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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6.04.12 16:06:41
  • 최종수정2026.04.12 16:06:40

2창수

아티스트

90년대 학생들은 생각보다 다양한 장르의 노래를 불렀다. 그 시대도 분위기 파악 못하는 친구는 있었고 달콤한 발라드로 분위기를 급속 냉각시켰다. 이런 냉각 분위기를 해결하고자 뽕짝이 등장했다. 당시 뽕짝으로 취급하던 트로트는 젊은 세대에 맞는 대중음악은 아니었다. 트로트는 이전, 이전보다 더 이전 세대의 음악이었다. 젊은 학생이 불렀을 때, 노인의 애창곡을 불러 제끼는 재치 있는 애교곡 정도로 봐주는 분위기였다. 민족 음악이라 생각하는 사람이 과연 있었을까· 당시 인터넷이 있다 하더라도 정보학습이 원활하지 않았고 도서관 자료로 지식을 배우던 시대였다. 그렇기에 방송 정보는 사실을 기반으로 제작되었다라는 막연한 신뢰가 있었다. 방송은 곧 진실이라는 등식도 강했다.

방송에 대한 신뢰가 예전 같지 않더라도 방송에 대한 대중의 신뢰는 나이에 따라 다른 강도로 자리매김 되어 있다. 요즘 방송에서 트로트를 한국 고유의 정서를 담은 민족 음악으로 규정하고 있다. 더 문제는 이 주장이 틀렸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라, 그러한 규정이 대중에게 아무런 의심 없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점이다. 계속된 주장은 어느덧 사실로 뒤 바뀌어 전달된다. 그러나 트로트는 한국 전통에서 비롯된 음악이 아니다. 그것은 근대에 형성된 음악이며, 더 정확히 말하면 식민지 구조 속에서 만들어진 대중음악이다. 이 출발점을 인정하지 않은 채 '우리 것'이라고 규정하는 순간, 논의는 설명이 아니라 정당화가 된다. 역사적 형성과정을 외면한 채 현재의 익숙함만으로 기원을 덮어버리는 태도는 결국 우리 문화에 대한 이해가 아니라 기억의 선택적 편집이 된다.

식민지 시대 조선에는 독립된 음악 시장이 존재하지 않았다. 음반 제작과 유통, 공연과 방송까지 문화산업 전반은 일본 중심의 체계 안에서 작동하고 있었다. 무엇을 창작할 것인가 보다 중요한 것은 무엇이 팔릴 수 있는가였으며, 그 기준은 조선 내부가 아니라 일본 시장의 기호였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음악은 자유롭게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일본식 방향으로 규정된다. 트로트는 바로 이와 같은 산업적 조건 속에서 만들어진 결과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두고 '한국적 정서'라고 말하는 것은 결과만을 근거로 원인을 삭제하는 방식이다. 일본 식민시대의 익숙해진 감정과 반복된 소비 경험이 곧 기원이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러한 인식은 문화 형성의 구조적 조건을 지워버리고, 특정한 역사적 산물을 마치 오래된 전통처럼 보이게 만드는 효과를 낳는다.

음악적 요소를 살펴보더라도 트로트의 리듬은 서양에서 유입된 4박자 구조를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선율과 창법은 일본 대중가요와 밀접한 유사성을 보인다. 특히 꺾기와 요성 중심의 창법, 비애와 체념을 강조하는 감정 구조는 일본 엔카와 분리해서 설명하기 어렵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단순한 유사성의 문제가 아니라, 그러한 유사성이 왜 발생했는가이다. 이 질문을 회피한 채 '한국적'이라는 단어로 덮어버리는 순간, 분석은 멈추고 서사는 고정된다. 구조적 배경을 제거한 채 트로트를 '한국인의 정서'로 환원시키는 순간 문화는 설명의 대상이 아니라 포장의 대상이 된다. 형성의 조건은 지워지고 감정만 남으며, 그 감정은 다시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재해석된다. 그러나 익숙하다는 이유로 전통이 되는 것은 아니며, 오래 소비되었다는 사실로 기원이 되는 것도 아니다.

트로트는 분명 한국 사회에서 오랜 기간 사랑받아온 대중음악이다. 그러나 그것이 곧 한국 고유의 음악이라는 의미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소비와 기원은 구분되어야 하며, 정서 형성 역시 동일한 개념으로 다루어질 수 없다. 이 구분이 무너지는 순간 문화에 대한 논의는 사실의 영역을 벗어나 신념의 영역으로 이동한다. 트로트를 부르며 듣는 것이 신념의 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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