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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산옥

괴산문인협회 회원

늦은 아침이다. 거실 창 밖을 내다보았다. 비가 내린다. 대지가 촉촉이 젖은 걸 보니 밤새 내렸구나. TV에서 도시의 도로를 비추고 있다. 영상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우산을 쓰고 바쁜 걸음이다. 빨간 우산, 파란 우산, 까만 우산 등 알록달록 화려함에 도로는 생동감이 넘쳐난다.도로의 사정을 전하는 기상캐스터는 안이 훤히 보이는 투명 우산이다. 이 또한 거리의 풍경과 조화롭게 보인다. 모든 것이 일체로 한 폭의 수채화처럼 멋진 그림이다.

봄비는 희망이다. 지루했던 긴 겨울이 제 역할을 다했다고 뒤로 물러났다. 봄이 비로소 제자리를 찾았다. 봄비는 모든 만물에게 어서 일어나라고 재촉한다. 마을 방송은 건조한 날씨로 각 가정마다 불조심을 알리고 있다. 주변이 다 산으로 병풍을 펼쳐놓은 것 같다. 길을 나선다. 나뭇잎은 수북이 쌓였고 바짝 말랐다. 즐기는 산책로가 산이다 나뭇잎은 수북이 쌓였고 바짝 말랐다. 낙엽을 밟는 소리가 경쾌하다. 나뭇잎 으깨지는 소리. 그 소리가 좋아서 일부러 낙엽을 찾아 밟는다.

비가 내리기 전 잦은 봄소식을 전한다. 누군가 실수로 불씨가 떨어지면 온 산이 비명을 지른다. 활활 타오르는 속도가 빠르다. 불조심을 강조하는 방송은 쉬지 않고 주의를 준다. 불조심을 위해 가정마다 개인적으로 소각하지 말란다. 불법이기에. 전국이 산불로 몸살을 앓을 즈음 반가운 봄비가 내렸다. 적시에 내리며 새 생명이 태어남을 알린다. 반가움에 정원을 나가 본다. 어느 아이가 먼저 기상을 했는지 살핀다. 할미꽃, 튤립, 수선화,생강나무, 미선나무 등 곧 필 꽃들에게 속삭인다.

'만개할 봄이 봄이 왔단다. 어서 일어나렴'

나는 봄 앓이를 한다. 따뜻함, 새로움, 설렘이 파고든다. 하지만 비와 결합되어 시(詩)나 소래로 표현할 때는 느낌이 전혀다르다. 그리움, 슬픔, 외로움 등 감정을 표현한다. 봄비와 관련된 노래는 많다. 특히 가수 '김추자'의 봄비는 지금도 흥월거리며 부르는 몇 안 되는 노래 중 하나이다.

봄비 / 김추자

''이슬비 내리는 길을 걸으며 봄비에 젖어 길을 걸으며 나 혼자 쓸쓸히 빗방울 소리에 마음을 달래도 외로운 가슴을 달랠 길 없네 한없이 적시는 내 눈 위에는 빗 방울 떨어져 눈물이 되었나

내 눈 위에는 빗방울 떨어져 눈물이 되었나 한 없이 흐르네 봄비 나를 울려주는 봄비 ~~''

그녀의 허스키한 목소리는 애절하며 몽환적으로 들린다.

봄은 벗꽃 축제로 첫 시작을 알린다. 올해는 전년보다 기후가 온화하다. 아랫녘에서 올라오는 꽃물결로 봄이 빨리 온단다. 빠른 개화로 괴산은 4월 3~5일로 정했다. 벗꽃 보러 전국에서 몰려드는 상춘객으로 거리가 활력을 찾을 테니 이 또한 봄비 덕분이다. 대지는 봄비로 목마름을 해소한다. 모든 이에게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달한다. 자연은 그동안 움츠렸던 마음을 다독거리며 앞을 보라고, 뒤는 돌아보지 말라고 타이른다.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놔두고 현재의 시간에 충실하며 더 부지런하게 움직이란다. 경고 아닌 경고로 일거리를 듬뿍 준다. 나에게 정원과 마당의 잔디를 살피란다. 못난이 잡초를 솎아내라고, 그렇지 않으면 잔디는 없어지고 잡초밭이 될 거란다. 육신이 고단해지는 진정한 봄이 왔다. 그러나 지루한 겨울보다는 봄의 생동감이 넘쳐나 좋다.

봄비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건강한 사회생활과 건강한 올 한 해를 부탁한다. 새삼스럽게 들리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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