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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6.04.12 16:08:04
  • 최종수정2026.04.12 16:08:10

이상준

전 음성교육장·수필가

음성군 생극면 관성리에 마날봉(해발 226.8m)이라 부르는 산이 있는데 음성군 금왕읍 호산리와 구계리와의 경계에 위치하고 있다. 마날봉 아래에는 마날미라는 마을이 있고 '마날뫼'라고도 부르고 있는데 한자로는 '산산(蒜山)'이라 표기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원래는 산을 가리키는 이름이었음을 알 수가 있다. '마늘미, 마늘뫼'라 부르는 산 아래 마을이 생겨 '마늘미'라 부르게 되자 마을 이름과 산의 이름을 구별하기 위하여 산의 이름은 '마늘봉'이라 한 것으로 보인다.

주민들에게 전해오는 유래를 보면 모양이 마늘 모양이라서 '마늘봉, 산봉(蒜峰), 산산(蒜山)', 또는 큰 마늘 모양이라 하여 '대산봉(大蒜峰)'이라 했다고도 하고, 모양이 분필 모양이라서 '분필봉'이라 했다고도 한다.

전국의 지명에서 보면 전남 순천시 주암면 요곡리의 '마늘산', 충북 옥천군 군서면 하동리와 경북 안동시 풍천면 금계리, 경북 의성군 구천면 조성리의 '마늘봉', 충남 천안시 동남구 광덕면 광덕리의 '마늘봉들' 등 '마늘'이라는 지명 요소가 널리 분포하는 것으로 보아 마늘은 야채로서의 '마늘(蒜)'이 아니라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되는 생활 용어임을 알 수 있으며, '산이나 봉우리'를 수식하는 말로 쓰인 것으로 보아 산의 지형의 모양이나 크기를 가리키는 의미를 가진 말로 추정이 된다.

유사한 음을 가진 지명에 옥천군 옥천읍 교동리의 며느리재, 며느리재골, 그리고 강원도 홍천군 홍천읍 상오안리와 홍천군 남면 월천리의 '며느리고개', 경북 봉화군 법전면 척곡리의 '며느리골재'등이 있는데 홍천군 홍천읍 상오안리의 '며느리고개'에는 다음과 같은 전설이 전해져온다.

"옛날 어느 봄날에 고갯길을 시아버지와 며느리가 나귀 등에 짐을 싣고 걷고 있었다. 울창한 수목 속에 성황당이 있는 곳에 이르렀을 때 시아버지는 나귀 등에 있던 짚신 꾸러미가 없어진 것을 보고 며느리에게 '아가야, 짚신을 잃어버렸으니 내가 찾아올 때까지 여기서 기다리고 있거라' 하고 나귀와 함께 고개를 되돌아 내려왔다. 그러나 아무리 찾아보아도 짚신을 찾을 수가 없었다. 시아버지는 이상한 예감이 들어 부랴부랴 며느리가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되돌아와 보니 며느리가 없어졌다. 아무리 찾아보아도 며느리를 찾을 수가 없었다. 그 후 며느리는 산도적에게 잡혀갔다고도 하고 맹수에게 잡아 먹혔다고 하는 소문만 전해질 뿐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 그 후부터 이 고개를 며느리고개라 불렀다고 한다."

산의 지명으로 할애비성과 할미성이 전국적으로 많이 분포하는데 옥천군 군북면에도 할애비성과 할미성이 있고 며느리재도 있다. 옛날 며느리가 시아버지와 이 고개를 넘는데 소나기가 쏟아져서 앞서가던 며느리의 옷이 흠뻑 젖어 여체가 드러나자 시아버지가 마음이 동하여 며느리를 범하려 하자 며느리가 자결했다는 전설이 전해온다.

'큰 산'이라는 의미의 '한뫼, 한미'가 '할미산'으로 변이되자 인근에 있는 큰 산을 '할애비산'이라고 부르게 되듯이 '며느리재'도 이러한 연관성에 의하여 인근에 있는 고개 이름이 며느리와 유사한 음을 가졌기에 '며느리'라는 말로 변이되었을 것으로 짐작이 된다.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되는 지명 중에서 '며느리'라는 말과 가장 유사한 음을 가진 지명으로 '마늘재, 마늘고개'를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여러 지역에 나타나는 '며느리재'라는 지명은 '마늘재(마날재)'에서 변이된 것으로 추정할 수가 있다.

그렇다면 '마늘' 마날'이란 어떤 의미를 가진 지명 요소일까·

고어에서 '마날'이란 마누라의 어원인 '마날'에서 비롯된 말로 중세에는 최고로 높은 분을 가리켜서 '상감 마노라, 중전 마노라'라 하는 등 '마날'이란 '높다'의 의미로 쓰이던 말이다. 일반적으로 높은 사람을 '마노라'라 불렀으며 '마님'이라는 말도 이 말에서 파생된 말인 것이다.

따라서 '마날미, 마날봉'을 '높은 산'의 의미로 본다면 지형의 모양이나 형태를 묘사하는 지명 명명의 특성으로 보아 설득력이 있는 설명이라 할 것이며 강화도의 '마니산(摩尼山-산이름 니)'과 영동의 '마니산(摩尼山)'의 '마니'도 '마날'에서 변이된 음을 한자로 표기한 지명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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