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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6.05.11 15:06:11
  • 최종수정2026.05.11 15:06:11

이상준

전 음성교육장·수필가

음성군 생극면 팔성리에 전해오는 자연 지명으로는 '말마리(秣馬里), 지비내(知非川), 토끼실, 범박골, 절골' 등을 들 수가 있는데 모두가 우리 조상들이 사용하던 고어의 모습을 잘 간직하고 있는 아주 귀한 지명들이다.

'말마리(秣馬里)'라는 마을에 전해오는 지명 유래는 조선 중기 유학자 김세필과 관련된 이야기에서 비롯된다. 김세필은 당시 벼슬에서 쫓겨난 뒤 고향인 음성군 생극면 팔성리 지천서원 근처에 머무르게 되었는데, 그가 머문 곳 주변에 조그마한 초막을 짓고 후학들을 가르쳤다. 이때 충주목사 박상이 '공(工)'자 형의 집을 지어주었고,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모여 살면서 마을이 형성되었으며 많은 학자들이이곳을 찾게 되었다. 그래서 김세필이 머무르던 곳 앞을 흐르는 냇가의 이름을 '지비천(知非川)'이라 부르게 되었고, 점차 마을이 번성하면서 말을 타고 이곳을 찾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말을 매는 곳'이라는 의미를 지닌 '말마리'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따라서 한자로 표기할 때 '말 먹일 말(秣)과 말 마(馬)'자를 사용한 것으로 보이지만 지명의 생성 과정으로 본면 '말(크다는 의미의 고어) + 마루(넓게 펼처진 땅)'라는 말이 변이된 것으로 추정이 된다.

'지비내(知非川)'는 유학자 김세필과 연관지어 한자로 '지비천(知非川)'이라 표기하였으나 마을 주민들은 '지분내'라고도 부르고 있다. '지분내'는 마을 앞을 흐르는 '응천'이라는 냇물을 가리키는 것이며 '지분+내'의 구조로 볼 때 '지분'이라는 지명 요소는 '내(川)'를 수식하는 말이므로 냇물의 형태나 물길의 세력을 나타내는 말로 짐작이 된다. 그렇다면 영동군 심천면을 흐르는 금강이 초강천과 영동천이 합류하여 깊고 넓고 큰 강이 되어 '지푸내(깊은내)'라고 부르다가 한자로 '심천(深川)'으로 표기되었듯이 '지분내'는 '지픈내(깊은 내)'에서 변이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토끼실'은 뒷산에 토끼가 많아서 생겨난 이름이라고 전해지고 있지만 산에는 산토끼가 있게 마련이므로 다른 곳과의 차별성을 지닌 지명으로 만들어졌다고 보기에는 그 유연성이 부족하다고 하겠다. '토끼실'을 마을 주민들은 '톳골, 톡골'이라 부르고 있고 한자로 '토곡(兎谷)'이라 표기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토'자를 '토끼'와 연관지어 '토끼실'이 생겨난 것으로 짐작이 되며, 원이름은 '톳골, 톡골'로서 '터골, 텃골(基谷)'이라는 지명과 같은 어원을 지닌 말로 추정할 수가 있을 것이다.

'터골'이라는 지명은 청주시 청원구 내수읍 덕암리, 증평군 도안면 석곡리, 괴산군 청천면 부성리, 보은군 내북면 화전리, 진천군 백곡면 사송리, 청주시 상당구 가덕면 청용리, 청주시 상당구 미원면 계원리, 보은군 내북면 서지리, 진천군 백곡면 성대리, 보은군 보은읍 중초리, 음성군 음성읍 사정리, 보은군 회인면 건천리, 보은군 수한면 묘서리, 음성군 생극면 도신리, 음성군 생극면 생리, 충주시 주덕읍 신양리, 충주시 대소원면 매현리, 음성군 감곡면 상평리 등 전국의 지명에 흔하게 나타나는 지명이다. 따라서 '토끼실'은 '터골(基谷)'에서 변이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며 '터골'의 '터'란 '돋아진 넓은 땅'을 의미하는 말이므로 사람들이 모여 사는 마을이 생길 적합한 장소인 것이다.

'범바골'은 '범바위골'에서 변이된 것이다. '범바위'라는 지명은 바위의 모양이 호랑이를 닮았다거나, 아니면 호랑이가 앉았다 간 바위, 호랑이가 많이 출몰하는 지역 등등 자연스럽게 호랑이와 연관 짓고 있으나 많은 지역에서 지명에 나타나는 범바위는 '벋바위(위나 옆으로 벋어 나온 형태의 바위)'가 변이된 것이 대부분이다. 벋바위는 어느 지역에나 흔히 나타나는 지형지물이므로 일반 명사처럼 구전되어 불리다가 '범바위, 봉바위, 부엉바위' 등으로 변이가 되면서 지명으로 정착되고, 한자로 표기하면서 '호암(虎岩), 봉암(鳳岩), 봉황(鳳凰), 휴암(鵂岩)' 등의 지명을 탄생시키게 되는 것이다.

'절골'은 일반적으로 절이 있어서 절골이라 했다는 지명유래가 전해오는 곳이 많지만 절과는 관련이 없이 오랜 옛날부터 절골이라 불리어 온 곳이 대부분이다. 절골은 우리 조상들이 오랫동안 사용해온 '잣(산의 옛말)'이라는 말의 흔적이며, 우리 주변에 흔히 있는 산골짜기를 '잣골(산골)'이라 부르다가 '절골'로 변이된 것이 일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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