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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옥

음성문인협회 회원

함께 충주에서 볼일을 마치고 음성으로 향하던 길이다. 달천면을 지나자 남편이 갑자기 차를 돌려 고향마을로 향한다. 오랜만에 넙죽이 형님네를 들러야겠다면서 동네 어귀를 지나 아주버님의 마당에 자동차를 세운다. 차 문을 열고 내리는데 어떻게 알았는지 마중을 나왔다. 인사를 하곤 바깥채의 사랑방으로 따라 들어갔다. 넙죽이 형님은 남편의 이종형이다.

아주버님은 우리를 식탁 앞에 앉으라 한다. 남자이지만 요리사만큼 음식을 잘한다. 분주히 음식을 차리는데 반찬이 대여섯 가지에 군밤까지 먹거리가 풍성하다. 먹을 것이 많은데도 아주버님은 내가 좋아하는 걸 알고 화목난로 통에 고구마를 넣는다. 우리보고는 밥을 먹으라 하고는 어제 만들었다는 만두 여러 봉지를 꺼내 왔다. 음식 만드는 일이 한없이 행복하다는 아주버님은 누군가 찾아와 먹는 것만 봐도 흐뭇하다고 한다. 만두도 찜기에 얹어 쪄냈다. 그사이 나는 집안을 둘러봤다. 넓은 공간에 살림살이도 많고, 요리하기에 편하도록 시설도 잘 꾸며져 있다. 누구든 지나다 몸을 따듯하게 녹이라며 화목난로를 항상 피워놓는다. 믹스커피도 따끈한 물도 준비해 놓았다. 한쪽으로는 꽃 화분이 놓여 있는데 향기가 어찌나 좋은지 오래 머물고 싶을 정도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동네 맨 꼭대기에 사는 이웃과 그 밑에 사는 이웃을 초대한 모양이다. 아주버님은 사람을 참 좋아하신다. 시간만 나면 음식을 준비해 놓고 이웃을 불러들인다. 형님은 가게를 하고 있기에 아주버님만 고향으로 들어 온 지도 몇 년이 흘렀다.

뒷골마을은 아주버님의 부모님이 사시던 고향이다. 사회생활을 하다 돌아오기 전 시골집을 리모델링했다. 직업이 건축업인 아주버님은 혼자서 통나무를 이용하여 몇 년에 걸쳐 한옥으로 변화시켰다. 바깥채도 수리해서 넓은 사랑방으로 꾸몄다. 아주버님의 집뿐만 아니라 동네회관에 들어가는 계단 입구도 말끔하게 수리를 해 놓았다. 이집 저집 아주버님이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마다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사랑방은 그냥 지나친 적이 없다. 더운 여름날에는 일을 하다 잠깐 들러 물 한 잔으로 목을 축이고 커피 한 잔 마시며 쉬어갔다. 하루 일을 마치고도 늦은 밤까지 모여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동네 마실 방이다.

마실 방은 음식만 나누는 게 아니다. 모든 사람이 담소를 나누고 동네 걱정거리도 함께 고민하고 서로 의논하며 해결책을 찾는 곳이기도 하다. 이번에는 아주버님이 올봄에 고사리 농사를 짓고 싶어 이웃의 도움을 받고자 모인 것이다. 고사리는 씨앗으로 뿌리는 것이 아니고 뿌리를 심은 후 3년이 지나야 자리를 잡고 수확을 볼 수 있다. 이들과 뿌리를 살 수 있는 업체와 날을 잡아 고사리를 심을 계획까지 세운다.

사람은 누구를 만나 어울리느냐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진다. 아주버님이 사랑방을 만든 후 뒷골마을로 이사와 살고 싶다는 이들이 여럿 있다. 이제 고향을 찾은 아주버님도 이웃 부부도 고사리처럼 건강하게 뿌리내리길 바라는 마음이다. 서로에게 인연이 있기에 만남이 어우러졌음이다. 오늘도 뒷골마을 마실방에는 이야기꽃이 활짝 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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