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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경희

객원논설위원

짚으로 엮어 만든 작은 바구니 오쟁이는 주로 다음 해 농사에 쓸 씨앗을 보관하는 용도로 썼다. 그래서 보통 씨오쟁이로 통한다.

속없는 부화뇌동에 대한 조롱인 '남이 장에 간다하니 씨오쟁이 떼어지고 간다'는 우리 속담에 바로 그 씨오쟁이가 등장한다. 장마당에 곡식을 내러가는 이웃이 부러워 자기도 뭐 팔 것이 없나 허둥대다 내년 농사에 쓸 씨앗을 담아둔 오쟁이를 들고 나서는 꼴이니 혀를 찰 못난 짓거리다.

모두가 가는 장에 자기만 가지 않는다면 손해 보는 것 같은 조바심 때문에 씨오쟁이라도 떼어지고 쫓아가는 모자란 행동을 벌였을 것이다. 이렇게 남의 뒤꽁무니를 따라 장에 가는 사람의 행태는 대략 네 부류쯤이다.

첫 번째는 남이 장에 가는 것을 보고 그냥 장에 따라가는 사람이다. 실속은 없지만 소일거리 삼아 장에 따라가는 이 사람은 그나마 정신 줄을 놓지 않은 사람이겠다.

두 번째는 장에 간다는 말을 듣고 무릎에 망건을 씌우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은 자기 생각이 없다. 남의 의지와 주장에 휘둘려 무조건 상대의 행동에 따른다.

다음은 장에 가는 사람을 따라 거름을 지고 나서는 사람이다. 제가 하려던 일을 잊고 남의 일에 휩쓸려 거름을 진 채 따라 나서는 모습이 웃을만하다. 마지막으로 욕도 아깝게 어리석은 사람이 집에 모셔 둔 씨오쟁이를 떼어지고 가는 사람이다.

농가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일이 이듬해 농사에 쓸 씨앗을 갈무리하는 작업이다. 종자씨앗이 없으면 농사를 지을 수 없기에 씨 갈무리는 지켜야할 금기가 따랐다.

종자를 보관한 장소에서 사람이 죽는 등 부정 탄 일이 있으면 그 종자로는 이듬해 농사를 짓지 않을 정도였다. 그렇게 소중한 씨오쟁이를 떼어서 앞뒤 생각 없이 장터로 내달린다면 매라도 들어 말려야 할 불출의 행동일 것이다.

이와 비슷한 상황의 성어가 장자의 '추수편'에 등장하는 한단지보(邯鄲之步)다. 중국 전국시대 연(燕)나라의 한 청년이 조(趙)나라의 수도 한단(邯鄲)을 찾았다. 한단 사람들의 멋진 자태에 반한 청년은 그들의 우아한 걸음걸이를 배워야겠다고 마음먹는다.

연나라 청년은 한단 사람들의 특이한 보행법을 따라 익히려 애썼으나 쉽지가 않았다. 그런데 큰 문제가 생겼다. 한단 걸음만을 오랫동안 연습하다보니 자기가 어떻게 걸어 다녔는가를 잊어버리고 만 것이다. 미련한 청년은 간신히 기어서 연나라로 돌아왔다.

장자의 선배인 '위모'가 조나라의 사상가 공손룡에게 한단지보를 설명하며 그의 모자람을 깨우치게 했다는 설이 있다. 자신의 학문이 천하제일이라며 우쭐거리는 공손룡이 장자와 학문을 겨뤄보겠다며 위모에게 장자를 만나게 해달라는 청을 넣었다. 위모는 공손룡의 가소로운 청을 단칼에 거절한다.

"장자의 지혜를 흉내 내려 장자 옆에서 얼쩡거리다가는 당신의 지혜마저 다 없어지고 말 것이네. 한단사람의 걸음걸이를 따라하다 제 걸음 걷는 법을 잊어버린 연나라 청년처럼 되기 싫으면 돌아가시게."

근래 재테크의 광풍이 휘몰아치며 포모(FOMO: Fear Of Missing Out)현상이란 생경한 말이 떠 돌고 있다. '소외 불안, 기회상실 공포' 등으로 풀이되는데, 다른 사람들이 모두 누리는 기회를 자신만 놓치고 있는 불안감이란 설명을 듣는다.

그래서 무작정 기회를 잡으러 열풍 속으로 뛰어드는 우를 범한다. 쓸데없이 비교하거나 부러워하지 않는다면 포모를 겪지 않아도 될 텐데, 너나 할 것 없이 얇디얇은 팔랑 귀가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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