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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6.04.29 15:37:43
  • 최종수정2026.04.29 15:37:43

이정균

시사평론가

인간의 심장을 달고 얼마나 긴 거리까지 어느 정도로 빠르게 달릴 수 있는지 그 한계가 새삼 궁금하다. 세계 육상계가 꿈의 기록이라 부르던 서브 2(2시간 이내에 마라톤 풀코스 완주)가 마침내 실현됐다. 지난 26일 열린 2026 런던 마라톤 남자부 경기에서 케냐 출신 사바스티안 사웨 선수가 42.195km 풀코스를 1시간 59분 30초에 완주하며 세계 최고 기록을 세웠다.

***인간의 한계 어디까지

인류 최초로 마라톤 풀코스를 2시간 이내에 돌파한 대기록을 같은 날 2명이나 세워 과연 인간이 단축 가능한 마라톤 기록이 어디까지일지 새로운 관심사로 등장했다. 사웨에 이어 2위로 골인한 요미프 케젤차(에티오피아)는 1시간 59분 41초 기록으로 역시 2시간의 벽을 깼다.

인간으로는 불가능하다고 여겨지는 서브 2를 위해 전세계의 최상급 선수와 지도자들이 수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나 실패했다. 2019년 마라톤 황제 킵초게가 오스트리아에서 서브 2에 성공한 적은 있으나 공식 기록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프로젝트 챌린지 이벤트였다. 오로지 서브 2를 위해 특수 제작된 마라톤화, 최적의 코스 선정, 40명이 넘는 페이스 메이커, 레이저로 속도를 조절하는 선두 차량 등의 지원을 받아 1시간 59분 40초 02로 비공인 2시간 이내 기록을 세웠다. 2023 시카고 마라톤에서는 킵툼(케냐)이 2시간 00분 35초로 세계 최고 기록을 세워 서브 2를 달성할 가장 유력한 선수로 떠올랐으나 이듬해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이번 사웨의 서브 2 진입은 선수의 피나는 훈련 못지않게 스포츠 과학의 기여가 큰 몫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탄소 소재를 사용한 마라톤화는 에너지 소모를 줄이고 반발력을 높이도록 설계했으며 한 짝 무게가 97g에 불과하다. 이를 비판적으로 보는 일각에서는 첨단 기술이 집약된 마라톤화 카본이 스프링처럼 반발력을 주므로 기술 도핑이 아니냐는 문제를 제기한다.

우리는 에티오피아의 전설적 마라토너 아베베를 기억한다. 6.25 한국전쟁 참전 용사이자 맨발의 기관차로 익숙한 아베베는 1960년 로마 올림픽에서 맨발로 풀코스를 달려 2시간 15분 16초 2의 세계최고 기록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맨발로도 세계 최고 기록을 갈아치운 아베베가 현대의 탄소 마라톤화를 신고 뛰었다면 서브 2가 일찍이 가능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아베베 선수가 1964년 도쿄 올림픽에서는 운동화를 신고 달려 2시간 12분 11초 2로 다시 세계 최고 기록을 쓰며 최초로 올림픽 마라톤 2연패의 위업을 달성한 바 있어 더욱 그러하다.

한국인들의 마라톤 사랑은 일제강점기 민족혼의 상징인 손기정 선수에게로 거슬러 올라간다.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경기에서 손기정 선수가 2시간29분 19초 2로 올림픽 신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땄고 동아일보가 손기정의 가슴에 있던 일장기를 말소하여 보도했다. 황영조 선수는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마라톤 경기에서 2시간 13분 23초의 기록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어 손기정 선수에 이어 56년 만에 한국인 두 번 째 올림픽 마라톤 금메달을 획득했다.

국민 마라토너 별명을 가진 이봉주 선수는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은메달, 2001년 보스톤 마라톤 2시간 11분 7초의 우승 기록이 있다. 또한 이봉주 선수가 2000년 도쿄 마라톤에서 세운 2시간 7분 20초의 기록은 현재까지도 깨지지 않는 한국 마라톤 최고 기록이다.

***한국 최고 기록 제자리

전국에서 열리는 수백 개의 마라톤 대회마다 참가자가 넘쳐나고, 떼를 지어 달리는 러닝 크루가 하나의 문화현상으로 대세를 이루는 달리기 열풍이 한창이다. 전국 수십 곳의 기관과 기업에 엘리트 선수 마라톤 팀이 있다. 그럼에도 한국 최고 기록은 26년 째 제자리다. 이봉주 선수는 "마라톤 성공 비결은 결국 훈련량과 의지"라고 일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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