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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6.04.16 16:46:20
  • 최종수정2026.04.16 16:46:19

홍진옥

전 인제대 교수

미군이 이란에서 격추돼 약 36시간 고립됐던 F-15E 전투기 조종사를 구출하는 과정에서 미군의 조직 문화 즉 "단 한 명도 버려두지 않는다" 란 원칙이 주목받고 있다. 왜 미군은 단 한 명의 군인을 구조하기 위해 수백 명의 군인과 천문학적인 돈을 써 가며 최정예 특수부대와 전략 자산까지 총동원했을까? 미군 문화와 미국 사회의 가치관에 뿌리를 내린 기독교의 개인 생명 존중과 인간에 대한 존엄 정신이 "한 사람도 내버려두지 않는다" 라는 미군 조직 문화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주목할 것은 미국 사회는 이런 종교적인 정신이 미국 사회 전반에 퍼져있으므로, 사회 전체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 집단 문화는 어떤가· 종교적인 힘보다 집단 우두머리의 지시가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집단 구성원의 운명을 좌우한다. 가령 채상병 사건에서 홍수가 난 강 속에 부하 군인들의 입수 지시를 할 때, 상관이 생명 존엄 정신을 가지고 부하를 배려했다면, 충분한 준비 과정도 없이 입수 지시를 할 수 있었을까? 강의 물살이 센데, 구명조끼도 입히지 않고, 입수 지시를 내린 결과 부하 군인만 희생되었다. 그래 놓고 상관은 책임이 없다고 발뺌하는데, 어느 부모가 아들을 군대에 맡길수 있을까? 국가나 집단은 구성원의 억울한 희생을 막아야 할 책임이 있다.

더 놀라운 일은 사건 조사 담당 군인을 직접 불러서 현장 확인도 하지 않고, 보직 해임을 시키는 불상사가 발생했다. 부하 군인 1명을 위해 국가가 나서는 미국과 상관 1명을 살리기 위해 부하를 희생시키는 한국의 군 조직 문화가 극명하게 비교가 된다. 성실하고 올바르게 일하는 구성원이 상관의 확인도 없이 매장된다면, 누가 그 집단을 믿고 근무하려고 하겠으며, 이렇게 불의가 만연한 집단은 미래가 없고, 언제나 소신껏 근무하는 부하 직원만 희생된다. 특히 연줄 패거리가 없는 구성원이 패거리 집단의 눈 밖에 나면, 온갖 수단 방법을 동원하여 그 한 명을 희생시키기 위해 패거리 전체와 패거리 우두머리까지 나선다. 이런 집단을 패륜 집단이라고 한다.

이런 막가는 집단은 대학에서도 존재한다. 성실한 동료 교수가 억울한 일을 당했다고 진정서를 학교 당국에 제출해도, 특정 패거리 집단에 휘둘려 학교 경영을 하는 총장인 경우, 패거리 눈치를 보느라, 진상 조사나 확인도 안 하고 뭉개버리는 직무 유기를 예사로 한다. 이런 기본 미달 경영자는 잘못된 일을 바로잡는 책임 정신이 없으므로, 동료 교수는 억울하게 희생될 수밖에 없다. 이런 학교는 교육집단이 아니라 3류 양아치 집단보다 못하다.

패거리의 불순한 목적을 위해, 1명의 구성원을 희생시키는 한국의 집단 문화와, 한 명을 살리기 위해 국가까지 나서는 미군 조직 문화가 너무나 대조가 된다. 단 1명도 내 버려두지 않기 위해 군인 집단 모두가 움직이고, 국가가 앞장서는 미군의 '인간 존엄' 문화가 정말 부럽기만 하다. 우리의 문화는 '패거리 구성원' 되어야 보호를 받고, 유죄도 무죄를 만들어 준다.

우리 사회가 진정한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패거리 구성원에게만 이익을 주는 저질 집단 문화를 청산하고, 같은 패거리 아니라도 보호하는 진보된 집단 문화가 정착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은 경우, 패거리 집단은 언제나 자기 패거리를 위해 불법 행위를 하는 가해자가 되고, 패거리가 없는 구성원은 언제나 억울한 피해자가 되는 비극이 되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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