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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에서 맛을 5가지로 구분한다. 그러나 기원전 330년경 아리스토텔레스는 맛을 7가지로 나누어 설명했다. 단맛, 기름맛, 짠맛, 매운맛, 떫은맛, 신맛, 쓴맛 이렇게 7가지이다. 기원전이나 지금이나 우리의 흐물흐물한 혀는 맛을 느낄 수 있고 또 구분한다. 현대의 맛은 매운맛, 떫은맛을 뺀 5가지이다. 우리가 이렇게 맛을 느끼는 것은 맛난 거 먹고 기분 좋아지라고 진화된 것만은 아니고, 음식 섭취 시 몸에 경고를 보내기 위해 구분되었다. 그중 가장 좋은 맛으로 평가하는 것은 단맛이고 가장 거부감이 나는 맛은 쓴맛이다. 쓴맛은 독성이 있을 수 있으므로 조심 해야 하는 맛이다. 맛은 한 가지 맛으로 설명하기 좀 복잡하다. 쓴 것 같다가 뒤에 단맛 혹은 신맛 등 다양한 맛이 섞여 있어서다. 아리스토텔레스도 맛을 단맛과 쓴맛 사이 연속체로 존재한다고 생각했다. 맛을 내는 것에 중요한 일은 물에 녹은 물질이 혀에 작용한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물은 맛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생각했다. 요즘 다양한 상표 생수를 파는 처지에서 본다면 억울하겠지만, 물은 매개체이다.

단맛은 어릴 적부터 열광하는 맛이다. 그만큼 자극적이고 맛으로 본다면 안전한 맛이다. 너무 먹어 다른 합병증을 만들기도 하지만 그건 설탕이나 과당 정제술이 발달한 오늘에 와서 생겨난 문제이다. 그 반대인 쓴맛은 선 듯 선호하기 어려운 맛이다. 맛에 순수한 아이들에게 쓴 것을 주면 나에게 왜 그러시냐는 눈빛 항의도 경험할 수 있다. 그만큼 쓴맛은 거부적인 맛이다. 혀에는 미뢰(味·)가 있는데 이 미뢰로 맛을 느낀다. 미뢰는 10~14일 주기로 교체가 되는데 나이가 들면 미뢰 수가 줄어들고 맛감각이 둔해진다. 아이는 성인보다 미뢰가 더 신선하고 쓴맛에 더 민감하다. 독성물질에 더 취약한 아이 생존 문제로 그렇게 진화된 것이다. 인간이 쓴맛을 본능적으로 거부하는 이유는 단순한 취향 문제가 아니라 생존과 진화와 관련된 감각 반응이다. 어른의 진화는 어떻게 될까· 어른은 쓴 것을 먹으며 학습했다. 커피, 술과 같은 쓴맛을 먹으며 독성이 없다는 경험적 학습했다. 쓴맛에 대한 신체적 경고가 극복을 통한 생존의 즐거움이 된 것이다. 공포영화를 보고 놀이기구를 타는 것에 대한 즐거움은 실제 위험이 아니라 통제된 환경의 공포가 즐거움이 된 것과 같다. 죽을 뻔했지만 살았다는 즐거움이다.

쓴맛 하면 대표적 음료가 커피이다. 고등학교 갓 졸업한, 아직은 쓴 것을 충분히 느끼지 못한 시절이었을 때 처음 찾아가 본 곳이 '칼디의 춤추는 염소'였다. 커피숍이었는데 이름이 왜 춤추는 염소일까 궁금했다. 나와 같은 사람을 위해 친절하게도 커피숍에는 이름의 유래를 적어놓았었다. 9세기경 에티오피아의 염소 치기 칼디(Kaldi)가 염소들이 빨간 열매를 먹고 밤에도 잠 안 자고 뛰어다니는 것을 보고 커피가 유래 되었고 그 유래 명을 가게 이름으로 만들었다고 했다. 커피라는 이름도 에티오피아 남서부의 '카파(Keffa)'라는 지명에서 유래되었다. 카파는 역사적 지역으로, 아라비카 커피가 자생하던 곳이자 커피의 고향이고, 전 세계 커피 문화의 기원과 직결되는 상징적인 지역이다. 이 카파가 아랍으로 넘어가서 카흐와(qahwa)가 되었다가 유럽으로 넘어가 커피가 되었다. 이슬람 수도승들은 인간이 깨어있는 의식 상태를 중요하게 생각했다. 특히 기도를 하기 위해서 밤에 깨어있어야 했고 오랜 시간 기도와 명상을 해야 했다. 카흐와를 마시면 졸음을 쫓아주고, 정신을 또렷하게 만들어 수행에 집중하게 도와주었다. 그래서 이 음료를 영혼을 깨우는 음료 '수피의 와인'이라 불렀다.

쓴맛은 즐거운 맛이 아니었다. 우리는 커피를 마시고, 술을 마시고, 약을 먹으며 쓴맛이 반드시 죽음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배웠다. 쓴맛은 단순한 위험 신호에서 인간이 학습한 맛으로 바뀌었다. 이제 쓴맛은 더 이상 죽음의 맛만이 아니다. 인간이 두려움을 넘어 문화로 만들어낸 맛이다. 커피 한 잔에는 죽음을 피하려던 몸의 본능과 그것을 넘어선 인간의 문화가 함께 녹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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