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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6.04.15 16:50:47
  • 최종수정2026.05.14 17:14:25

박주영

시인·수필가

새벽 아침이 밝았다. 구름 한점 없는 날이라서 해돋이를 볼수있었다. 딸 바보인 내 남편은 유난히도 밝은 얼굴로 딸내미와 해돋이를 즐겼다. 사진과 영상을 찍으면서 모처럼 환~하게 웃는다.

"올해는 모두 건강하고 원하는 일 모두 이루세요."

마음으로 기원했다. 나는 벅찬 감정으로 시 한편 건져올렸다.

일출/박 주 영

잿빛 무겁던 하늘이/뒤척이는 여명의 파도로/밤새 내 꿈을 흔들고/수평선 너머 거대한 붉은 숨결 하나/수줍듯 얼굴 내미는데/금빛 번지는 아침에/새로운 마음의 닻을 올리고/말없이 속삭이는 바다

다음날이다. 우리가족은 짐을 챙겨서 다른곳으로 이동 했다. 승용차가 신나게 바다를끼고 해안도를 달린다. 동해의 아침은 떠오르는 수평선위에 걸린 붉은 해와 먼저 인사를 나눈다. 아침식사는 "감나무집" 이란 식당 간판이 있는 송이황태 국밥집이다. 유명한 맛집답게 손님들이 북적거렸다. 한입 먹는 순간 기대와 설렘 그리고 감탄이 이어졌다. 딸내미가 말을 건넨다.

"엄마 아빠 천천히 드셔요 체하실라"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늦둥이 어린딸이 이제 어른이 되어서 우리를 챙겨주고있다니~ 세월이 많이도 흘렀구나. 어려서부터 유난히도 착해 학교선생님들 사랑을 독차지하곤 했었는데...'

지난날들이 머리를 스치며 지나갔다. 사실 우리부부에게 어려운 시련도 많았으나 이 딸이 태어나면서부터 일이 술술 잘 풀렸었다. 양양에서 돌아오는 길에 시 한편 남겼다

송이 황태 국밥/박 주 영

태백의 정기 품은/동해 바닷바람 타고/가슴에 스며드는 2월

허기진 여행길에/고단한 발걸음 멈추고/산내음 숨죽이던 송이와/바다를 건진 황태 국밥으로/첫 숟가락에 산과 바다가

한데 섞이고/그 향이 내 속안에서 춤을 춘다/수평선 끝에 떠있는 해를 보며/삶의 쓴맛 씻어내리고/굳은 가슴 술~술 풀어

마음의 짐 털어버리면/지난 아픔 한겹씩 지워/묵은 걱정 내려놓는데/결국 구겨졌던 내 맘에도/새 봄은 찾아오는가!!/낯선 설렘이 피어나는/하루가 내겐 통째로 선물이다

그 다음날은 울산바위가 있는 설악산 부근 호텔에서 지친 몸을 풀었다. 온천욕으로 손자들과 시간을 즐기고 어린이용 숫자놀이 카드게임으로 웃음꽃을 피웠다. 둘째손자 현종이는 이제 겨우 6살이지만, 카드놀이만큼은 계산을 척척 해가면서 기억력도 월등하고 어른들 못지않게 잘해냈다.

"승리!! 승리!! 현종이가 초고야"

우리들의 박수소리와 웃음꽃이 방안에 울려퍼졌다.

다음 날 우리의 발길은 설악산으로 향했다. 케이블카 타는곳에 도착했다. 울산바위가 멀리보이는 산속에는 소나무가 줄지어 서 있다. 바람이 스칠때마다 소나무들이 작은 목소리로 노래부르는 것 같다. 솔향기가 내 가슴속을 맑게 맑게 씻어 주었다. 케이블카를 타고 권금성으로 올랐다. 손자들 손을 잡고 작은 바위틈을 지나 오를 때마다 숨소리가 시원하게들렸다. 우리부부는 둘이서 조용히 말을 주고받았다.

"사랑스러운 내 딸이 잘 살아주는 것만으로 고마운데 이렇게 효도관광까지 시켜주네. 어려서부터 말도 잘듣고 공부도 잘하던 아이였는데 참 잘 자랐어요. 그뿐인가!! 아들같은 내 사위가 더욱 고맙지"

케이블카로 내려올땐 더욱 맑아진 얼굴로 웃음꽃을 함박 피웠다. 우리가족은 마음 가볍게 음성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누군가는 여행이란 멀리 떠나 잠시 자신을 비우고, 색다른 세상을 담아오는 일이라했던가·· 내안의 나를 만나기 위함인가·· 이제 잔잔한 일상이 다시 시작 되리라 생각하면서 나는 살며시 눈을 감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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