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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6.03.17 14:49:33
  • 최종수정2026.03.17 14:49:33

류경희

객원논설위원

한국 뮤지컬계의 대부로 불리는 배우 '남경주'의 검찰송치 소식은 충격이 크다. 본인은 손사래를 치고 있지만 그 혐의가 '위력에 의한 간음'이라는 사실이 더럽고 민망해서다. 남경주가 홍익대 공연예술학부 부교수로 재직 중인 교육자 신분이라서 더 그렇다.

검찰 송치 사실이 보도된 후 남경주는 모든 연락을 차단했다. 휴대전화를 꺼놓고, SNS 계정을 삭제했으며, 나무위키에 들어가 자신의 자료를 지우려 시도했다. 홍익대학교 공연예술학부는 개강 전 징계 절차를 진행해 남경주를 부교수직에서 직위해제했다.

현역으로 활동 중인 남경주는 1982년 연극 '보이체크'로 데뷔한 한국 뮤지컬 1세대 배우다. '아가씨와 건달들', '렌트', '맘마미아', '시카고', '브로드웨이 42번가' 등에 출연해 박수를 받아 온 뮤지컬 배우이자 대학 교수로 안정된 경력을 쌓아온 그는 이번 사건으로 경력에 큰 오점을 남기게 됐다.

사건이 알려지자 남경주의 범상치 않은 과거이력이 파묘되고 있다. 2002년 12월 음주운전 단속에 적발돼 면허 취소됐던 그는 이듬해 4월 무면허 상태에서 어머니 소유의 승용차를 운전해 불구속 입건된 바 있다.

그보다 더 놀라운 전력이 고등학교 시절 삼청교육대 입소 사실이다. 지난 2009년 4월 KBS2 '박중훈쇼, 대한민국 일요일밤'에 출연했던 남경주는 "학창시절 삼청교육대에 다녀온 사실이 있다"면서 "학교에서 지도하기 힘든 학생 2명씩을 보냈는데, 고학년이 저학년을 때리는 것을 말리다 파출소에서 삼청교육대로 끌려갔다"고 밝혔다.

남경주의 친형이며 뮤지컬배우인 남경읍은 2010년 연극 '레인맨' 제작발표회에서 동생이 삼청교육대에 갔다 온 사실을 재확인해줬다.

"동생이 고등학생 신분으로 삼청교육대까지 갔다 왔을 정도로 사고뭉치였다"며 형은 고개를 흔들었다. 동생과 같은 학교를 다니며 종교부장을 맡았던 착실한 형은 동생 때문에 매일 야단을 맞았다고 한다.

후배를 때리던 선배를 말리다 삼청교육대에 끌려갔다고 한 동생의 해명과 사고뭉치 동생 때문에 날마다 시달렸다는 형의 하소연은 온도차가 크다.

삼청교육대(三淸敎育隊)는 1980년 8월 4일 사회악일소특별조치 등에 따라 설치된 군대식 정치범 수용소다. 계엄포고 제13호에 따라 검거된 6만755명 중 약 4만 명이 군부대 안에 구금돼 하루 16시간씩 4주간 순화교육을 빙자해 혹독한 훈련을 받았다.

사회악일소특별조치는 당시 전국을 휩쓸고 있던 양은이파, 서방파, OB파 등 3대 깡패 조직과 일반 깡패 등을 제거하여 민심을 얻으려는 정권 차원의 조치였으나 억울하게 끌려 온 사람도 있었다.

진실화해위가 입수한 문서에는 깡패와 폭력조직원 외에 학생, 청소년 600여명이 연행 대상자로 포함돼 강제 입소됐었다는 기록이 있다. 남경주도 그 일원이었나 보다.

그는 혹독했던 삼청교육대 경험에 대해 "당시에는 말도 안 되는 일들이 많이 일어나는 시대였고 내가 때를 잘못 태어나서 그렇게 된 것 아닌가 생각 한다"며 "결과적으로 삼청교육대를 다녀온 게 나에게는 긍정적으로 작용했지만 꼭 가야 할 이유가 있었나"라고 했다.

삼청교육대를 다녀 온 것이 자신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말은 삼청교육대를 다녀와서 사람이 됐다는 고백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무시무시한 삼청교육대도 그의 거친 비행 충동을 완전히 고칠 수는 없었던 것 같다. 약발이 다한 것일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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