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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6.04.06 16:24:08
  • 최종수정2026.04.06 16:24:08

박영록

한국교통대 중국어전공교수

대학 다닐 때 여름 방학이면 '농활'을 갔었다. '농활'의 정식 명칭은 '농민학생연대활동'이지만, 이것은 사실 '농활'의 의의를 나타내기 위한 명칭이고, 이렇다른 사람들에게 쉽게 이해시키기 위해서는 그냥 '농촌활동'이라 불렀다.

그런데 방학에 농활을 간다면 5월에는 '모활'을 가기도 하였다. '모활'은 일요일 하루 시간을 내어 모내기에 참여하는 활동인데, 왜 일요일인가 하면 그 당시 대학에는 토요일에도 강의가 있었기 때문이다. 일요일 새벽에 학교에 모이면, 학교에서 버스로 바래다주고, 돌아올 때는 학생들이 알아서 귀가하는 일정이었다. 농활은 기간이 길어 15명 안팎으로 한 조가 되어 여러 마을에 나뉘어 들어가니 넓은 지역에 퍼지지만, 모활은 하루이므로 수 십 명의 학생들이 한 마을에 집중된다. 그래서 모내기가 중심 활동이지만, 평소 마을에서 인력이 부족해서 처리하지 못했던 축사 손보기, 농수로 정리 같은 것도 우르르 달려들어서 해치우곤 했다.

모내기는 우선 모판에서 모를 찌는 것, 그러니까 모판에서 빽빽하게 자라고 있는 모를 뽑아서 적당한 모둠으로 묶는 것에서 시작한다. 그런데 아무리 일손이 서툴다 해도 20여명 정도가 동원되면 모판 하나 해결은 순식간이다. 모찌기라는 게 모가 쏙쏙 뽑히는게 은근히 손맛도 있고, 성과물이 금방 보인다는 점만 보면 꽤나 재미있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모내기에 자신감이 붙은 나머지, 한번은 고모 댁에 모내기 도와드리러 갔었는데, 그때 모를 찐다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 중의 하나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면 아마 평생 모내기는 재미있는 일로 착각했을 것이다. 예컨대, 고모댁에서는 모를 찌기 전에 허리에 매달아서 엉덩이로 깔고 앉는 깔개부터 주시던데, 모를 찐다는 게 손에 물집 생기게 찌고 또 쪄도 계속 그 자리라는 것을 그제야 알게 되었다. 그런데 모찌기에 비해보면 모내기는 확실히 즐거운 활동인 셈이었다. 일단 활동적이고, 허리도 굽혔다 폈다를 반복하고, 사람도 많고, 중간에 노래도 부르고.

저녁무렵 하루 활동이 끝나면 마을회관 앞 마당에서 다 함께 저녁을 먹는데, 마을 이장님의 고맙다는 말부터 동네 소개까지 인사말 듣고 식사가 끝나면 어느새 해가 넘어간다. 우리는 당시에 벽제역에 가면 학교 가는 버스가 있다고 해서 다들 시골길을 걸어 벽제역까지 이동했다. 들판에는 어둠이 내리고 있었고, 짙은 남색이 되어가는 하늘에는 별이 총총 떠 있는데, 하여튼 유난히 반짝이는 별도 본 것 같다. 우리는 '낮에 누가 심은 모는 다 둥둥 떴다'는 둥, 앞에 걸어가는 앞서 가는 누구는 팔자걸음이라고 놀리기도 하면서 시골길을 걸었다. 그 젊은이들도 세월이 흐르고 흐른다는 건 알았지만, 그래도 다 같이 늙어갈 줄 알았는데, 그때 깔깔거리며 걸었던 친구들 몇몇은 엄마 심부름을 너무 빨리 끝내고 이미 돌아가 버리기도 하였다. 역시 중요한 건 함께 있는 이 시간을 귀하게 여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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