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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6.04.01 15:42:19
  • 최종수정2026.04.01 15:42:19

이은일

음성수필문학회 사무국장

기계 소리가 요란하다. 마스크를 한 학생들의 열기가 뜨겁다. 평생학습관 목공 교실 안, 시끄러운 여러 가지 소리와 톱밥 먼지 속에서 열 명의 학생이 말 한마디 없이 각자의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우리 부부의 손놀림도 분주하다.

3월 첫 주, 남편과 함께 목공 기초반에 등록했다. 3개월 과정으로, 몇 가지 간단한 가구 소품을 만드는 수업이다. 새로운 취미 활동을 시작한다면 지금이 적기다. 지난 몇 년간 남편이 위탁받아 운영하던 유기견 센터가 얼마 전 만료되어 시간적 여유가 생겼기 때문이다. 목공에 관심이 있으나 선뜻 시작하지 못하고 있던 남편을 위해 동반 수강 신청을 했다. 나름 작은 공동의 목표도 세웠다. 열심히 배워서 우리 집 반려묘 밍이에게 캣타워 하나 만들어주자는 계획이었다.

사실 남편과 함께 뭔가를 한다는 것에 걱정이 없는 건 아니다. 우리 부부는 성격이 무척 다르다. 융통성 없이 고지식한 나를 남편도 답답해했겠지만 나는 나대로 즉흥적이고 변화무쌍한 남편에 맞춰 사느라 늘 긴장하며 살아야 했다. 그러다 내가 내 위주의 삶으로 태도를 전환하면서 한동안 크고 작은 갈등이 있었다. 작년 말부터 서서히 평온해진 듯하니 함께하는 시도도 괜찮을 것 같다. 감당치 못할 상황을 맞이하면 부정, 분노, 체념, 수용의 순서로 심리적 단계가 진행된다는데, 남편은 현재 수용 단계인 듯싶다.

나무판을 결합하는 일은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목공에 사용하는 모든 도구가 그렇듯 나무판을 임시로 고정할 때 쓰는 전동 타카건은 위험해서 안전에 유의해야 한다. 핀이 예리하고 순식간에 박히기 때문이다. 구멍을 뚫거나 나사못을 박을 때 사용하는 전동드릴도 무게가 꽤 무겁다. 까다롭고 익숙지 않은 기계들을 다루는 게 쉽지 않아 남편의 도움이 필요했다. 겉과 안, 결을 맞춰 순서대로 조립할 때도 한 사람이 잡아주면 일이 훨씬 수월하다. 함께하길 잘한 것 같다.

상자를 완성하고 보니 귀퉁이가 딱 들어맞지 않는다. 남편의 상자는 더 심했다. 비스듬히 절단된 면을 전동대패로 다듬다가 몇 군데 떨어져 나간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괜찮다. 모서리가 안 맞는 것 정도는 큰일이 아니라는 것쯤 알 나이이기도 하고 또 우리에게는 아직 다듬는 과정이 남아 있으니 말이다.

다듬는 과정의 대부분은 사포질이다. 강사의 표현에 의하면 사포질은 목공의 꽃이라고 한다. 사포질에 얼마나 공들이느냐에 따라 품질 차이가 크다는 것이다. 사포의 방은 사포 표면의 거칠기를 뜻하는데, 숫자가 높을수록 표면을 곱고 매끄럽게 연마해 준단다. 우리는 본격적인 사포질에 돌입했다. 80방으로 먼저 이가 맞지 않은 부분을 열심히 문질러 높낮이를 맞춘 다음 300방으로 전체적인 표면적을 골고루 문질러 줘야 한다. 힘들어도 꼼꼼하게 시간을 들이는 만큼 만족도는 높아질 것이다. 강의를 마칠 때쯤이면 둘이 소박한 캣타워 하나는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밍이도 나이가 있으니까 높고 복잡한 캣타워는 오히려 위험할지도 모른다.

그냥 주어지는 대로 열심히 자르고, 뚫고, 못 박던 지난 35년의 결혼생활, 돌아보니 거칠고 모서리가 울퉁불퉁한 상자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우리가 사포질하고 있는 게 그 상자였을까. 요즘 우리 부부는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법을 하나씩 터득해 가고 있다. 그렇게 지금이 우리 결혼생활의 꽃이라고 여겨도 좋을 듯하다.

햇살이 비치는 베란다 창가에 아담한 캣타워가 놓이고, 그물 방석에 엎드려 졸고 있을 밍이를 상상하며 우리 부부는 사포질 삼매경에 빠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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