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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6.03.15 14:43:00
  • 최종수정2026.03.15 14:43:00

황인술

인문학당 아르케 교수

새벽 4시 영화 《해바라기》 OST, 피아노와 첼로 저음부가 낮게 깔리며, 영하 14도 鶴洞驛 주변에 흐르고 있는 선율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를 떠 올리게 한다. 멘시니 「Loss of Love」는 포탄을 묘사하지 않지만, 침묵 속 폐허를 암시하고 있다. 선율은 돌아갈 수 없는 집을 찾는 발걸음처럼 떠돌고, 화성은 쉽게 종지하지 못한 채 허공에 매달려 있다. 지연된 울림과 울음 속에서 상실은 사건으로 다가와 삶을 송두리째 바꾸고 있다.

영화 《해바라기》를 다시 보면서 필자는 자연스럽게 우크라이나를 떠올려 봤다. 키이우 외곽 검게 탄 아파트 사진, 도네츠크 지역 찢긴 들판, 국경을 넘는 피난민 행렬이 머릿속에서 맴돌고 있다. 우리는 이 전쟁을 사망자 몇 명, 난민 몇 명, 무기 지원 얼마. 그러나 이 숫자 속에서 필자는 무엇인가 빠져있다고 느꼈다. 멘시니 선율은 그 빈자리를 드러내 주고 있다. 뉴스 바깥에서 추위와 죽음에 대한 공포에 떨고 있는 사람들을 호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엔 프로이트 심리학을 읽고 있다. 읽다 보니 이 선율이 애도와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잃은 이를 반복해 떠올리지만 결코 생전 과거로 되돌릴 수 없다. 반복이 우리를 무너뜨릴 수도 있고, 반대로 삶을 지탱하게 할 수도 있다. 전쟁 이후 평화는 고통이 사라진 상태가 아니라, 고통을 품고 살아갈 수 있는 상태일 것이다. 설령 우크라이나에 휴전이 오더라도, 사람들 마음속 고통과 죽음에 대한 공포는 오래 남을 것이다. 멘시니의 길게 늘어진 화성은 바로 이러한 불안을 닮아 있다.

음악을 공부하며 필자는 이 곡이 가지고 있는 힘이 충돌이 아니라 지연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해결을 미루는 음, 풀리지 않는 건반 움직임과 현, 닫히지 않는 종지. 이는 오늘날 국제 질서와 묘하게 겹친다. 총성은 멎을 수 있어도 적대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정전은 제도적 평화일 뿐, 정서적 평화는 아니다. 이 선율은 이 간극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여러 민담에서 여인은 전사들이 쓰러진 자리에 해바라기를 심는 것으로 묘사되어 있다. 꽃은 삶을 뜻 하지만 땅속 뿌리는 죽음과 함께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들판에 피어난 해바라기를 볼 때마다 필자는 이러한 이중성을 떠올려 본다. 밝은 노랑은 인류애를 상징하지만, 그 아래 묻힌 이름들은 공평하게 기억되지 않는다. 어떤 죽음은 뉴스 헤드라인이 되고, 어떤 죽음은 침묵 속에 사라진다. 문화는 그 잊힌 이름을 다시 부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장치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전쟁은 언어를 바꾼다. 문장은 짧아지고, 희망은 단조로 기울며, 침묵은 恨으로 핏줄 따라 흐른다. 멘시니 선율은 이러한 침묵을 노래하고 있다. 말로 다 할 수 없는 것을 울림으로 전하고 있다. 때문에 필자는 이 음악이 과거 유산이 아니라, 지금 여기에 있는 증언이라 생각한다. 우리는 이 곡을 통해 전쟁을 '보는' 것이 아니라 '느낀다'라는 표현이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결국 「Loss of Love」는 전쟁을 미화하지도, 평화를 낭만화하지도 않는다. 그것은 상실을 정직하게 붙든다. 필자는 이 곡을 들을 때마다 사랑이 전장에서만 잃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일상 속 무관심에서 조금씩 사라진다는 사실을 경험하고 있다. 전쟁으로부터 거리를 두고 무심해지는 순간, 우리는 이미 공범일 수 있다.

때문에 필자는 이 곡을 들을 때 감상하려고 애쓰지 않는다. 상실을 인정하고, 타자 고통을 느끼며, 같은 비극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조용히 해본다. 인류는 어둠을 지워서가 아니라, 그 일상 속 무관심 것이다. 멘시니 선율은 이러한 사실을, 화려하지 않게 그러나 집요하게, 필자 마음에 새겨 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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