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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되면 더 걷고 싶어진다"…초강천 1.8km 벚꽃길, 봄의 절정

280그루 벚나무 '팝콘처럼' 만개…점등 행사로 완성된 야경

  • 웹출고시간2026.04.07 10:31:32
  • 최종수정2026.04.07 10:31:32
[충북일보] 해가 지면, 낮보다 더 환해진 벚꽃 아래로 사람들이 모여든다. 걷기 위해서가 아니라, 머물기 위해서다.

영동군 황간면 초강천 벚꽃길이 봄의 절정을 맞았다. 1.8km 둑방길을 따라 이어진 벚나무들이 일제히 꽃을 터뜨리며 길 전체를 하얗게 채운다. 바람이 스치면 꽃잎은 눈처럼 흩날리고, 일부는 초강천 물결 위로 내려앉는다. 강과 길, 그리고 봄이 하나로 이어진다.

이 풍경은 밤이 되면서 한 번 더 깊어진다. 지난 6일 저녁, 황간면 주민자치위원회가 마련한 점등행사를 통해 벚꽃길 조명이 일제히 켜졌다. 은은한 LED 빛이 꽃잎 사이를 비추자, 낮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벚꽃길이 펼쳐졌다. 화사함 위에 고요함이 더해진 시간, 길 위의 발걸음은 자연스럽게 느려진다.

가족과 연인, 이웃들이 삼삼오오 모여 사진을 찍고, 잠시 멈춰 서서 꽃잎이 흩날리는 순간을 바라봤다. 벚꽃길은 어느새 '지나가는 길'이 아니라, 일부러 찾아와 머무는 봄의 명소가 됐다.

이곳은 단순한 산책로가 아니다. 2005년 '아름다운 산책로 가꾸기' 사업으로 시작된 뒤, 주민들의 손길로 20년 가까이 이어져 온 공간이다. 약 280여 그루 벚나무가 줄지어 선 이 길은 해마다 봄이면 전혀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그 변화의 배경에는 꾸준한 관리가 있었다. 주민자치위원회를 중심으로 풀베기와 가지치기, 시비 작업이 이어지며 나무의 수형과 토양이 정비됐다. 덕분에 이곳 벚꽃은 색이 곱고 풍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점등행사를 주관한 전영우 주민자치위원장은 "주민들이 봄의 정취를 함께 즐길 수 있도록 매년 이 시기에 벚꽃길 점등행사를 이어오고 있다"며 "주민 스스로 지역의 장점을 살려 하나의 문화를 만들어간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벚꽃길 조명은 꽃이 지기 전까지 한시적으로 운영된다. 짧지만 가장 선명한 계절, 그 한가운데서 초강천 벚꽃길은 다시 한 번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봄은 지나가지만, 이 길은 그 시간을 오래 붙잡아 둔다. 영동 / 이진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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