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름많음동두천 24.4℃
  • 흐림강릉 20.2℃
  • 구름많음서울 25.1℃
  • 흐림충주 24.2℃
  • 맑음서산 25.7℃
  • 구름많음청주 25.9℃
  • 구름많음대전 26.6℃
  • 흐림추풍령 21.8℃
  • 흐림대구 23.6℃
  • 흐림울산 21.1℃
  • 맑음광주 28.5℃
  • 구름많음부산 26.2℃
  • 맑음고창 29.0℃
  • 구름많음홍성(예) 25.7℃
  • 맑음제주 27.4℃
  • 구름많음고산 28.3℃
  • 흐림강화 23.4℃
  • 흐림제천 21.3℃
  • 흐림보은 22.9℃
  • 맑음천안 24.7℃
  • 맑음보령 27.7℃
  • 맑음부여 26.6℃
  • 구름많음금산 25.3℃
  • 구름많음강진군 28.5℃
  • 흐림경주시 20.4℃
  • 구름많음거제 25.4℃
기상청 제공

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웹출고시간2026.03.25 16:38:54
  • 최종수정2026.03.25 16:38:54

장현두

시인·시낭송가

일 년 삼백육십오 일을 살면서 하루 기분 좋은 날이 얼마나 될까. 아마도 대부분 고개를 가로저을 것이다. 그만큼 우리는 세상을 각박하게 재미없게 산다는 이야기와 다름없다.

아직은 쌀쌀한 바람이 고양이처럼 살금살금 다가오는 봄기운을 시샘하던 날, 우리 부부는 봄나들이를 나섰다. 겨우내 추위에 눌리기도 했지만, 이 핑계 저 핑계로 한 달에 한 번은 여행 다니자는 약속을 수개월 동안 지키지 못한 탓에 쌓인 빚을 좀 갚아야겠다는 심산이기도 했다. 차창을 스치는 풍경은 바싹 마른 잎을 떨어내지 못하는 나무들만 외로이 서 있었다. 다행히 가을처럼 맑고 푸른 하늘빛에 마음은 유유히 떠 있는 하얀 구름이 되었다.

괴산 연풍에서 소조령과 이화령 터널을 연달아서 지나면 바로 문경새재가 나오고 명산 주흘산 아래 문경읍이다. 나는 괴산에 정착하면서부터 문경에 자주 간다. 문경(聞慶)은 높고 험한 주흘산 아래 남향으로 안온한 위치에 자리를 잡은 전형적인 배산임수형으로 기쁜 소식을 듣고 경사스러운 일의 조짐이 있다는 문희경서(聞喜慶瑞)에서 유래된 이름만큼이나 뭔가 좋은 기대감을 주는 곳이다. 해방 직전에는 어떤 도사가 문경에 나타나 곧 경사스러운 일이 생길 거라며 춤추고 다녔다는 일화가 있다.

언젠가 가을 사과가 익을 때 주흘산 바로 아래 깊숙이 들어앉은 모싯골이란 마을을 간 적이 있었는데 동네 곳곳에 탐스러운 사과와 황금빛 감이 주렁주렁 달린 풍경을 보고 감탄을 연발한 기억이 생생하다. 일교차가 커 사과 맛이 기막힌 점 또한 문경에 대한 호감을 더한다.

아내와 나는 봄바람으로 콧바람을 쐬며 어떤 기대감으로 문경새재 입구를 지나 읍내로 들어선다. 문경새재를 왼편에 놔두고 야트막한 고개를 넘으면 박 대통령이 문경초등학교 교사 시절 하숙을 했다고 하는 청운각을 바라보면서 순간 역사의 한 장면이 스쳐 간다. 점심으로 무얼 먹을지 하다가 아내가 좋아하는 갈빗살을 찾아 지인과 한번 온 적이 있는 식육식당에 들렀다. 어떤 부위를 먹을까 고민하는데 주인아주머니께서 어머니 같은 온화한 미소를 띠시면서 권해주는 치맛살을 골랐다. 또한 빠르게 상을 차려내며 상냥하게 "맛있게 드세요"라고 말하는 종업원의 태도에 더불어 어느새 편안해지고 입맛이 돌았다.

느긋하게 맛난 점심을 먹고 돌아오는 길에 또 뭔가 구경거리나 없을까· 하던 차에 마침 문경새재 입구 광장에 도자기종합전시관이 눈에 들어왔다. 혹시 내가 좋아하는 컵이나 화병이 없을까 하고 들어가 봤다. 다양한 도자기류를 둘러보는 데 "혹시 찾으시는 거 있으세요· 제가 도와드릴까요" 하는 소리에 흠칫 돌아오니 여기에서도 상냥한 미소를 띠며 여직원이 다정히 다가온다. 그때 두 주먹 크기만 한 화병이 눈에 들어왔다. 연한 자줏빛에 안개 색 같은 하얀빛이 감도는 데 아이비 한 가닥이 옆으로 휘어져 다시 올라오는 모습이 동양화를 연상케 한다. 이미 마음으로 이걸 사야겠다 하고 값을 물으니, 오만 원이란다.

비싼 느낌은 아니나 혹시나 하는 생각에 "할인은 없나요·"하고 툭 던졌더니 그녀는 바로 화병 작가한테 전화를 걸어 깎아줄 수 있는지 묻는 것이 아닌가.

그러면서 밝게 웃으며 작가님이 삼만 원에 주신다고 하네요 한다. 세상에 오만 원에 이만 원을 깎아주다니, 값도 값이지만 손님을 위해 최선을 다해주는 직원의 태도에 또 한 번 마음이 밝아지고 기분이 유쾌해졌다. 속으로 다시 또 와야겠다는 마음이 파도처럼 인다.

작은 말 한마디, 작은 마음 씀씀이 하나에 굳었던 얼굴이 펴지고 마음은 행복해진다. 이런 일이 한두 번이라도 있는 날은 기분이 좋은 날이다. 나도 평소 남한테 이런 '기분 좋음'을 주자고 다짐한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매거진 in 충북

'철탑산업훈장 수상' 곽인학 ㈜광스틸 대표이사 인터뷰

[충북일보] ㈜광스틸이 2026년 대한민국 중소기업인대회에서 영예의 철탑산업훈장을 수상했다. 2000년 설립 후 20년간 건축자재 제조 외길을 걸어온 곽인학 ㈜광스틸 대표이사는 이번 수상에 대해 "지난 20여 년간 오직 '더 안전하고 견고한 건축 자재를 만들겠다'는 외길을 걸어왔다"며 "그간 숱한 난관 속에서도 타협하지 않고 기술 혁신과 품질 향상에 매진해 온 광스틸의 고집과 정직함을 인정받은 것 같아 감회가 매우 깊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20년이 이 기반을 다지는 시간이었다면, 이번 수훈을 계기로 향후 100년을 이어갈 지속가능한 건축 자재 리딩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광스틸은 삼성전자, LG에너지솔루션 등 국내 대표 대기업 산단 현장과 공공기관에 자재를 납품하며 독보적인 신뢰를 쌓아오고 있다. 안전과 품질에 있어 단 1%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엄격한 기준이 적용되는 가운데 광스틸은 '철저한 품질관리'와 '현장 맞춤형 솔루션 제공'으로 꾸준히 선택받고 있다. 광스틸의 시그니처인 '스피드블록메탈패널'은 세계 최초로 실리콘을 쓰지 않는 Non-Caulking(논 코킹) 방식이 적용됐다. 기존 패널의 외벽 오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