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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숙

미술평론가·수필가

모파상의 소설 '진주 목걸이'를 읽은 적 있다. 평범한 삶의 주인공이 화려한 연회에 참석하기 위해 친구에게 값비싼 진주 목걸이를 빌렸다. 연회에서 목걸이를 착용한 주인공은 단연 아름답게 돋보였다. 그러나 그만 목걸이를 잃어버리고 만다. 같은 목걸이를 사서 갖다주었지만, 그로 인한 빚을 청산하기 위해 오랜 세월을 고생하며 살게 된다. 주인공은 갖은 고생 속에서 과거 화려했던 연회의 자기 모습을 기억하며 그리워한다.

시간이 지나 그 진주 목걸이는 비싸지 않은 모조품이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오랜 세월 빚을 갚느라 많은 것을 잃으며 살았지만 돌이킬 수 없음에 허탈함을 느낀다. 연회에서 아름답고 부유하게 보이기 위한 목걸이가 필요했고, 빌려서까지 착용한 주인공의 과욕이 드러나는 이 소설은 인간의 허영심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누구나 값비싼 물건을 소유하거나 착용할 수 있으나, 감당하지 못할 정도라면 지양해야 할 것이다.

시대적으로 앞서 있지만, 17세기 네덜란드에서는 보석과 진주는 부의 무의미함을 나타내는 요소로 그려지기도 했다. 이를 라틴어로 공허함을 의미하는 '바니타스(vanitas)'라고 한다. 당시 네덜란드는 상공업과 무역의 발달로 부를 축적했으나 전쟁과 잦은 질병을 겪으며 결국 시간이 지나면 화려함과 부귀영화는 무의미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러한 상황을 대변하듯, 바니타스 정물화가 유행한다.

동시대에 활동했던 네덜란드의 화가 요하네스 페르메이르의 작품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진주 목걸이를 한 여인' 등에서도 진주의 고요한 반짝임이 표현되었다. 단조롭고 차분한 옷차림에 당시로는 값비싼 진주를 착용한 모습이 인상적이다. 모파상의 소설처럼 이 작품에서도 여성이라면 누구나 아름다운 보석을 갖고 싶은 마음이 느껴진다.

허영심으로 인해 커다란 대가를 치르는 경우는 우리 주위에서도 볼 수 있다. 누구보다도 우월하며 돋보이고 싶은 마음은 인간으로서 깊이 이해한다. 그러나 실제 자신의 노력으로 합당한 위치에 와 있어야 순리대로 살아온 성실함과 진정성이 와 닿는다. 반대로 자신이 갖지 못한 것들을 억지로 취하고 과장하여 드러내고자 할 때 그 사람에 대한 믿음이 사라지고 거부감마저 든다.

허영심의 저변에는 타인보다 뛰어나야 한다는 비교 의식이 자리 잡고 있다. 가진 것이 없지만 부유하게 보이기 위해서 능력 이상의 값비싼 물건들과 차량을 소유하고 명품을 과하게 착용, 그럴듯하게 포장된 직함, 타인을 험담하며 자신을 내세우는 비굴한 언변, 능력 이상의 약속을 했다가 지키지 못하는 경우, 타인을 끊임없이 관찰하기, 보여주기식 행동 등이 허영심을 가진 이들의 특성이다.

과한 허영심은 내면의 결핍을 그대로 드러낸다. 가진 것이 많을수록, 내면이 풍요로울수록 보이는 것에 집착하지 않는다. 삶을 더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값비싼 겉치레가 아닌,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하고 내면을 성찰하는 자세가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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