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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6.04.07 13:36:12
  • 최종수정2026.04.07 13:36:12

김산옥

괴산문인협회 회원

길을 나섰다. 곧게 뻗은 길이다. 갑자기 선택해야 하는 세 갈래 길. 좌측으로 가면 많은 사람들과 속없이 어울릴 수 있는 대로변이다. 사회의 관계망은 다양한 개성이 있어 얼키고설키고있다. 그렇게 행복과 슬픔을 같이 공유한다. 그러나 소통의 부재로 갑론을박 시끄럽기도 하다.

우측으로 가면 산이다. 조금은 위험하다. 앞이 잘 보이지 않는 험난한 길. 도전과 모험이 기다리는 곳이다. 이곳 역시 수많은 사람이 선택하는 길이다. 산을 오르다 보면 겁쟁이 고라니가 후다닥 뛰며 도망간다. 어미를 잃었는지 멧돼지가 주변을 어슬렁 거린다. 뒤에 어미가 있을 것이다. 잠시 오르던 길을 멈추고 사태를 관망한다. 넓은 도랑을 끼고 있어서 너구리와 족제비가 보인다. 멸종 위기종인 담비가 쌍으로 나타나 특유의 귀여운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위험한 최상위 포식자인 멧돼지가 있다. 그리고 반갑지 않은 뱀을 만나고, 다람쥐도 같이 놀자고 숨바꼭질이다. 이 모든 상황을 예측하면서 정상에 도달한다. 정상에서 아래를 내려 보았다. 껌딱지 같은 집들이 띄엄띄엄 있다. 득도했다. 크게 심호흡을 하며 소리를 지른다.

''야호~야호~''

다음 길은 더 우측에 있다. 맹지다. 사유지로 우리 땅과 산 주인의 땅으로 나뉜다. 비포장 도로여서 길이 거칠다. 산에 오르는 길도 역지 맹지다. 예전에 이태원에서 살다 먼저 자리 잡으셨던 노부부가 있었다. 우리에게는 필요 없는 땅이다. 군(郡)에서 도로포장을 위해 우리 집을 방문했다. 불필요한 땅이므로 조건 없이 도장을 찍었다. 그동안 산주인이 두 번 바뀌었다. 허나 이곳은 쉽지 않다. 사유지 주인이 두 명으로 우리와 산 임자가 있다. 맹지인 길을 지나면 3천여 평의 너른 땅이 펼쳐진다. 이번 비로 산에서 흘러 내려오는 토사로 하수로를 덮쳤다. 車가 드나들 수없게 커다란 웅덩이가 생겼다. 이곳의 토지 주인은 맹지인 땅을 제대로 활용하려면 무조건 매입을 해야 한다. 우리는 타협의 여지가 있다. 필요 없는 땅이므로.

문제는 직진이다. 직진을 하면 다리 아래로 추락이다. 길이 없다. 고민을 한다. 안전하게 좌측으로 가던지 또는 차선으로 원하지 않지만 모험을 택하던지, 그것도 아니면 콱 막혔으나 타협의 의지가 있는 곳을 택하여야 한다. 인생길에 정답은 없다. 안전하다 싶어 택한 길에 돌발상황이 속출하고, 위험해 회피하고 싶었던 길이 수월할 때도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끊임없이 자신을 단련시킨다. 헐떡이는 호흡을 진정시키기 위해 주변의 그루터기를 찾는다. 쉼표. 육신의 빠른 회복으로 다시 출발이다.

어느 길이 옳을까? 쉬운 길은 없다. 쉽게 보일 뿐이다. 지혜를 끌어 모아 선택하였다. 옳은 길을 찾아가는 여정이므로 쉬지 않고 걸어갈 뿐이다. 드디어 능선을 타고 더 높은 정상이다. 과정은 험난하였다. 성취감은 꽤나 짜릿하게 내 육신을 관통한다. 기쁨으로 사계의 변화무쌍한 맨 얼굴이 되어 사색에 잠긴다. 순간 정적을 깨는 소리.

'꼬르륵'

뱃속에서 아우성이다. 시답지 않은 짓 하지 말란다. 산을 타면서 중간에 만났던 복병을 헤쳐나왔다. 기력이 탈진하였다. 보답을 바란다. 하산을 재촉한다. 노력의 대가를 바란다. 산에 오르고 내려오는 과정이 인간의 삶과 매우 닮았다. 매 순간이 선택, 선택의 연속이다. 누구에게나 예외란 없다. 그저 자신의 선택을 믿으며 결과에 대한 책임만 있을 뿐이다.

가지 않은 길 / 로버트 프로스트

노랗게 물든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습니다.

몸이 하나여서 두 길 모두 가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워

오래도록 서서 한 길이 덤불 사이로 굽어지는 곳까지

멀리, 저 멀리까지 내다보았습니다.

중략

나는 한숨을 쉬며 말하죠

까마득한 예전에:

두 갈래 길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나는 -

나는 사람들이 적게 간 길로 나아갔고, 그것이 모든 것을 바꾸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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