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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균

시사평론가

6.25 한국전쟁이 휴전되고 몇 년 후에 태어난 나와 비슷한 연령대의 전후 세대에게 나무와 산은 각별한 의미와 많은 추억을 간직한 대상이다. 시골에서 나고 자란 기억을 더듬어 고향 풍경을 떠올리면 산이란 산은 거의 민둥산이었다. 산이라고는 하나 낮은 언덕으로 둘러쳐진 구릉 사이에 마을이 자리 잡았다. 마을에서 바라보면 앞뒤와 양 옆이 모두 야트막한 산이었다. 그곳엔 제법 커다란 소나무와 참나무가 간혹 있긴 했으나 수량이 많지 않았고 주로 잡목이나 풀들이 철따라 색을 달리했다.

***지상과제로 추진한 산림녹화

온돌 난방과 취사를 위한 땔감이 부족했던 시절이어서 집집마다 산에서 나무를 하거나 낙엽을 긁어모으고 길게 자란 풀을 베어 말렸다가 사용했는데 생나무 베는 것을 나라에서 엄격하게 금했다. 산과 나무를 지키는 '산감'이라는 사람이 동네에 올 거라는 소문이 돌면 말리던 나무를 감추느라 야단이 나곤했다. 어릴 적 기억이어도 이 당시 어른들이 가장 두려워했던 감시자가 '산감'과 '밀주 단속반'이었던 게 또렷하다. 입산금지가 전 국민 생활수칙의 하나였다.

매년 4월 5일 식목일은 학생들과 기관이 총동원 되어 대대적으로 나무심기를 실시했다. 산림녹화에는 새마을운동도 큰 역할을 했다. 최근에는 지구 온난화로 나무심기에 적당한 기온이 빨라져 식목일을 3월로 변경하자는 주장이 있으나 아직은 바뀌지 않고 있다. 식목일을 공휴일로 지정과 폐지를 반복하다 현재는 폐지된 상태다.

산림녹화라는 이름으로 나무심기와 자연보호를 마치 국가의 종교처럼 지상과제로 일관되게 밀어붙인 우리나라는 현재 산림강국으로 자리 잡았다. 개발도상국 위치에서 경제적으로 산업화, 정치·사회적으로 민주화, 환경적으로 산림녹화를 동시에 이룬 세계적 모범국가다.

우리나라에서 산림은 전 국토의 62,6%를 차지하며 OECD 국가 중 핀란드, 스웨덴, 일본에 이어 4위 수준의 산림 비율을 자랑한다. 산림의 울창한 크기는 단위 면적당 임목축적으로 표현하는데 2023년 기준 한국 산림의 ha당 임목축적은 176㎥로 산림이 가장 황폐했던 한국전쟁 직후인 1953년의 5.7㎥/ha와 비교하면 30배나 증가했다.

국제사회에서는 한국의 산림녹화를 1970년대의 식량증산과 함께 이중의 녹색혁명으로 부른다. 세계적 환경학자인 레스터 브라운은 한국의 산림녹화 성공을 "세계적 재조림 모델"로 규정했다. 유엔환경계획(UNEP)의 사무총장인 잉거 안데르센은 "50년 전 달 표면 같았던 한국의 산이 이토록 푸르게 바뀌었다. 한국의 산림녹화 성공은 인류가 하면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예"라고 칭송했다.

2025년 4월 제221차 유네스코 집행위원회는 『대한민국 산림녹화 기록물』을 인류가 보존해야 할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했다. 『대한민국 산림녹화 기록물』은 일제 강점기의 수탈과 6.25 전쟁 이후 황폐해진 국토를 복구하기 위해 대한민국 정부와 국민이 함께 추진한 산림녹화 사업의 전 과정을 담은 기록물이다. 여기에는 기후변화, 토양침식, 산림생태계 파괴 등의 문제에 대응할 수 있는 다양한 정책과 프로그램에 대한 정보를 담고 있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한국 산림녹화의 성공은 산림의 생태적,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기능이 지속 발휘 되도록 관리하는 지속가능한 산림경영의 토대가 되었다. 성공의 뒷면에는 그림자도 있다. 국가 주도로 성공 신화를 쓴 산림녹화 정책의 결과 전문 임업경영인이 부족하고 국민경제에 기여하는 임업의 역할이 미약하다는 과제를 남겼다. 이 또한 극복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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