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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6.04.29 15:33:17
  • 최종수정2026.04.29 15:33:16

김병규

전 상당고 교장, 현 도산서원선비문화수련원 수련기획실장

26년 대만으로의 선현유적 탐방은 추진부터 쉽지 않았다. 여타 패키지보다 여행비가 큰 때문인지 희망자가 종전 평균 70여명에 한참 못 미치는 40여명이라 단촐은 하였으되 참여 인원이 적어 내심 아쉬웠다.

그러나 인품 훌륭하고 고매한 지도위원이시라 시간 늦게 오거나 불편한 언행을 하는 사람도 없으니 날이 지날수록 친목은 돈독해지고 웃음은 더욱 퍼져 나가므로 가히 화목 점등이라. 역시 여행은 어디를 가는가도 중요하지만 누구랑 가는가가 더 중요하다는 말이 틀리지 않았음을 다시금 확인하였다.

이번 대만 탐방의 보람을 몇 가지로 정리해 본다.

첫째, 편안함이다. 우리 팀은 서로가 양보하고, 배려, 이해하는 단체라는 방증을 인솔 여행사 직원이 말해준다. 단체 팀 여행을 안내하다보면 친목 모임임에도 회원 간 불화와 언쟁도 자주 보는데 이 팀은 4박 5일 동안 큰소리 한 번 들어보지 못하였다며 정말 대단하신 분들이라고 하며 우리의 품격을 고스란히 표현한다.

둘째, 공부를 겸한 탐방이다. 권0현 교수, 권0추 도산서원 강독 유사 두 분이 버스 이동 중에 논어 등 사서 경전 해설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여 편한 귀동냥을 베풀어 주었다. 사람이 공부를 하지 않으면 늙거나 쇠약해 진다는데 이를 막아주니 얼마나 고마운가.

셋째, 지도위원 선후배의 소통과 교류가 좋았다. 경력 1년 차인 분과 거의 18년 차이가 있는 단체이건만 퇴계 선생을 사숙하는 도반답게 모든 분의 자품이 여실히 드러나는 여행이었다. 길이 멀어야 말의 힘을 알 수 있고, 날이 오래 되어야 사람 마음이 보인다는데 서로 존숭하고, 배려하는 모습은 40여 년 가까이 교단에서 체득한 困而知之 덕의 향기와 수련원에 들어와 퇴계 선생으로부터 배우는 敬의 가르침 때문이 아닐까.

넷째, 노쇼핑, 노팁은 우리 여행의 특징이다. 해외여행에서 쇼핑센터에 끌려가 원치 않는 설명을 들어야 하고, 별 필요도 없는 물건을 팔아주어야 하는 부담도 만만치 않은데 수련원의 해외선현유적 답사는 쇼핑이나 가이드 팁 주는 것이 없어 좋다.

다섯째, 이번 여행의 白眉는 역시 공자 79대 봉사손 공수장 선생과의 만남이다. 도산서원 입구에 77대 공덕성 봉사손의 '鄒魯之鄕' 비가 있거니와, 문화혁명 때 공자의 흔적을 무자비하게 파괴하고, 홍위병들이 본토에 남은 공자 후손들의 목에 孔狗라는 목걸이를 달고 끌고 다니며 모멸을 주는 만행을 대만에서 지켜봤던 공선생의 심사는 어땠을까. 2천 년대가 되어 중국이 다시 공자를 환기시키며 봉사손을 본토로 모시고자 애를 썼으나, 죽어서도 중국에 묻히기를 거부했단다. 타이베이 공자묘 대성전에서 그의 손자 공수장 내외분의 따뜻한 환영을 받고, 도산 수련원과 좋은 友誼를 이어가고 싶다는 인사말과 저녁 만찬 후 기념사진까지 찍은 것은 대만 여행의 가장 값진 보람이다. 일반 패키지라면 꿈도 꾸지 못할 일 아닌가.

마지막으로 여섯 번째, 망중한의 즐거움이다. 2월은 수련이 없지만 연초 사업 계획 작성과 정기 이사회 그리고 2차에 걸친 지도위원 직무연수와 간부회의 등 많은 일정으로 내가 제대로 배겨낼 수 있을까를 염려한 달이었다. 분초를 아껴 일한 때문에 잘 마치고 홀가분하게 여행을 하니 '망중한의 즐거움'을 그만큼 더 크게 느끼게 되며 여행을 흔연하게 즐길 수 있었다.

게다가 냄새만으로도 스님이 담을 넘었다는 1인분에 30만 원가량이라는 중화제일탕 佛跳墻도 먹어 봤음에야. 일월담 호수 보트 유람과 101빌딩 전망대도 올라 보고, 야류 지질공원을 맨발로 소풍하고, 국립고궁박물관의 無價之寶物을 다리 아프도록 완상한 뒤에 한 시대의 풍운아 장개석의 中正기념당에서 여행 종료 인사를 하면서 이 대만 여행은 진정 특별하고 의미있는 시간이라고 마무리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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