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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경희

객원논설위원

집 나갔다 돌아온 '늑구'에 대한 관심이 예사롭지 않다. 늑구는 설명이 불필요한 스타 국민늑대다.

극성스런 대중은 동물원을 탈출해서 산야를 헤매는 늑구를 추적하며 "Catch me if you can(날 잡아 봐라)"는 밈(Meme) 콘텐츠를 생산했다. 구호만으로는 뛰쳐나간 늑구가 잡히지 않기를 바라는 응원처럼 들린다.

다소 어리둥절한 점은 평범한 늑대 늑구의 신원이 대한민국만이 아니라 지구촌의 뉴스거리가 됐다는 사실이다. 가상화폐 탈중앙화거래소에 늑구 이름을 붙인 'Neukgu(늑구)' 밈 코인이 등장했기 때문인데, "한국 동물원에서 탈출한 늑대가 밈 코인을 만들어내며 대통령의 걱정까지 사고 있다"는 NBC News의 보도를 시작으로 로이터 아시아 등 다수의 외신이 늑구의 탈출과 이동 상황 등을 시시각각 보도했다.

늑구 코인가격은 늑구의 주목도와 화제성에 따라 고점 대비 약 70%이상 하락과 반등을 오가며 큰 폭으로 흔들렸다. 늑구 코인은 작은 동물원의 늑대 탈출 사건이 디지털 문화와 금융시장까지 파급된 사례가 됐다.

2024년 대전 오월드 동물원에서 태어난 늑구는 한국늑대복원사업의 일환으로 지난 2008년 러시아 사라토프 주에서 들여온 3세대 늑대다.

동물원 측은 병이 난 동료 늑대를 격리 칸에 옮기려 많은 사람이 사육장 안에 들어오자 겁을 먹은 늑구가 철조망 아래 흙바닥을 파고 우리를 빠져나간 것으로 짐작하고 있다. 자신이 친구처럼 인간에게 공격당할까 두려워 도망쳤다는 이야기다.

우리에서 빠져나간 늑구의 행동을 두고 동물자유연대는 동물이 사육시설을 벗어나는 것은 '탈출'이 아니라는 주장을 한다. 동물 입장에선 '가둬진 상태에서 경계가 열리면 나가는 것이 당연한 것'이란 지적이 틀린 말은 아니지만 동물원에서 이탈한 야생동물 '늑구'가 안전히 포획된 것은 동물과 사람 모두에게 다행한 일이다.

동화책 등에서 얻은 난폭한 이미지 탓에 선입견이 썩 좋지 않은 늑대는 야생 개과 동물 중 가장 덩치가 크고 강한 동물이다. 개와 늑대의 모습은 쉽게 구별이 되지만 유전적으로는 거의 비슷하다. 미토콘드리아의 DNA만 미세한 차이를 보일 뿐 유전자 일치도가 99.96%에 이른다. 인종으로 치면 한국인과 중국인의 유전적 차이와 같다.

가족끼리 무리를 지어 생활하는 늑대는 부부 한 쌍이 무리를 이끈다. 젊고 강한 놈보다 경험이 많고 똑똑한 놈이 리더가 되어 사냥감의 숨통을 끊고 적을 제압하며 난관을 헤쳐 나가는 힘든 임무를 맡는다.

가족끼리 뭉친 야생 늑대 무리는 질서가 뚜렷하다. 부부끼리만 새끼를 낳는 늑대는 형제자매와 근친 관계를 맺지 않는다. 우두머리라고 해서 먹이를 독식하는 일도 없다. 늙고 병들어 사냥에 나서지 못하는 늑대는 새끼들을 지키고 키우며 사냥의 지식을 가르친다.

지금 대전은 늑구 열풍으로 난리다. 대형 전광판엔 늑구 환영 메시지가 요란하고 늑구 얼굴을 넣어 빚은 초코 빵이 불티나게 팔린다. 늑구의 상태를 공유한 대전시장의 SNS에 늑구 마스코트도 만들어 달라는 시민들의 댓글이 빗발 같다.

'늑구를 보러 대전 오월드 동물원에 가자'는 스타늑대 팬들 덕분에 생각지도 않은 수혜를 입게 된 오월드도 신바람이 났다.

그러나 지금 우리에서 보호 중인 늑구에겐 시민의 환호가 불안하고 불편할 수 있을 것이다. 야단스런 환영보다 조용히 쉬게 해주자. 그것이 늑구에 대한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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