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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경희

객원논설위원

예순 다섯 살과 쉰 살 된 중늙은이 둘이 시장통에서 손녀 같은 초등학교 1학년 여자어린이를 붙들고 "오빠"라고 불러달라며 치근덕댔다.

그냥 오빠도 아니고 한 술 더 떠 자신의 이름을 오빠 앞에 붙여서 불러달라며 개 주접을 떤 모양이다. 부산 북구 구포시장을 선거 유세차 방문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북갑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 하정우 전 청와대 AI 미래기획수석이 저지른 소름 돋는 망동이다.

성희롱이라는 질타를 피할 수 없게 된 장본인 두 사람은 논란의 파장이 커지자 "상처받으셨을 아이와 아이의 부모님께 송구하다"는 간단한 입장문을 공보국 공지를 통해 전했다.

어린 딸을 둔 젊은 엄마들은 이들의 추태가 명백한 아동 성범죄라며 발끈하고 있다. 맘카페에 올라온 댓글들도 소름 돋게 더럽다는 비난 일색이다. 좀 더 디테일하게 두 늙은 남자의 수작을 짚어보자.

구포시장에서 초등학교 1학년 여자 어린이를 만난 정청래가 먼저 아이에게 접근해 말을 걸었다. "몇 학년이에요· 여기 정우 오빠, 오빠 해봐요" 곁에 있던 하정우가 냉큼 정청래의 말을 받아 채근하듯 졸랐다. "오빠~"

초등학교에 입학한 지 겨우 2달이 지난 어린 아이가 이상한 할아버지들의 정신 나간 요청을 들으며 얼마나 당황했을지 상황이 눈에 선하다.

징그러운 현장영상을 확인하며 자신의 어린 딸이나 손녀가 이런 수모를 받았다면 이들이 과연 어떤 반응을 보였을지 짐작해 본다. 괄괄한 정청래의 성정이라면 희롱한 자의 함부로 놀린 혀라도 뽑을 기세였을 것이다.

동기간을 부르는 호칭 중에서도 '오빠'는 특히 더 다정하고 든든한 호칭이다. 10대 전후의 어린 누이가 사용하던 어린이 말이었지만 요즘엔 성인도 입에 붙지 않는 '오라버니'보다 친근한 오빠를 더 예사로이 쓴다.

근래엔 연상의 남자를 오빠라고 부르는 것이 특별하지 않게 됐다. 아무 여성에게나 붙이는 '언니'처럼 가끔은 나이 어린 남자에게 오빠라는 호칭을 하는 경우도 있다. 좋아하는 남자 연예인을 오빠라 환호하며 따라다니는 순이의 모습을 빗대 오빠와 순이를 결합한 '빠순이'라는 말이 생기기도 했다. 연배가 높은 분들은 근친혼이냐며 질색하지만 부인이 남편을 오빠라 칭하는 부부도 많다.

아이돌 그룹 블랙핑크가 '붐바야'에서 '오빠'를 '킬링파트'로 넣으면서부터 '오빠'는 전 세계에 알려졌다. 북한에도 한류바람을 탄 오빠가 상륙했나보다.

아무에게나 오빠라고 부르지 않는 북한 주민들이 남한 드라마와 영화를 통해 익힌 '오빠' 등 간지러운 표현을 애칭으로 사용하자 북한당국은 '평양문화어보호법'을 채택하고 '오빠', '남친', '자기야' 같은 남한 말을 사용할 경우 처벌을 하겠다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사회적으로 괴뢰말투, 괴뢰풍을 쓸어버리기 위한 투쟁을 강도높이 벌여야 합니다. 지난 시기 혈육관계가 아닌 청춘남녀들 속에서 괴뢰말투를 본 따 '오빠, 동생'이라 부르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과 관련하여 여러 차례 경종을 울렸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일부 청년들 속에서 그렇게 말하는 현상이 없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것은 우리 사회에 변태적인 괴뢰말투 괴뢰풍이 만연되고 있는 대표적인 표현입니다.'

'오빠'를 남발하다 적발되면 최소 3년 징역이상 공개처형까지 가능한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적용한다는 경고가 무시무시하다. 북한에서였다면 오빠라고 부르라며 어린아이를 괴롭힌 늙은 남자들은 뼈도 못 추릴 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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