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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6.03.16 13:55:07
  • 최종수정2026.03.16 13:55:06

윤진영

세명대 상담심리학과 교수

이번 학기 대학원 신입생 가운데 유난히 눈길을 끄는 분이 있었다. 일흔이 가까운 나이의 만학도였다. 30년 가까이 공직생활을 했고, 은퇴 후에는 지역사회에서 자원봉사를 하면서도 학점은행제 등을 통해 여러 분야의 학위를 취득했다고 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마음공부를 하고 싶어서 상담심리 대학원에 왔고, 다시 한번 열정을 불태우고 싶다. 부족함이 크니 많이 도와달라'는 말로 자기소개를 마쳤다. 수업을 끝낸 후, 이 분을 떠올리며 나의 노년기는 어떻게 계획하는 것이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됐다.

우리는 흔히 65세 이상을 노년기로 구분한다. 대체로 노년기는 삶을 돌아보고 정리하는 시기로 설명된다. 정신분석학자인 에릭슨(E. Erickson)은 인생의 마지막 단계를 '자아통합 대 절망'의 시기로 보았다. 지나온 과거를 받아들이고 자신의 삶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 자아통합을 이루지만, 그렇지 못하면 후회와 절망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은 분명 중요한 통찰을 주지만, 오늘날의 노년은 이와 같은 방식으로만 설명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65세라는 단일한 연령 기준으로 노년을 규정하는 데에는 무리가 있는 것 같다. 여러 제도적 필요에 의해 65세라는 기준이 사용되어 오기는 했지만, 실제 삶의 모습은 나이라는 숫자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같은 65세라도 건강 상태, 인지 기능, 경제적 여건, 사회참여 수준, 삶의 목표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누군가는 여전히 새로운 공부를 시도하고 사회적 역할과 관계를 넓혀가지만, 그보다 훨씬 이른 시기부터 신체적·심리적·사회적 위축을 경험하는 사람도 있다. 생물학적 나이만으로 한 사람의 발달 상태와 삶의 가능성을 판단하는 것은 지나치게 획일적인 관점일 수 있다. 분석심리학자인 칼 융(C. Jung)은 인생 후반기를 내면의 진실을 향해 나아가는 시간으로 설명했다. 사회적 역할과 성취를 중심으로 살아온 전반기와 달리, 인생 후반기에는 자기 자신과 더 깊이 만나고 삶의 의미를 새롭게 발견하는 과정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 것이다. 그런 점에서 만학도인 신입생은 나에게 많은 울림을 주었다. 그 분은 젊은 시절에는 사회적 책임과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면서 살아왔고, 은퇴 후에는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타인과 공동체에게 되돌려주는 삶을 이어온 것 같았다. 또한, 지속적인 배움의 과정을 통해 내적인 성장을 지속한 것 같았다. 특히, '마음공부를 위해 상담심리대학원에 왔다.'는 말은 인생 후반기에 집중해야 할 성숙한 발달 과업이 무엇인지를 잘 보여준 것 같다.

어쩌면 노년의 핵심은 나이가 아니라 태도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호기심을 잃지 않는 마음, 아직 성장할 수 있다고 믿는 자세, 자신이 가진 것을 다른 사람에 내어주는 넉넉함, 그리고 스스로의 부족함을 인정하며 기꺼이 도움을 청할 줄 아는 겸손함이야말로 건강한 노년을 정의하는 기준인 것 같았다. 일흔 살의 신입생의 모습을 보며 노년은 단순히 삶을 정리하는 시기만이 아닌 삶을 더 깊이 이해하는 기회의 시간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지 65세라는 숫자로 사람들의 삶을 구분하기보다, 각자가 어떤 방식으로 배우고 성장하며 의미를 확장해가는지를 함께 보아야 하지 않을까. 노년은 또 하나의 성숙한 출발점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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