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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6.03.31 15:22:48
  • 최종수정2026.03.31 15:22:47

류경희

객원논설위원

제 가정을 꾸린 성인자식의 잘못에 부모는 얼마큼의 책임이 있을까· 자식의 문제에 부모가 나서서 사과를 해야 할까· 도대체 자식을 언제까지 AS해야 하는 걸까·

유명 가수부부가 아들의 파경과 양육비 미지급 등을 방관했다는 이유로 전 국민에게 욕을 먹는 상황에 대한 생각이다.

사실혼 관계였던 며느리의 주장을 들어보면 삼십대 아들은 비난받아 마땅한 인물이다. 며느리는 위자료 소송에서 '위자료 3000만 원과 자녀 양육비 월 80만 원' 지급판결을 받았다고 한다. 판결에도 불구하고 양육비 지급이 되지 않자 며느리는 시부모를 원망하고 나섰다.

며느리가 주장한 시부모의 잘못은 아들의 외도 사실을 여러 차례 알렸음에도 모르쇠 한 죄다. 여론은 여유 있는 부모가 자식의 일을 모른 척 돕지 않은 게 괘씸하다며 며느리 편을 들고 있다.

대중의 비난이 거세지자 가수 부부는 매체를 통해 아들 관련 사건을 사과했다.

"성인인 아들의 사생활과 자율성을 존중한다는 생각에 그간 이혼 과정에 개입하지 않았으나, 결과적으로 부모로서 자식의 허물을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부족함이 컸다"는 내용이다. 양육비와 위자료 등 판결에 따른 아들의 의무가 조속히 이행될 수 있도록 엄중히 지도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시부모의 공식 사과에 대해 며느리는 사과하는 척하는 '거짓 사과'라 반박하고 있다. "대중이 아닌 자신과 아이, 자신의 가족들에게 사과하라"는 것이 며느리의 입장이다.

"제발 쉽게 사라지지 않게 계속 도와달라"고 호소하는 며느리의 SNS에 분노가 가득하다. 서른이 넘은 성인부부의 사적갈등을 부모에게 전가하는 것이 평범치 않다 싶지만, 남편이 연락을 차단한 상태에서 기댈 곳은 시부모뿐이었을 며느리의 심정은 백번 이해된다.

이번 사태를 두고 혹자는 부모가 유명인인 탓에 일방적 폭로의 대상이 된다면, 곧 연좌제가 아니냐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가볍지 않은 우려다.

연좌제(連坐制)는 범죄인과 특정 관계에 있는 사람에게 연대책임을 지게 하여 불이익을 주거나 처벌하는 제도다. 왕권을 보호하기 위한 정치적 장치로 조선시대에는 반역죄를 저지른 자의 삼족을 멸했는데, 나무를 없앨 때 잔뿌리까지 모두 뽑아버리는 식이었다. 범위를 확장하여 친족뿐 아니라 스승, 제자, 친구 마을사람들까지 포함시키기도 했다.

1894년 갑오개혁 이후 형사적 연좌형은 공식적으로 폐지됐고, 1905년엔 '형법대전'의 관련 조항이 사라졌다. 그러나 6·25 전쟁 이후 공직 임용, 군 입대, 취업, 해외여행 등에서 가족의 과거가 개인에게 불이익을 주는 형태로 연좌제가 지속됐었다. 사회적 낙인이던 연좌제는 1980년 헌법 개정과 1981년 내무부 지침 발표를 통해 공식적으로 폐지됐다.

연좌제가 사라졌지만 '가해자의 잘못을 가족이 함께 책임을 져야 한다'는 사회적 압력인 도덕적 연좌제는 아직 살아있다.

도덕적 연좌제는 인터넷으로 인해 기록이 지워지지 않는 디지털 형벌로 진화했다. 온라인에서 시공간의 제약 없이 익명으로 지속적인 테러를 확산하여 특정인을 모욕하는 사이버 불링(Cyberbullying)이 된 것이다.

"제발 쉽게 사라지지 않게 계속 도와달라"는 부탁은 영원히 자료가 남아 있게 온라인에 비난을 남겨달라는 의미로 이해된다. 사이버 불링으로 확대되기 전 며느리를 위로하지 못한 시부모의 역할이 안타깝다. 죄지은 아들만을 감싼 편협한 사랑의 뼈아픈 대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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