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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6.03.12 17:22:02
  • 최종수정2026.03.12 17:22:02

염창열

충북도 기후대기과 주무관

우리는 종종 탄소중립을 '착한 선택' 정도로 생각한다. 불편함을 조금 감수하고 미래를 위해 친환경적으로 살자고 다짐하듯이. 그러나 올해부터 이 말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이제 탄소는 도덕의 언어가 아니라 비용의 언어가 되고 그 비용은 국경을 넘는 순간 정확한 숫자로 청구서처럼 돌아온다.

유럽연합(EU)은 2026년부터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본격 시행한다. 탄소를 많이 배출하며 만든 물건을 유럽연합에 속한 나라에 팔 때 그만큼 추가 비용(탄소세)을 내게 된다. 철강·알루미늄·시멘트·비료·전기·수소 등 탄소 집약적 품목에 대해 수입업자에게 탄소 비용 부담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2023~2025년이 배출량을 '보고'하는 단계였다면 2026년부터는 '지불'의 단계로 넘어간다. 말 그대로 탄소 배출량이 통관 서류가 되고, 거래조건이 되며 가격이 되는 시대다.

이 제도의 본질은 단순한 규제가 아니다. '탄소가 많이 배출된 제품'은 앞으로 세계시장에서 더 비싸지고, 느리게 팔리고, 많은 검증을 요구받게 된다. 결국 탄소중립은 환경정책의 깃발이 아니라 산업 경쟁력과 수출 생존, 나아가 국가 경쟁력을 가르는 기준선이 되고 있다. 기업의 노력만으로 해결될 문제도 아니다. 제품의 원가 구조, 생산공정, 전력 사용, 온실가스 산정 체계까지 모두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충북도 예외는 아니다. 충북은 반도체·바이오·소재·부품 산업과 함께 제조업 기반이 강한 지역이다. 많은 기업이 해외시장과 맞물려 움직인다. 그중 유럽 비중이 작은 기업이라도 '공급망'이라는 이름으로 CBAM 영향권에 들어갈 수 있다. 직접 수출하지 않아도, 유럽으로 들어가는 완제품의 부품·원재료가 충북에서 생산된다면 결국 요구받는 것은 하나다. '당신의 탄소는 얼마인가'

하지만 지방정부가 산업·무역 질서 변화 자체를 상대하기는 어렵다. CBAM처럼 국가 간 거래 규칙은 외교와 통상 등 중앙정부 영역에 가깝고, 현장 대응을 뒷받침할 인력과 예산도 지역에는 충분치 않은 것이 현실이다.

지역 행정이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역할은 '협상'이 아니라 '지원'이다. 충북은 충청북도 탄소중립 지원센터와 함께 2024년부터 중소기업 대상 온실가스 감축 컨설팅을 추진하며 배출량 산정, 취약부문 진단, 제품 탄소 배출량(탄소발자국) 산정 등을 돕고 있다. 나아가 2026년에는 산업계 지원 네트워크 구축 사업을 통해 기업의 대응 기반을 넓혀갈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탄소중립은 더 이상 '착한 선택'이 아니라 시장이 요구하는 '생존의 조건'이 됐다. 도내 기업이 변화에 뒤처지지 않도록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필요한 정보와 컨설팅, 네트워크를 통해 실제 대응에 도움이 되는 기반을 차근차근 마련해 나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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