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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6.04.09 16:06:14
  • 최종수정2026.04.09 16:06:14

김혜식

수필가

온천지가 봄꽃의 향연이 펼쳐지는 찬란한 계절이다. 하지만 올봄엔 왠지 마음이 심란하다. 미국과 중동 전쟁 때문이다. 부존자원이 부족한 우리로선 이 전쟁으로 말미암아 경제적으로 직, 간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이에 따른 여파로 석유는 물론, 비료의 원료인 요소, 황, 등의 수입 부족으로 올해 농사에도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듯하다. 또한 생필품 생산에도 차질이 생길 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다. 무엇보다 이번 전쟁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아까운 목숨을 잃는 게 가장 안타깝다.

요즘 국제 정세가 미국이 야기한 전쟁으로 말미암아 혼란과 불안의 도가니 속에 처해있으련만, 계절은 어김없이 순리를 따르고 있다. 봄이 찾아오자 언 땅을 비집고 새 생명이 움텄다. 나뭇가지마다 연둣빛 새잎들이 일제히 함성을 지르며 피어나고 있잖은가. 어디 이뿐인가. 벚꽃, 복사꽃, 이화(梨花), 철쭉 등 봄꽃의 개화로 요즘 눈 멀미가 날 정도이다.

우리 집 화분 속에서도 새 생명이 기지개를 켰다. 지난 3월 어느 날 물에 불린 아보카드 씨앗 한 알을 화분에 심었었다. 며칠 전 이 화분 속에서 흙을 뚫고 뾰족이 올라온 파릇한 아보카드 새싹을 발견했다. 작은 새알만한 아보카드 씨앗은 유독 껍질이 단단하다. 그러나 이 새싹은 시멘트 땅처럼 단단한 씨앗 껍질을 용케 벗어나서 드디어 세상 빛을 보고 있었던 것이다.

이 때 문득 세상에서 생명처럼 소중한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명은 세상 만물의 가치 중 가장 최고가 아니던가. 이 생각에 아보카드 싹이 지닌 강인한 생명력에 경이로움마저 느낀다. 그래서 날만 새면 그것을 바라볼 때마다 경외심이 인다.

이렇듯 식물의 생명도 귀한데 왜· 인간은 그렇지 못할까· 생각하니 갑자기 만물의 영장이라는 사실이 부끄럽다. 연일 뉴스를 장식하는 살인 사건만 해도 그렇잖은가. 친모가 어린 자식을 살해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20대 사위가 자신의 장모를 살해해 시신을 캐리어에 담아 하천에 유기하기도 했다. 요즘 이런 일련의 사건을 대할 때마다 매우 충격적이다. 이들은 짐승만도 못하잖은가. 짐승도 제 어미나 새끼는 소중히 여긴다. 더구나 태중에 열 달을 품었다가 낳은 제 자식을 해치는 어미라니. 또한 자신의 사랑하는 아내를 낳아주고 길러준 어머니를 해치는 천하의 패륜이라니. 처부모도 부모 아니던가. 참으로 하늘이 두려운 일이다. 이에 너무나 기가 차서, "통탄할 노릇"이란 말조차 안 나온다.

하다못해 자신이 기르던 반려견이 목숨을 잃어도 애통해 하잖은가. 심지어 무지개다리를 건너게 해야 한다며 반려 견 장례까지 치러 주잖는가. 어찌 사람 목숨이 개만도 못하단 말인가. 그래서인지 "천상천하유아독존(天上天下唯我獨尊)"이라는 석가의 말씀이 요즘 따라 허허롭게 가슴을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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