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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변한 슈퍼도 없던 마을에 마트·미용실까지"…옥천군 기본소득의 변화

면 단위 상권 '제로에서 형성으로'…마트·정육점·공동슈퍼·미용실까지 확산

  • 웹출고시간2026.04.09 15:02:18
  • 최종수정2026.04.09 15: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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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천군 안남면 ‘아는공간 덕분’. 사회적기업·마을기업인 옥천아는사람협동조합이 운영하는 공간으로, 농어촌 기본소득 사용 매장이자 지역 주민 소비가 모이는 거점으로 기능하고 있다.

ⓒ 이진경기자
[충북일보]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지역으로 선정된 이후, 소비처가 거의 없던 옥천군 면 단위 마을에 주민들이 필요로 하던 가게들이 하나둘 생겨나기 시작하면서 시골의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옥천군 면 지역의 변화는 사람보다 '가게'에서 먼저 드러난다. 그동안 생필품 하나를 사기 위해 읍내까지 나가야 했던 마을에 마트와 정육점, 공동슈퍼와 미용실이 들어서면서, 소비가 외부로 빠져나가던 구조가 서서히 마을 안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군서면에서는 떡방앗간을 운영하던 주민이 올해 1월 '군서정육점'을 열며 변화의 신호탄이 올랐다. 주민들은 고기를 사기 위해 왕복 20㎞를 이동해야 했지만, 이제는 집 근처에서 장을 볼 수 있게 됐다.

여기에 150m 떨어진 농협 군서지점에는 지난 3월 하나로마트가 들어섰다. 금융업과 농자재, 유류만 취급하던 사업장이 소비 공간으로 확장되면서, 군서면 주민들은 원스톱 쇼핑이 가능해졌다.

동이면에서는 더 선명한 변화가 나타났다. 30~40년간 오토바이 수리업을 해온 오한현 씨는 지난달 27일 '동이공간마트'를 열었다. 그는 "40년 가까이 해온 일을 바꾸는 게 쉽지 않았지만, 기본소득이 면 지역에서만 쓰인다는 점을 보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개업 이후 "왜 이제야 생겼느냐", "가까운 데서 장을 볼 수 있어 좋다"는 주민 반응이 이어지고 있으며, 가맹점 등록 후 약 360만 원대 매출을 기록하는 등 소비도 빠르게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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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천군 안내면 안남공판장 외관 모습. 기본소득 시행과 동시에 향수카드 가맹점으로 등록한 후 현금 중심이던 농촌 소비 구조가 점차 변화하고 있다.

ⓒ 이진경기자
마을 단위 사회적경제조직 또는 협동조합을 중심으로 한 상권 형성도 눈에 띈다. 석화마을협동조합은 공동슈퍼를 개소한 뒤 기본소득 가맹점 등록 이후 약 110만 원대 판매 실적을 올렸다. 주민들이 일부러 물건을 더 구매해 수익을 마을 기금으로 적립하고, 이를 공동급식 등 마을 운영에 활용하는 선순환 구조도 만들어지고 있다.

안내면에서는 변화의 결이 또 다르다. '안읍슈퍼' '안남공판장' 등 구멍가게들은 수십 년간 현금 거래만 유지해왔지만, 기본소득 시행을 계기로 카드 단말기를 도입하며 운영 방식 자체가 달라졌다. 안읍슈퍼의 경우 약 390만 원대 매출을 기록하며 소비 구조가 현금 중심에서 카드 기반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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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리 배바우장터 인근에 문을 연 ‘황제보리밥’. 기본소득 시행 이후 개업한 식당으로, 지역 내 소비를 흡수하며 면 단위 상권 형성 흐름을 보여주는 사례다.

ⓒ 이진경기자
외식업에서도 변화가 이어지고 있다. 민형숙 사장은 한동안 폐업해 있던 연주리 배바우장터 인근의 식당을 인수해 지난달 26일 '황제보리밥'을 개업했다. 개업 당일 60만 원의 매출을 기록한 이 식당은 현재도 기본소득 결제가 주를 이루고 있다. 민 대표는 "손님 대부분이 기본소득으로 결제한다"며 "효과를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산면에서는 청년 창업으로도 이어졌다. 미용실 '살롱 드 희수헤어'를 연 청년 양모 씨는 전남 목포에서 활동하다 올해 초 아버지의 고향으로 돌아와 창업했다. 기본소득 지급 이후 매출이 안정적으로 이어지면서, 소비 기반 형성이 외지 인력의 정착 가능성까지 높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처럼 농어촌 기본소득 지급 이후 지역민이 필요로 하는 상점과 소비처가 생겨나면서 마을 안에서 경제 활동의 축이 형성되고 있다. 현금 중심이던 소비 방식 역시 향수카드 결제로 빠르게 전환되는 모습이다.

이 같은 변화는 지난 1일 옥천을 방문한 송미령 장관 일정에서도 핵심 사례로 제시됐다. 기본소득이 단순한 지원을 넘어 지역 내 소비를 묶어두고 상권을 형성하는 구조로 작동하고 있다는 점이 현장에서 확인됐다.

다만 소비가 면 지역 안에 제한되면서 사용처 부족에 대한 불편과 일부 업종으로의 소비 쏠림 현상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기획예산담당관 기본소득팀 담당자는 "초기에는 사용처 부족 민원이 있었지만 점차 해소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농어촌 기본소득은 단순한 지원금을 넘어 시골 마을의 정주 여건을 바꾸는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옥천 / 이진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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