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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자

수필가

살다 보면 누구나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는 순간이 있지. 매서운 칼바람이 몰아치는 겨울 한복판에 서 있는 것 같을 때 우리는 흔히 '절망'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곤 해.

그럴 때 아들아 우리 곁에 묵묵히 서 있는 나무를 한 번 바라봐. 그들은 단 한순간도 고난이 없었던 적이 없었어. 나무는 뿌리를 내리는 순간부터 항상 바람을 옆구리에 끼고 살지. 바람은 나무를 흔들어 뽑으려 하기도 하고, 애써 틔운 잎을 찢어 놓기도 해.

우리 삶의 역경도 이와 같아서 예고 없이 찾아오는 시련과 경제적 어려움, 사람에게 받은 상처는 우리 마음의 가지를 사정없이 흔들어 놓지. 하지만 나무는 그 바람을 탓하지 않아. 오히려 바람에 흔들리며 뿌리를 더 깊게 내리는 법을 배우지.

흔들림은 나무가 쓰러지지 않기 위해 스스로를 단단하게 만드는 과정이니까 지금 네가 겪는 그 고통도 사실은 너라는 커다란 나무의 뿌리를 단단하게 고정하는 중이라는 걸 잊지 않았으면 좋겠어.

나무에게는 '인내'와 '기다림'이라는 두 가지 큰 무기가 있어. 앙상한 가지로 겨울을 버티는 것은, 포기가 아니라 내면에 뜨거운 생명력을 응축하는 시간이야. 인내의 시간이 갈수록 그 나무가 맺은 열매는 더 달콤해지기 마련이야. 성공은 단순히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에 얼마나 성실히 '기다렸느냐'에 달려있어.

조급해하지 말자. 잎이 돋고, 꽃이 피고 마침내 열매를 맺는 것은 자연의 섭리잖아. 네가 지금 흘리는 땀방울은 절대 사라지지 않고 네 삶의 거름이 되어 어느 날 눈부신 '잎과 꽃'으로 피어날 거야.

나무는 자라나서 '그늘'을 만들지. 그늘은 지친 나그네를 쉬게 하고, 뜨거운 햇볕을 막아주곤 하지. 부모는 자식에게 그늘을 만드는 존재야. 자신들의 몸을 깎아 자식이라는 열매를 맺고, 비바람을 대신 맞으며 든든한 그늘이 되어주는거야. 이제 우리가 그 역할을 해야 하지.

네가 성공해야 하는 이유는 단순히 부귀영화를 누리기 위해서가 아니야. 누군가의 든든한 나무가 되어 네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시원한 그늘을 내어주기 위함이지. 그 희망이야말로 우리가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가장 큰 원동력이 될거야.

나무는 결코 아래를 내려보지 않아. 오로지 저 '높고' 푸른 하늘을 향해 가지를 뻗지. 비록 발은 흙탕물 속에 담그고 있을지언정, 시선은 항상 태양을 향해 있어. 활기찬 삶이란 바로 이런 것이야. 발밑의 진흙탕에 매몰되지 않고, 내일의 태양을 꿈꾸며 한 뼘 더 자라려고 노력하는 거지.

역경은 우리를 무너뜨리러 온 불청객이 아니라, 너를 더 높은 곳으로 밀어 올리는 디딤돌이 될 거야. 지금의 힘겨움을 네가 더 큰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한 도약대로 삼아야 해. 어깨를 펴고 네 옆구리에 들이치는 바람을 느껴봐. 그 바람은 너를 더 멀리 더 높이 데려다줄 거야.

우리는 이미 충분히 잘해왔고 앞으로는 더 잘할 거야. 나무가 계절을 이겨내듯 우리 모두 이 시기를 멋지게 통과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아. 머지않아 네 삶에 풍성한 열매가 맺히고, 많은 이들이 네 그늘 아래서 행복을 노래할 날이 올 거야. 시련의 끝에서 우리는 모두 누구보다 단단하고 아름다운 거목이 되어 있을 테니 오늘 하루도 당당하게 걸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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