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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터·볼펜 속 '몰카'… 온라인 쇼핑몰서 누구나 산다

초소형 카메라 수만원대 판매…디지털 성범죄 악용 우려

  • 웹출고시간2026.03.16 17:35:29
  • 최종수정2026.03.16 17:35:28
클릭하면 확대이미지를 볼 수 있습니다.

최근 충북도교육청 장학관이 식당 화장실에 불법 카메라를 설치했다가 체포된 가운데 온라인상에서는 불법 촬영용 카메라가 버젓이 판매되고 있다. 16일 청주시 무심천 변에 설치된 공중화장실 입구에 '불법 촬영 안심 ZONE'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 김용수기자
[충북일보] 충북도교육청 장학관의 화장실 불법 촬영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범행에 악용될 수 있는 초소형 위장 카메라가 온라인에서 아무런 제한 없이 판매되고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엄연한 범죄임에도 불법촬영은 현재진행형이다.

충북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21~2025년) 도내 불법촬영(카메라 등 이용 촬영죄) 발생 건수는 총 704건에 달했다.

연도별로는 2021년 132건, 2022년 143건, 2023년 135건, 2024년 131건, 2025년 163건으로, 지난해가 최근 5년 사이 가장 많은 숫자를 기록했다.

범행에 쓰이는 기기도 날로 진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상에서 흔히 사용하는 물건을 모방한 위장형 초소형 카메라가 주로 활용된다.

실제 주요 온라인 쇼핑몰에서 '라이터 카메라', '차키형 카메라' 등을 검색하면 수십 개의 제품이 노출되며, 가격도 수만 원대에서 수십만 원대로 다양하다.

일부 제품은 고화질 촬영과 음성 녹음 기능까지 갖췄다고 소개된다.

문제는 구매 과정이다. 성인 인증이나 사용 목적 확인 같은 별도 절차 없이 일반 전자제품처럼 주문이 가능하다.

라이터, 볼펜, 자동차 열쇠 등 일상 물건과 외형이 유사해 은닉성이 높은 탓에 불법촬영 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변형 카메라나 캠코더를 이용해 타인의 신체를 동의 없이 촬영하면 처벌을 받을 뿐, 현행법상 초소형 카메라의 판매·구매 자체는 불법이 아니기 때문에 우려의 목소리가 더욱 높았다.

이러한 제도적 공백을 메우려는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2021년 3월 진선미 국회의원 등은 '변형카메라의 관리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법안은 라이터·볼펜 등 일상용품으로 위장한 변형카메라를 제조·수입·판매·소지하려는 사업자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등록하도록 하고, 취급 이력을 관리하는 정보시스템을 구축하는 내용을 담았다.

또 판매 시 구매자에게 불법 촬영에 사용해선 안 된다는 사실을 의무적으로 고지하도록 했다. 미성년자나 성범죄자를 포함해 누구나 자유롭게 유통·소지할 수 있는 현실을 바꾸려는 취지였다.

그러나 법안은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회부돼 소위원회로 넘겨진 뒤 제대로 된 논의 없이 멈췄고, 2024년 5월 국회 임기만료와 함께 자동 폐기됐다.

변형카메라의 유통 실태조차 공식적으로 파악되지 않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성폭력 상담 현장에서 활동해 온 한 관계자는 "초소형 카메라 기술 자체가 문제라기보다 이를 악용하는 범죄가 반복되는 것이 문제"라며 "은닉성이 높은 장비들이 쉽게 유통되는 현실은 디지털 성범죄 예방 측면에서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 임선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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