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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6.04.21 15:25:07
  • 최종수정2026.04.21 15:25:07

김일복

수필가

지나간 것과 다가올 것에 무뎌지고 마는 이른 봄, 누구도 오늘을 궁금해하지 않는 마음 한편에 작은 빛으로 다가선 한 아이가 생각난다. 아이의 일상은 잠을 자거나 울거나 먹을 거에 집착하는 것으로 채워진다. 어느새 울음을 쏟아내며 "엄마한테 갈래요. 엄마한테 보내줘요."라고 하며 소란을 피운다.

어딜 쳐다보는지 한쪽 눈을 흘기며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본다. 아이는 울보가 되었다.

또다시 울며 말한다.

"응급실에 보내줘요. 머리가 아파요."

약을 주겠다고 하면 아이는 칼을 달라고 하면서 "자살하고 싶어요."라고 하며 소리를 높인다. 아이는 하루에도 몇 번씩 죽음을 입에 올린다. 선택이라기보다 반복된 언어에 가깝다.

아이는 자신을 아프게 하고 싶다고 했다. 피가 나고 상처가 나면 기분이 좋아진다고 말했다. 그 말속에서 나는 무절제한 갈망을 보았다. 울음은 오래가지 않는다. 한참 지나면 울음은 스스로 낮아진다. 누가 멈추라 말하지 않아도 몸이 먼저 아는지 힘없이 주저앉았다. 그제 사야 아이와 나는 부둥켜안고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우리도 한때 어린아이였다. 뒤집기를 하거나, 고개를 들며 엎드린다. 보듬어 앉히려 하면 헤엄을 치듯 옹알거렸다. 눈 맞춤이 시작되고, 이름을 부르면 호명 반응을 한다. 혼자 있기에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한 때 아이는 혼자라고 느끼는 순간, 울고 운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했고, 따뜻한 손길을 기다리며 자랐다. 울음은 가장 행복한 주인공이 되고 싶다는 외침이다. 사랑하고 사랑받고 싶어 하는 간절한 몸짓이다.

한없이 울고 나면 강박에서 벗어나 마음이 편해진다. 그렇다고 삶의 흔적을 훌훌 벗어낼 수 있는 없을 것이다.

울어서 관심을 끌어냈다는 사실에서 안도하는 건 아닐까· 아이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해 맑게 웃다가 잠이 든다. 잠든 아이의 모습 보면서 아이의 심장 소리, 아이 엄마의 속삭임, 푸근함이 전해오는 그리움이 느껴진다. 아이는 잠시라도 엄마와 떨어져 있는 것이 두렵다. 말벗 없이 혼자 엄마의 그리움을 참아내고 견딘 시간이 있었다는 사실에 가슴이 먹먹했다.

아마도 아이는 세상 두려움에 대한 단단한 맛을 보았겠다. 그러니 일반적인 생각만으로는 감정을 이해하거나 내면을 헤아리기 어렵다. 선전포고 없이는 아이 돌발행동에 대책이 없다.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해 속속들이 알아도 아이는 습관처럼 울어댄다. 아이는 아이일 뿐이다.

그래서 나는 "울어도 괜찮아, 힘들어도 괜찮아, 잘 견디어 낼 거야" "잘했어, 그러니 걱정할 것 없어"라고 말해 준다. "내일도 난 네 옆에 있을 거야, 힘내자"라고 말한다. 아이에게 엄마는 절대적인 존재다. 그래서 운다.

서로가 소중한 존재다. 아픈 흔적을 서로가 보듬어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아이의 울음은 기억으로 남고, 기억은 다시 울음을 부른다. 나는 우는 일에 무뎌지고 서두르는 일에 무뎌지길 빈다. 내 품에 남긴 아이 울음이 사라지지 않아 한 뼘 너머 기억을 그리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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