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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6.03.22 15:36:23
  • 최종수정2026.03.22 15:36:23

김경숙

(전)청주시평생학습관장

고속도로에서 역주행으로 사망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런 소식을 접할 때마다 가슴이 철렁한다. 자가운전을 한 지 30여 년이 지났지만, 나는 아직 고속도로를 달려 본 적이 없다.

먼 길을 갈 일이 생기면 차를 두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국도를 택한다. 그런 나를 두고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한다. 분명 고속도로는 더 빠르고 편리한 길인데도, 나는 그 길이 두렵다. 나는 무엇을 두려워하고 있는 걸까. 문은 두드려야 열린다는 단순한 이치를 몰라서일까, 아니면 그저 겁이 많은 사람일 뿐일까. 나조차도 나를 잘 모르겠다.

이제 인생 2막을 시작한다고, 오로지 나를 위한 삶을 살겠다고 말해 놓고 정작 세상 밖으로 나갈 용기도 내지 못하는 내가 우습게 느껴지기도 한다. 30여 년을 직장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정해진 좌표와 이름표를 따라 살아왔다. 이제 그 울타리를 벗어나려 하니 방향을 잡지 못하고 서성이고 있다.

그런 내 마음을 알기라도 한 걸까. 딸아이가 인천공항까지 데려다 달라고 했다. 며칠 전 들은 고속도로 역주행 사고가 떠오르며 눈앞이 캄캄해졌다. 게다가 저녁 무렵이었다. 날은 어두워지고, 마음은 더 조여 왔다.

망설이는 나를 보며 딸이 말했다. "엄마, 고속도로가 더 편해. 할 수 있어. 진입해요." 그 한마디에 나는 엉겁결에 고속도로로 들어섰다. 긴장을 늦추지 않은 채 무사히 목적지에 도착했지만, 문제는 돌아오는 길이었다. 올 때는 딸이 있었지만, 이제는 혼자였다.

'여기까지 왔는데… 그래, 가보자.' 시동을 걸자 눈과 귀가 모두 내비게이션에 매달렸다. 갈림길이 나올 때마다 어디로 가야 할지 우왕좌왕했고, 익숙하지 않은 하이패스 구간에서는 당황하기까지 하고 비상등을 켰다. 차들은 쌩생 달려오고 하늘이 노랗게 보였다.

뉴스에서 보던 일이 남의 일이 아니라는 것을 그제야 실감했다. "그럴 리가 있나" 싶었던 일이 "그럴 수도 있겠구나"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나는 다시 긴장을 무기 삼아 도로를 달렸다. 고속도로를 벗어나 익숙한 길에 들어서자 꽁꽁 얼어 있던 몸과 마음이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다. 이정표와 내비게이션에 매달렸던 감각이 느슨해졌다.

그때였다. 좌회전 신호를 받고 차를 움직였다. 정지선에서 더 나아간 뒤 꺾어야 하는 길이라는 것을 놓친 채, 나는 습관처럼 핸들을 돌리려 했다. 맞은편 차량이 경적을 세게 울렸다. 순간 비상등을 켰다. 온몸의 감각이 얼어붙은 듯 멈춰 섰다.

그날, 두 번의 비상등은 앞으로의 나에게 보내는 경고등이었는지도 모른다. 직함이라는 이름을 달고 살아온 직장은 나에게 안전한 울타리였다. 그 울타리 안에서는 방향을 잃을 일이 없었다.

하지만 이제 나는 그 울타리를 벗어나 오로지 내 이름으로 살아가야 한다. 인생 2막이라는 무대는 어떤 장르로 펼쳐질까. 고속도로를 두려워하던 내가 결국 그 길 위에 올라섰듯이, 어쩌면 삶도 두려움을 지나야만 비로소 시작되는 것인지 모른다.

아직은 서툴고, 때로는 길을 잘못 들어설지도 모르지만. 나는 이제 내 이름으로 사는 시간 속으로, 조심스럽게 첫걸음을 내디뎌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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