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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6.05.10 18:30:01
  • 최종수정2026.05.10 15:33:02
[충북일보] 국회가 지난 7일과 8일 연이어 본회의를 열고 대한민국 헌법 개정안을 상정했다. 하지만 국민의힘 불참으로 표결이 무산됐다. 개헌안 발의에서부터 무산까지 과정을 보면 좀 아쉽다.

이번 개헌안은 여야가 공감할 사안부터 먼저 풀어가자는 단계적 시도였다. 민주당은 국민의힘 동참 없이 국회 개헌선을 넘을 수 없다. 그런 만큼 합의를 끌어낼 신뢰의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 그동안 개헌안이 번번이 좌초한 건 정치적 유불리만 따진 탓이 크다. 이번에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여야가 함께 헌법조차 정쟁의 대상으로 삼는 모습만 보여줬다. 헌법 개정안 국회 표결 불성립은 단순한 정치 이벤트가 아니다. 대한민국 사회가 어떤 민주주의를 지향할 것인가를 둘러싼 상징적 충돌이다. 국민은 개헌안이 매번 정치적 계산 속에서 좌초되는 거에 대한 피로감이 가장 크다. 물론 절차와 시기에 대한 불신도 있다. 반대 측 논리도 단순한 개헌 반대가 아니다. 국민의힘은 이번 개헌을 선거 직전 졸속 추진이라고 규정했다. 권력 구조 개편 같은 본질적 문제 해결 없이 일부 조항만 먼저 처리하는 방식에 문제를 제기했다. 국민 입장에서 봐도 일정 부분 설득력이 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여야의 정치적 신뢰 붕괴다. 국민들이 사실상 가장 위험하게 느끼는 지점은 개헌 내용이 아니다. 또 합의하지 못했다는 허탈감이다. 개헌은 헌법 특성상 어느 한 진영만의 의견으로 할 수 없다. 여야가 최소한의 국가적 합의를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이번에도 민주당은 민주주의 수호만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졸속 정치 이벤트라고 맞섰다.

현행 헌법은 1987년 개정된 후 그대로다. 개헌 필요성에 대해서는 국민 대다수와 여·야의 생각이 다르지 않다. 다만 정치적 이해가 첨예하게 갈리는 게 문제다. 일을 쉽게 하려고 선택한 순차적 부분 개헌이 문제를 불렀다. 정작 필요한 게 빠진 수박 겉핥기식 개헌안이 돼버렸다. △5·18과 부마항쟁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 △불법계엄의 국회 통제 강화 △지방분권과 국가균형발전 원칙의 명문화 정도만 담았다. 지방분권과 국가균형발전은 그저 선언적 수준에 그쳤다. 자치입법권과 자치재정권은 아예 반영되지 않았다. 39년 만의 개헌 기회인데도 지방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 지방분권과 관련한 미비점이 드러나면서 야권의 명목에 되레 힘이 실렸다. 제헌헌법에도 지방자치 규정이 명문화돼 있다. 건국 때부터 지방자치의 필요성을 부르짖은 셈이다. 물론 헌법의 조항과 달리 지방자치는 구호로 그쳤다. 1990년대가 돼서야 비로소 지방자치가 실현됐다. 어느덧 1995년 첫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발을 내디딘 지 30년이 넘었다. 그럼에도 지방의 재정권과 입법권의 한계는 여전하다. 39년 만의 개헌 논의에도 지방분권 관련 장치 마련은 또다시 뒷전이다. 그러나 완전한 실패라고 단정하긴 어렵다. 실패를 통해 다시 한 번 개헌을 공론화했다. 그런 점에서 이번 개헌 논의는 향후 더 큰 개헌 논의의 전초전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여야는 특정 정파의 유불리를 따지기보다는 국가 공동체의 지속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여야가 함께 만드는 개헌만이 국민으로부터 정당성을 부여받을 수 있다. 지방선거 이후라도 정치권은 반드시 기회를 살려야 한다. 39년간 미뤄온 사안이다. 중앙에 집중된 권한과 재정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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