하고 단정하는 '독심술의 오류' 등이 있다.

이러한 인지적 오류는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다. 문제는 부정적인 생각이 떠오르는 것 자체가 아니라 생각을 사실로 믿어버리는 순간에 있다. '설명이 조금 빨랐다'는 말은 발표의 일부에 대한 피드백일 수 있다. 그러나 소연이의 마음속에서는 '나는 발표를 못한다', '사람들이 나를 무능하다고 평가한다'는 결론으로 확장되었다. 이러한 인지적 오류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자동적으로 떠오르는 생각을 잠시 멈추고, 자신의 생각을 한 걸음 떨어져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내가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있지·', '이 생각을 뒷받침하는 근거는 무엇이지·', '반대로 이 생각과 맞지 않는 근거는 없을까·'라고 스스로 질문해보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우리는 모두 저마다의 생각의 틀을 갖고 있으며, 이 틀을 통해 정보를 선택하고 경험의 의미를 해석하며 미래의 결과를 예상한다. 생각의 틀은 세상을 빠르게 이해하게 해주는 효율적인 도구가 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현실을 좁고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생각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생각을 다시 바라보는 것이다. '내 생각이 곧 사실은 아닐 수 있다'는 작은 깨달음은 마음을 좀 더 유연하게 만들 수 있으며, 자신을 보다 균형 있게 바라보게 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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