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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6.05.05 16:14:06
  • 최종수정2026.05.05 16:14:05

구본숙

미술평론가·수필가

네덜란드의 화가 렘브란트(Rembrandt Harmenszoon van Rijn, 1606-1669)는 젊은 시절부터 꾸준히 자화상을 그려왔다. 시간이 흐를수록 표면적인 모습을 묘사하는 방법을 뛰어넘어 가치관과 신념을 표현한 자화상을 그리게 되었다. 많은 자화상을 그렸기 때문에 지금까지 우리는 그의 젊은 시절부터 서서히 나이가 들어 말년에 이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담담하게 그려진 자화상은 어떠한 군더더기도 없다. 더 근사하게 보이려 하지도 않았다. 말년에 그린 자화상에서 나이에 걸맞게 생긴 주름살마저 자연스럽다. 그 자연스러움은 시대를 뛰어넘는 진정성이 담겨있다.

렘브란트의 자화상을 오늘날과 비교하자면 셀프카메라로 자신의 모습을 찍는 것과 같다. 더 예쁘고 멋있게 나오고자 노력하며 여러장을 찍은 후 가장 잘 나온 사진을 선택한다. 보정을 통해 고치기도 한다. 실물보다 사진이 더 아름답게 나오면 비로소 만족스럽다. 그 모습을 타인에게 보여주기 위해 sns에 올리기도 한다. 사진 속 멋진 모습이 평소 자신이라 생각한다.

미국의 대통령 링컨은 '40세가 넘으면 자신 모습에 책임을 져야 한다.'라는 말을 남겼다. 이는 인상과 이미지의 중요성을 내포한다. 예쁘거나 멋있지 않더라도 중년에 이르러 온화한 이미지를 유지하는 경우도 있다. 얼굴을 보면 살아온 모습과 삶을 대하는 태도가 엿보이기 때문이다. 스스로 성찰하고 내면을 가꾸어 온 모습이다. 미적인 요소는 다음 문제다.

골목상권에서 사업을 하는 이가 있다. 그는 자신 얼굴을 잘 보이는 곳에 커다랗게 현수막에 내걸었다. 얼굴을 공개하고 사업을 하는 경우는 타인에게 신뢰를 주기 위함이다. 그러나 그는 사업이 급격히 어려워졌다. 사진 속 얼굴은 많은 보정을 통해 근사한 모습이었고, 그 스스로 매우 만족한 듯 자랑스러워했다. 우리는 스스로에 대해 객관적으로 판단하지 못한다. 자신 모습에 너무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그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잔뜩 수정된 자신의 모습을 보고 멋있다고 생각한 많은 이들이 이용하고 사업이 좋아질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사진 속 모습은 근사할지언정 인상이 좋지 않았다. 사진으로 보정을 통해 더 뛰어난 외모를 보여줄 수 있지만, 더 많은 것을 담고 있는 인상을 수정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그 현수막 앞을 지나가는 이들은 입을 모아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그의 인상이 너무 강해 보인다, 성격이 있어 보인다는 평이 주를 이루었다.

그의 강한 성격 탓에 누구도 말해주지 않았는지 오랜 시간 현수막이 붙어있었다. 골목상권이라는 제한된 경쟁 구도 아래서 대부분 성격이 강해 보이는 쪽보다 인상이 편안하고 부드러운 쪽은 선택하게 된다. 차라리 그 현수막을 붙여놓지 않았더라면 모르고 가서 이용했을 수 있다. 그러나 알고서는 가지 못하기 때문에 사업이 안될 수밖에 없었다. 외모의 아름다움보다 가치 있는 것은, 한 사람이 살아온 과정이다. 그것은 단순한 겉모습을 뛰어넘어 인상과 분위기를 형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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