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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6.04.05 15:55:57
  • 최종수정2026.04.05 15:55:56

박영순

'파란만장한 커피사' 저자

우리는 과연 어떤 수준에서 공정무역을 실천하고 있는가?

어른들은 윤리적 소비 실천을 위해 공정무역제품을 사용하라고 다그치지만, 정작 우리의 청소년이 현장에서 경험하는 것은 외국이 주도하는 공정무역 인증 마크에 머물고 있다. 공정무역 제품 사용을 통해 생산자와 교감을 갖기 위해서는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공정무역의 가치가 인증 마크가 아니라 생산자와의 유대에 있기 때문이다.

오는 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K-공정무역인증을 위한 국회 포럼"이 열린다. 이강일-부승찬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최혁진 무소속 의원이 공동 주최하고, 사단법인 한국공정무역협의회가 주관하는 자리다. 미리 배포된 자료를 보면, 우리 스스로 세계 표준으로 활용할 공정무역 인증 마크를 빨리 만들어야 한다는 다급함이 느껴진다.

우리가 매일 마시는 커피 한 잔의 이익 중 90%가 유통업자의 손에 쥐어지고, 아프리카의 카카오 농민들은 초콜릿 한 조각조차 맛볼 여유가 없다. 전 세계 무역의 이면에 숨겨진 구조적 불평등의 민낯이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 등장한 공정무역은 생산자에게 정당한 대가를 보장함으로써 불평등한 시장 구조 자체를 바꾸고자 애를 쓰고 있다. 이러한 윤리적 가치를 소비자가 믿고 선택할 수 있게 만드는 핵심 기제가 '인증(Certification)'이다.

이강일 국회의원은 공정무역 인증 마크가 거대 자본의 윤리적 마케팅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이 뼈아프다면서 한국이 주체가 되는 인증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윤리적 가치의 실현이라는 본질을 지키면서도 해외 기관에 전적으로 의존해 온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한국의 현실에 맞는 자립적이고 투명한 '한국형 공정무역 인증제도(K-공정무역인증)'를 모색해야 할 시점이라는 것이다.

최유진 강남대학교 교수는 발제문을 통해 현재 한국에 공정무역을 독자적으로 인증할 체계적 제도가 없음을 지적했다. 인증제도는 소비자가 스스로 확인할 수 없는 제품의 숨겨진 가치를 제3자의 검증을 통해 눈으로 볼 수 있게 만들어주어 '시장의 정보 비대칭'을 교정하는 필수 기제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허위 표시나 윤리적인 척만 하는 '워싱(washing)' 행위를 차단하고, 공공기관의 우선구매나 세제 혜택 등 정부 정책과 연계되는 '준공적 규범 체계'로 확고히 기능하기 위해서 K-공정무역인증은 반드시 도입되어야 한다.

이를 성공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해 넘어야 할 과제들이 적잖다. 토론자로 나서는 김영식 전국사회연대경제지방정부협의회 사무국장은 공공기관이 없는 상황에서 민간 주도의 도입이 불가피한 만큼 '누가 인증할 것인가(공신력)'의 문제를 지적했다. 이에 대한 돌파구로 인증제 운영 실무는 민간이 담당하되 공공기관이 심사를 통해 그 공신력을 덧입혀주는 '민간자격 국가공인 제도' 형태의 하이브리드 방식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견해를 내왔다.

김선화 한국공정무역마을위원회 위원장은 기존 해외 인증의 높은 비용과 까다로운 절차가 국내 영세 사회적경제 조직이나 중소기업에게는 참여조차 불가능한 '장벽'이 되고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당장 인증 시스템을 꾸리기보다 한국 실정에 맞는 '공정무역 공동브랜드'를 선제적으로 개발하자는 대안을 내놓았다. 공동브랜드로 진입 장벽을 대폭 낮추고, 이를 현재 국내에 조성된 17개 공정무역도시 등과 연계한다면 점진적이면서도 확실하게 소비자의 신뢰를 쌓아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안광중 한국공정무역협의회 대표는 K-공정무역인증이 단순한 도덕적 캠페인을 넘어 제품의 품질과 윤리적 기업가 정신을 결합한 '가치실용주의'로 나아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K-공정무역 인증은 규범 주권(regulatory sovereignty)의 문제이며, 동시에 한국형 가치 체계를 세계에 제시할 수 있는 가능성이다. K-콘텐츠와 K-표준이 다양한 영역에서 글로벌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는 지금 공정무역 역시 예외일 이유는 없다.

우리 스스로 우리의 언어로 공정무역의 가치를 증명해야 할 시간이다. 이번 국회 포럼이 선언적 논의를 넘어 우리의 경제·사회적 토양에 단단히 뿌리내리는 K-공정무역인증의 실효성 있는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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