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맑음동두천 27.2℃
  • 맑음강릉 25.2℃
  • 맑음서울 30.8℃
  • 맑음충주 26.0℃
  • 맑음서산 27.1℃
  • 맑음청주 31.0℃
  • 맑음대전 28.9℃
  • 맑음추풍령 23.3℃
  • 맑음대구 26.1℃
  • 맑음울산 24.9℃
  • 맑음광주 27.9℃
  • 맑음부산 27.3℃
  • 맑음고창 ℃
  • 맑음홍성(예) 27.4℃
  • 맑음제주 27.7℃
  • 맑음고산 26.3℃
  • 맑음강화 26.3℃
  • 맑음제천 24.2℃
  • 맑음보은 23.9℃
  • 맑음천안 24.7℃
  • 맑음보령 27.5℃
  • 맑음부여 26.5℃
  • 맑음금산 25.1℃
  • 맑음강진군 25.7℃
  • 맑음경주시 24.0℃
  • 맑음거제 26.2℃
기상청 제공

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심재숙

시인·한국어 강사

"선생님, 걸을까요? 바빠요?" 3월 3일, 정월 대보름 오후에 걸려 온 전화다.

키르기스스탄이 고향인 러시아어 선생님이 산책을 제안해 왔다. 나는 좀 이른 감이 있지만 마침 봄볕을 쬐고 싶던 차에 마주한 산책 제안을 기다렸다는 듯이 흔쾌히 받아들였다.

우리는 걸어서 이동하기로 했다. 가벼운 옷차림에 운동화를 신고 작은 가방을 메고 경쾌한 발걸음으로 집을 나섰다. 평소 차로 다니던 길이 아닌 도로에서 잘 보이지 않는 숨바꼭질하듯 숨어있는 골목길을 선택해 걸었다. 아기자기하고 정겹게 비뚤고 휘어진 골목에는 많은 이야기들도 겨우내 웅크리고 있었던 모양이다. 양지바른 곳에서 침묵하던 목련은 꽃봉오리를 부풀리기에 바빴다. 나는 꽃을 찾아 걷는 사람처럼 나무를 향해 두리번거렸다. 나직한 담장이 있는 어느 단독주택에는 벌써 영춘화가 드문드문 피기 시작했다. 프랑스빵집 앞을 지날 때는 빵집 유리창으로 노란 조명 아래 부푼 빵들이 설렘을 나누며 따뜻하고 온화해 보이는 풍경을 한참 바라보았다. 밖에서도 온기가 스며들었다.

그렇게 아름답게 숨은 길을 30분가량 걸어서 러시아어 선생님을 만났다. 눈부신 봄 햇살 속에 마주한 우리는 청주 '사직2공원'에 가기로 하고 참새처럼 재잘대며 정겨운 골목길로 접어들었다.

출발하자마자 우리는 '멜니짜' 환한 간판 앞에 멈춰서서 서로 눈을 맞추며 자연스럽게 매장 안으로 들어갔다. '멜니짜'는 러시아 식품을 판매하는 곳이다. 다양한 문화에 관심이 많은 나는 도저히 그곳을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매장은 꽤 넓었고 바로 먹을 수 있는,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등에서 온 사람들이 즐겨 먹는 음식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차와 주스, 고기와 생선, 야채와 술 등 많은 먹을거리가 가득했다. 우리는 고기와 치즈가 들어간 빵과 요거트를 샀다. 가까운 공원 벤치에 앉아 간식으로 맛있게 먹었다. 한국어와 문화를 가르치는 나는 러시아뿐만 아니라 여러 국가의 다양한 음식 문화에 비교적 익숙한 편이다.

늘 강아지와 산책을 하는 러시아어 선생님은 좁은 골목길도 속속들이 잘 알고 있었다. 우리는 골목길을 걸으며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겨울방학을 어떻게 보냈는지, 이야기를 나누며 걷다가 내가 즐겨 찾는 청국장집을 지나게 되었다. 식당을 가리키며 청국장이 맛있고 나물 반찬도 맛있는 엄마 손맛이 느껴지는 식당이라고 하자, 그녀가 관심을 보였다. 사실 그녀는 한국 음식을 매우 좋아한다. 특히 나물 반찬이나 된장찌개, 김치찌개 등을 좋아한다. 우리는 산책을 마치고 청국장집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러시아 음식을 먹고 청국장 이야기를 나누며 자연스럽게 오늘이 정월 대보름이며, 대보름에는 오곡밥과 묵나물을 먹는다는 대화까지 이어가며 걸었다.

큰길의 소음에서 벗어나 올라간 '사직2공원'에는 산책을 하거나 가볍게 운동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우리는 소나무 향내에 심호흡하며 천천히 소나무 아래 땅을 밟고 양팔을 벌려 하늘에 박힌 우듬지까지 올려다보았다. 흔들리는 나뭇가지를 따라 몸을 흔들어보기도 했다.

가벼워진 몸으로 내려올 때는 다른 길을 선택해 걸었다. 새롭게 느껴지는 길이 참 좋았다. 청국장집으로 향하는 길로 접어들자 시장기가 돌았다. 발걸음이 절로 빨라졌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매거진 in 충북

'철탑산업훈장 수상' 곽인학 ㈜광스틸 대표이사 인터뷰

[충북일보] ㈜광스틸이 2026년 대한민국 중소기업인대회에서 영예의 철탑산업훈장을 수상했다. 2000년 설립 후 20년간 건축자재 제조 외길을 걸어온 곽인학 ㈜광스틸 대표이사는 이번 수상에 대해 "지난 20여 년간 오직 '더 안전하고 견고한 건축 자재를 만들겠다'는 외길을 걸어왔다"며 "그간 숱한 난관 속에서도 타협하지 않고 기술 혁신과 품질 향상에 매진해 온 광스틸의 고집과 정직함을 인정받은 것 같아 감회가 매우 깊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20년이 이 기반을 다지는 시간이었다면, 이번 수훈을 계기로 향후 100년을 이어갈 지속가능한 건축 자재 리딩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광스틸은 삼성전자, LG에너지솔루션 등 국내 대표 대기업 산단 현장과 공공기관에 자재를 납품하며 독보적인 신뢰를 쌓아오고 있다. 안전과 품질에 있어 단 1%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엄격한 기준이 적용되는 가운데 광스틸은 '철저한 품질관리'와 '현장 맞춤형 솔루션 제공'으로 꾸준히 선택받고 있다. 광스틸의 시그니처인 '스피드블록메탈패널'은 세계 최초로 실리콘을 쓰지 않는 Non-Caulking(논 코킹) 방식이 적용됐다. 기존 패널의 외벽 오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